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xx년 1월 1일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인간들과의 동맹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그들의 외교관이 온다고 한다. 왕실 과학자로써 실험을 하느라 바쁘지만 자꾸만 샌즈와 파피가 나오라고 귀찮게 한다.
일년에 몇 번 나갈 일도 없으니 생일축하를 퉁칠 겸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xx년 1월 10일
외교관이 아니라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왔다. 인간들이 제정신이 아닌걸까, 우리가 이상한걸까? 다행히도 대왕부부님과 샌즈, 파피는 만족하는 것 같다. 동생들은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나쁘진 않지만 조금은 섭섭하다.
아, 외교관 겸 지하세계로 놀러온 아이의 이름은 차라다.
-20xx년 1월 21일
차라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이상한 뜻은 아니다. 지하세계에서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원래 인간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이 세계에서 마치 아이돌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메타톤이 섭섭해하는 것 같다.
-20xx년 2월 2일
그녀는 어느사이엔가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다. 샌즈와 파피만으로도 좁은 공간이지만 파피의 방에서 잔다고 했으니 그다지 불만은 없다. 하지만 밤마다 차라가 나의 방으로 찾아와 조금 곤란하다.
-20xx년 3월 5일
차라와 함께 폭포를 보러갔다. 그녀는 망설이며 메아리 꽃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메아리 꽃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가족이 없다고, 우리와 함께 살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파피에게 의견을 물어보자 그는 화난다는 듯 말했다. 이미 우린 가족이라고.
-20xx년 5월 8일
그녀는 따뜻하다. 우리 해골 형제들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는 고마운 가족이다.
-20xx년 12월 3일
그 동안 바빳다. 모든게 엉망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프리스크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악마는. 그가 오고 나서 지하세계는 부서졌다. 파피가 그를 막았다. 샌즈가 그를 죽였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 동안의 연구를 이용할 시간이다.
-20xx년 1월 1일
프리스크는 놀랍게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모양이다. 나의 절친한 조수 알피스와 함께 연구한 ‘의지’는 그의 불가사의한 힘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알피스가 자신의 연구에 만족하는 동안 나는 그 너머를 보고야 말았다.
이 세상은 누군가의 손에서 장난감처럼 이용당하고 있다.
-20xx년 날짜가 정확하지 않다.
차라는 울면서 나에게 매달렸다. 나도 이런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죽고 다 사라져버리기 전 나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
제발 그 악마가 이 세상을 완전한 소멸시키지 않기를.
-20xx년.
차라라도 대피시켜야 한다. 나는 차라와 함께 대피했지만 그 악마는 집요하게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 전 지하세계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우리들을 죽이고 말 것이다. 도망갈 수 있을까?
이 세계에서는 무리다.
그렇다면, 세상을 바꾼다.
-20xx년. 기억이 흐릿하다.
나는 성공했다. 아니,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난 이 세계를 가지고 노는 저 너머의 세계에 간섭하는데 성공했고, 이 세계의 역사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나는 차라를 가장 안전한 곳에 숨겨두었다. 바로 프리스크, 그 악마 속에.
그에 대한 반작용일까. 세상에서 나의 존재는 지워져버렸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대왕님들도, 알피스도, 파피도.
샌즈는 가끔 물끄러미 액자를 바라보았지만 바로 옆에서 소리치는 나를 인지하지 못했다.
괜찮다. 그래도 나의 희생을 통해 세상은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을 알 수 없다. 201x년일까?
프리스크, 이 악마는 완전히 미친놈이다. 그는 모든 이들과 친구가 되고, 세계를 재생시켰다. 아무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망설임 없이 모두를 죽였다. 나의 수제자 알피스는 나의 도움 없이도 다시 한번 의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샌즈는 알피스와 함께 시공간의 뒤틀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의 퍼즐은 대부분 들어맞았지만 티끌만큼의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작은 차이이기 때문에 그들은 무시했다. 샌즈는 눈을 치켜떳지만 그 뿐이었다. 나의 빈자리는 세계에서 그다지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
-시간. 알 수 없음.
차라가 이상하다. 프리스크가 괴물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그의 몸 속에 살아있던 차라의 존재가 커지기 시작했다. 피를 볼때마다 차라는 그의 몸에 대한 지배권을 뺏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괴물들을 죽이자 차라는 프리스크의 몸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았다. 그리고 세상을 파괴했다.
차라야. 그러지 마렴. 무엇이 널 그렇게 화나게 했니?
차라가 파괴한 세상은 더 이상 완전히 복구를 하지 못했다.
나의 연구에 의하면 이 세계는 앞으로 587번의 종말을 견뎌낼 수 있다.
프리스크 그 미친놈이 괴물을 그만 죽이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시간. 의미없음.
나의 기대가 헛되었다. 프리스크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끊임없이 괴물들과 친구가 되고, 또 다죽였다. 그가 괴물을 죽일때마다 차라는 세상을 파괴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의 뒤틀림을 무릅쓰고 차라 앞에 나타났지만, 그녀는 괴로워했다. 그녀의 분노가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낭패다. 내가 이 세상에 유일한 연결점이 있다면 그건 차라뿐이다. 나의 등장은 차라의 영혼을 갉아먹기만 한다.
-마지막 기록.
믿을 수 없다. 세상은 더 이상 복구되지 못한다. 프리스크는 기어코 해내었다. 이제 마지막 한번이면 이 세상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간섭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 기록2
성공했다. 믿을 수 없다. 프리스크, 그 악마를 이 세상으로 떨어트렸다. 저 세상에서 우리를 가지고 놀기만 하던 그 악마를.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그의 몸 속에 있던 차라가 분리되었다. 이 세상으로 오게 되면서 인간의 육체는 두 영혼을 버티지 못하기에 생긴 일일까. 알 수 없다.
부디 차라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
누구 일기지 이거. 가스타?
넹. 가스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