샌즈는 치켜든 손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음. 아주머니? 잠깐만 비켜주시겠어요?”
토리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아예 나를 감쌌다.
어색한 정적을 깨고 샌즈의 전화기에서 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는 샌즈의 손이 점차 내려갔다.
“뭐라고? 이런. 알았어.”
샌즈는 조금 머뭇거리다 이내 손을 내리고 걸어왔다. 토리엘이 그를 경계했지만 오히려 난 그런 토리엘의 손을 조심스레 밀며 앞으로 걸어갔다. 토리엘이 놀란 듯 나에게 말했다.
“아가야?”
나는 샌즈의 번쩍이는 눈동자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바뀐 눈동자에서 그의 미안함도 읽었다. 난 망설이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샌즈를 조용히 안았다.
샌즈는 난처한 듯 대답했다.
“골 때리는 친구로군. 이런 행동이 어울리는 상황이 아닌데.”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샌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축축해진 그의 손바닥이 느껴졌다.
“미안하다. 내가 다른 사람과 착각했나보네. 그런데, 놔줄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말이야.”
샌즈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감겨오는 눈을 참지 못하고 기절한 듯 나에게 기대어왔다. 식은 땀이 잔뜩 흐른 샌즈의 몸을 보며 토리엘과 나는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
언다인은 찢어진 가슴을 부여잡은 채 차라를 비웄었다.
“멍청한 녀석. 알피스가 이미 네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괴물들을 데리고 피신했다.”
차라는 언다인의 말을 무시하며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칼날을 들어올렸다. 이미 발끝이 흐려지기 시작한 언다인은, 두 눈을 감지 않은 채 들어오는 칼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붉은 창이 칼날을 가로막았다.
언다인을 고개를 들어올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등장할 리가 없는 가장 강력한 아군을 느낀 그녀는 나지막히 한숨을 토했다. 약간의 놀람과 압도적인 힘에 대한 감탄.
어떠한 경우에도 먼저 움직이지 않던 그가 이 자리에 강림했다.
아스고어에게서는 익숙하지만 낯선 힘이 새어나왔다. 괴물들의 몸 대부분을 이루는 마력. 언다인의 몸을 이루는 마력이 힘찬 강이라면, 아스고어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바다 그 자체였다.
여섯 영혼을 흡수한 그는 더 이상 온화한 왕이 아니었다. 휘몰아치는 마력 속 홀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악마같은 힘 그 속에서 홀로 외로이 고귀함이 빛났다.
마왕 아스고어는 차라에게 자비없는 일격을 날렸다.
그래. 이젠 웃을 수 있다.
여섯 영혼을 먹은 아스고어의 힘은 신에 필적한다.
팔 다리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이미 감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지금 당장에라도 수백, 수천만갈래로 그녀의 마력이 증발하려고 했다.
괜찮다. 아스고어라면, 차라를 막을 수 있다. 언다인은 힘껏 웃었다.
언다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안돼, 포기하지마. 제발, 언다인!”
부서진 마을의 잔해 속 낡은 스피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나를 잡으려고 하지? 지쳤어. 이젠 나를 놔줘.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몸은 흩어지지 못했다.
대지가 그녀의 몸을 거부했다. 그녀는 발에 감각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대기가 그녀의 몸을 거부했다. 산산이 흩어지려는 가루들은 다시 모여 그녀의 팔을 만들어냈다.
그녀가 그녀를 거부했다. 언다인의 의지가, 그녀의 죽음을 거부했다.
홀로 찬란히 빛나는 영웅. 언다인은 누운 채 중얼거렸다.
“지금 포기라고 했나.”
마치 누군가가 일으켜 세우듯이 언다인의 몸은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그녀는 눈에 광채를 빛내며 소리쳤다.
“지금 누가 포기를 한다는 거야!”
아스고어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라를 바라보았다. 마왕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차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지? 정원사나 어울릴 털쪼가리가.”
차라의 일격에 마왕의 붉은 창이 부러졌다.
그리고, 영웅의 일격이 공간을 꿰뚫었다.
차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말도 안돼. 전투 중 난입이라니. 그런 시스템이 아닐텐데.”
“어이, 살인자. 아니, 파괴자. 뭐든지 간에.”
언다인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이건 니가 함부로 가지고 놀아도 되는 게임이 아니다.”
차라를 향해 손을 맞잡은 영웅과 마왕이 격돌했다.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0582&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차라를+위하여
1편 링크를 걸려는데 잘 안되네..
제너럴 언 죽는 장면인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