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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리엘!"

"커헉!"


침대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던 아스리엘에게 차라가 몸을 던졌다.

아스리엘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차라를 바라봤다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들고 있던 책을 치웠지만, 그 덕에 차라의 몸통박치기를 그대로 받아내야 했다.


"크으으..."

"아팠어?"


차라를 품에 안은 아스리엘이 작은 신음을 내자, 차라는 아스리엘에게 몸을 맡긴 채 고개만 들어 아스리엘을 바라봤다.

아스리엘은 살짝 얼굴을 찌푸린 채, 차라의 붉은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아스리엘은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차라를 껴안아줬다.

차라는 아스리엘의 몸에 얼굴을 묻으며 작게 웃었다.

가만히 차라의 머리를 쓰다듬던 아스리엘은 손을 멈추고 가만히 차라를 안아주었다.

한동안 아스리엘의 품에 안겨있던 차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스리엘은 손에 힘을 풀고 차라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스리엘의 품을 빠져나온 차라는 가볍게 아스리엘에게 입 맞추고 물러났다.


"차라, 잠옷은 어쩌고?"


아스리엘은 자신의 와이셔츠만 입고 있는 차라에게 물어봤다.


"빨았어."

"다른 잠옷도 있잖아."

"서랍 안에 있어."

"그럼 그거 입어야지. 그게 잘 때도 편하잖아."

"싫어. 안쪽에 있어서 꺼내기 귀찮단말야."

"그럼 단추라도 채워."

"싫어, 싫어."


차라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차라가 투정부리자, 아스리엘은 살짝 미소지으며 손을 뻗어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잠가줬다.

차라는 가만히 앉아서 아스리엘이 자신이 입고있는 옷의 단추를 채워나가는 걸 바라봤다.


"자, 다 됐어요, 아가."

"에헤헤..."


아스리엘은 차라의 단추를 다 잠근 후, 차라의 붉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낸 차라는, 아스리엘이 손을 거두자 단추를 하나 더 풀고 아스리엘의 옆에 누웠다.

그리곤 몸을 꿈틀거리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베개에 머리를 올리고 아스리엘을 바라봤다.

아스리엘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아스리엘."

"응?"

"이리 와봐."


아스리엘이 고개를 숙이자, 차라는 양손을 뻗어 아스리엘을 잡아당기고 그의 볼에 뽀뽀했다.


"이제 가서 불 꺼."

"마지막으로 들어온 건 차라잖아."

"그래서 뽀뽀해줬잖아."


아스리엘은 차라를 장난스럽게 노려봤다.

차라는 그런 아스리엘에게 장난스럽게 메롱 했고, 아스리엘은 결국 웃어버리고는 차라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불을 껐다.

아스리엘이 전등 스위치를 누르자, 침대 옆 탁자에 놓인 램프에서 나오는 은은한 주황 불빛이 방안을 가득 채웠고, 아스리엘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누운 아스리엘은 손을 뻗어 램프 손잡이를 잡아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아스리엘이 자리에 눕자마자 차라가 아스리엘을 껴안았기에, 아스리엘은 불을 끌 수 없었다.


"차라, 잠깐만. 불만 끄고."

"싫어."

"잠깐이면 되잖아."

"그러니까 싫어. 저 불빛이 좋단 말야."


아스리엘은 결국 전등을 향해 뻗으려던 손을 다시 이불 안으로 가져왔다.

그리곤 몸을 돌려 차라를 향하고 차라의 아래로 팔을 밀어 넣어 그녀를 껴안았다.

차라는 몸을 들썩이며 아스리엘에게 다가가 아스리엘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아스리엘은 차라가 입은 셔츠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가 기분 좋다 생각했고, 차라는 아스리엘의 털을 닮은 잠옷의 부드러움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서로를 껴안은 둘은 부드러운 침묵에 쌓여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차라."


아스리엘이 차라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왜?"

"팔 저려."


차라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몸을 들었고, 아스리엘은 팔을 빼내고 몸을 돌려 전등불을 껐다.

딸칵-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램프의 불이 꺼지자 따스한 주황빛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하얀 달빛이 들어왔다.

아스리엘은 다시 팔을 가져오면서 말했다.


"달빛이 밝네, 오늘."

"응."

"이럴 줄 알았으면 방금 불 끌 때 커튼도 치고 올걸."

"아니야. 지금이 좋아."

"그래?"

"응."


차라는 아스리엘의 팔을 잡고 위로 끌어올렸고, 아스리엘은 차라가 바라는대로 팔을 움직였다.

자신의 머리 아래에 아스리엘의 팔을 놓은 차라는 그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웠고, 아스리엘은 팔을 조금 움직여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아스리엘이 팔을 움직이자 차라는 고개를 들고 몸을 돌려 아스리엘을 향했다.

아스리엘은 천장을 본 채 팔베개를 해주고 있는 팔을 접어 차라의 어깨를 감쌌다.

차라는 양손을 아스리엘의 가슴 위에 올리고 그가 숨 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느꼈다.


"아스리엘."

"응?"


차라는 조용히 아스리엘의 이름을 불렀고, 아스리엘은 그녀의 부름에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차라는 시선을 약간 아래로 두고 아스리엘의 가슴 털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오늘 나 꿈꿨었다?"

"어떤 꿈?"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가게가 망해서 못 먹게 되는 꿈."

"이런, 그건 꿈이어도 별론데. 너 화나면 거기서 사 온 초콜릿이 즉효 약이잖아."


아스리엘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차라는 살짝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그래서 오늘 가서 봤는데, 진짜 문을 닫았더라고."

"정말?"

"응. 가게를 확장하느라, 며칠 문을 닫는데."

"어휴, 난 또."


아스리엘은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오늘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네가 없으면 그런 생각을 해."


아스리엘은 고개를 돌리고 하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차라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들어줬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다 꿈이고, 눈을 뜨면 전혀 다른 일상이 날 기다리는 거야. 너랑 만나지도 못하고, 이렇게 같이 누워서 너를 만지지도 못하는 그런 일상이."


아스리엘은 차라를 가볍게 토닥여주었고, 차라는 아스리엘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자신에게 안겨있는 조그만 아이를 토닥여주던 아스리엘은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리고 다른 팔로 그녀를 감쌌다.

달이 점점 움직여 얼굴을 비치던 달빛은 이제 목 아래만 비추고 있었다.

차라가 내쉬는 작은 숨결에 털들이 가볍게 떨리는 걸 느끼던 아스리엘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차라. 만약에, 눈을 떴을 때, 전혀 다른 일상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괜찮아."


차라는 대답 없이 가만히 아스리엘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 다른 일상에서, 우리가 만나지 못했더라도, 반드시 너에게 찾아갈게."


차라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아스리엘은 차라의 반응을 기다리며 그녀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제야, 아스리엘은 차라가 새액새액하는 숨소리를 내고 있었음을 깨닫고 당황했다.


"어... 차라? 자?"

"으음..."


차라는 대답대신 작은 신음을 내며 몸을 꾸물거렸고, 아스리엘은 자기도 모르게 실소했다.

하지만 이내 차라의 붉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팔을 뺀 다음 차라의 머리를 베개에 누이어주었다.


"잘 자, 차라. 좋은 꿈 꾸고."


아스리엘은 차라의 앞머리를 넘겨 드러난 이마에 입 맞추고 그 옆에 누워 그녀와 같은 꿈을 꾸길 바라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