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벅.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퍼지는 복도에서 샌즈는 피로한 몰골로 기둥에 기대 서 있었다.
무려 5일이 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잠을 자지 않았다. 이미 정신이 몽롱해 시야가 흐릿한 상태였다.
하지만 잠들 수 없었다. 아스고어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 복도를 반드시 지나가야했다.
지금 그가 이러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아스고어를 만나려는 인간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메타톤이 쓰러진지 5일 동안 인간은 올라오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이 그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아니, 이미 한계였다.
‘젠장……. 잠들면……. 안되는데…….’
의지와 다르게 몸은 속절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하고 있었다. 잠깐 시야가 번쩍하다가 곧바로 암전되었다.
“헛?!”
샌즈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차가운 바닥 감촉을 느끼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 인간은?”
대체 얼마나 잠들었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는 문에 다가가 확인했다.
누가 손댄 흔적이 없었다. 그제야 샌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올라오지 않는 거지?’
아무리 늦장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진즉에 올라오고도 남은 시간이다. 샌즈는 골똘히 생각하다 결정을 내렸다.
‘한번 내려가 봐야겠어.’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것도 할 짓이 못됐다. 샌즈는 멍한 느낌을 다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몇 번 갈아타고 다리를 건너자 여전히 밝은 빛을 머금은 유리문이 보였다.
유리문을 열자 분수대 앞에서 글램버거를 먹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샌즈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
분명히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의 옷과 몸에는 먼지 한 톨 없이 멀끔했다.
오히려 입가에 조금 묻은 케첩 말고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열심히 입을 움직이던 아이는 맞은편에 서있는 샌즈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여! 이제 내려왔어?”
샌즈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이는 곧바로 신경을 글램버거로 옮겼다.
천연덕스럽기 짝이 없는 아이의 모습에 샌즈는 혼란스러워졌다. 분명히 먼지가 뭍은 스카프를 봤다. 파피루스를 그 꼴로 만든 것은 분명히 저 아이 일 것인데.
어째서 저렇게 태연할 수가 있는 거지?
샌즈는 홀린 사람 마냥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이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글램버거를 양껏 베어 물고 입을 오물거리며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지금 환상이라도 보는 것인가? 저 순진한 모습의 아이가 파피루스를 죽였단 말인가? 끝없는 의문이 소용돌이치듯 머릿속을 헤집었다.
지척에 다다른 샌즈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입을 움직여 말했다.
“너……. 정말 꼬맹이 맞아?
아이의 감겨 있는 눈이 그의 눈을 쳐다봤다. 여전히 오물거리던 입이 멈추는 순간. 항상 감겨 있던 눈이 떠졌다.
아이의 눈동자를 본 샌즈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마치 그대로 빨아들여버릴 것 같은 진한 진홍빛으로 빛났다.
“글쎄, 누구 일려나?”
조롱 섞인 어조로 말하는 아이는 다 먹은 포장지를 구겼다.
샌즈의 표정도 포장지처럼 구겨졌다.
“너, 꼬맹이가 아니군.”
아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그래, 난 네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그런 것쯤 이미 알고 있는 거잖아?”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그야, 여기 말고는 음식을 파는 데가 없잖아?”
아이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유리 문 너머로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버거팬츠가 보였다.
“너의 목적이 뭐야?”
아이는 귀찮음에 찌든 얼굴로 대답했다.
“목적이라……. 딱히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여기서 음식이나 먹으면서 시간을 죽이는 거?”
“같잖은 말장난 하지 마. 그럼 왜 괴물들을 죽인거지?”
샌즈는 아이의 멱살을 잡았다. 살기가 가득한 그의 목소리에 아이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런, 진정해. 안타깝게도 괴물들을 죽인 것은 내가 아니고 파트너야.”
“뭐?”
멱살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샌즈는 도무지 믿기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비록 괴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지만, 아이에게서 아주 희미하지만 선함이 느껴졌다.
당연히 지금 떠들고 있는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아니었다. 그 사이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참, 성질 급하기는 일단 사람 말이나 마저 듣고 나서 결정하라고.”
“…….들어는 주지.”
아이는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분수대에 앉았다.
“그러니까, 파트너는 자신의 손으로 아무도 죽이지 않고 결계를 부수는데 성공했어. 다행히 괴물들을 가뒀던 인간들은 결계 밖으로 나온 괴물들을 적대하지 않고 받아줬지. 다소 잡음은 있어도 서로 공존하는 첫 걸음을 내딛게 됐지. 이야기로 따지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고 해야 되나? 하지만 이야기는 간단히 무너졌어. 파트너가 리셋을 하게 되면서 말이지.”
“잠깐,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소리야? 네 말대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는데 왜 리셋을 한 거지?”
으르렁 거리는 샌즈를 향해 아이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말했다.
“글쎄, 무엇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는 걸. 다만 짐작이 가는 건 너희들에게 받았던 고통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무슨 소리지?”
“이야기로는 행복한 결말이긴 해. 하지만 과연 파트너에게는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그 말에 샌즈는 생각했다. 그는 수많은 시공간의 엇갈림 때문에 짐작하고 있을 뿐 정확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이의 말대로라면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한테는?
“표정 보니 짐작하나 보네. 그래, 그 행복한 결말은 파트너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거지. 그럼 당연히 희생당한 사람에게는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없겠지? 아마 그런 이유로 리셋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모두를 죽인 것에 대한 정당화가 될 수가 없어.”
“그렇지! 하지만 파트너에게는 모두를 죽인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지. 게다가 방금 말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추측일 뿐이야. 다만.”
아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뜸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파트너에게 자비를 받기 전에 먼저 사랑을 베풀어줬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너희들이 사랑을 줬을 때는 파트너에게 헤아릴 수 없는 자비를 받고 나서였잖아? 파트너처럼 처음부터 그렇게 해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지 않을까?”
샌즈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분노로 파도치고 있던 마음이 미증유의 감정으로 잔잔해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아쉽겠지만, 너의 대답을 들을 시간이 없어.”
아이는 폴짝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세 걸음 옮겼다. 그리고 샌즈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만 작별의 시간이야!”
아이의 말이 떨어지자 말자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부 조각이 나면서 먼지처럼 사라져갔다.
당황하던 샌즈는 아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아이는 씩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 아이가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겨눴다.
“잊지 마, 파트너처럼 대가를 받기 전에 먼저 베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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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많이 쪼들려서 급하게 쓴다고 엉망진창인데.
그냥 계속 자비를 베풀었던 불살 프리스크처럼 괴물들도 처음부터 공격을 하지 않고 사랑을 베풀었다면 프리스크가 트루리셋을 하려고 생각하지 않을꺼라는 생각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글을 써 봤어.
뭐 트루리셋의 결정권은 결국 플레이어에게 달려있는 일이지만 말이지
개추
처음 봤는데 매우 좋다 개추
이젠 익숙하게 느껴지는 차라가또로 끝나지 않고, 충고하면서 일말의 희망을 남겨줬다는게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