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제한 때문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되게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약 52.8kb정도...
끝 마친 건 그저께였나... 여튼간에, 방금 막 가입했는데, 언필대회란 게 마감되었다길래 창작대회에도 한 번 올려봅니다. 다시 올리는 거니, 그대로 3화까지만 다시 올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체 설정 및 부분 설명들은 이야기가 끝나고 후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셋 오류.
여전히 눈이 가득 쌓인 스노우딘 마을의 외곽. 그 으스스한 곳을 혼자서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폭- 폭-
눈이 밟히는 귀여운 소리와 함께 생긴 발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돌연 발걸음이 멈추고, 늘어진 발자국 끝에 묵묵히 선 푸른 후드의 해골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밤 하늘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빽빽한 나뭇가지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예의 그 이를 드러낸 웃음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어느 새 거대한 문 앞에 다다랐던 것 일까. 이 굳건한 문은 어떤 방법을 써봐도 이 쪽에선 절대 열리지 않았다. 꽤 오래 전, 이 문을 사이에 두고 같잖은 농담을 곧잘 나눴었던 그녀를 생각해냈다. 다시 생각해봐도 뼈다귀가 아닌 자들에겐 재밌을 리가 없었을 텐데, 그녀는 항상 즐겁게 웃어주었다.
‘…’
말없이 문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그 앞에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그 문 앞에서 결국 등을 돌리고야 말았다.
“아, 오늘은 이게 좋겠군.”
막 말 장난 하나를 생각해낸 그가 얼굴을 씰룩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다녀왔어.”
여전히 미소는 잃지 않은 채였다. 하지만 샌즈를 맞이한 뼈다귀는 이미 그 활기참을 잃은 지 오래였다.
“인간은? 인간은 찾은 거야?”
“하… 그게…”
곤란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샌즈가 변명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왕좌에 드러누워 있던 파피루스가 표정을 굳히고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눈을 마주했다.
“똑바로 말해. 인간은 찾았어?”
이미 그는 예전의 명랑한 뼈다귀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을 웃겨주려 장난 삼아 했던 말은 이제 사실이 되어있었다. 파피루스는 정말 인간 사냥에 혈안이, 인간 사냥에 미친 자가 되어있었다. 동생의 위압감에 저도 모르게 움찔한 그가 애써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며 말을 이었다.
“하하, 이거 왜 이래. 스노우딘 마을은 정말 춥잖아. 너도 알잖아? '뼛' 속까지 시리다구.”
회심의 개그를 선보이자 어디선가 ‘두둥! 팍!'하는 드럼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하지만 파피루스는 여전히 그런 그를 경멸스럽다는 듯 노려볼 뿐이었다.
“…형에게 맡긴 내가 잘못이지.”
답은 이전과 같았지만, 내보인 표정은 살벌했다. 샌즈는 풀이 죽은 채, 파피루스가 씩씩거리며 알현실을 나설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렀다.
슬픔과 죄악감이 뒤섞여 그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파피… 얘기 좀 하자.”
휘황찬란하게 빛났었던 왕의 방은, 예전의 집만도 못한 쓰레기소굴이 되어있었다. 왕위를 받게 되었을 때는 누구보다도 좋아하며 기뻐했던 그였지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의 그는 언제나 절망감에 휩싸여 있게 되었다. 당시의 그가 자주 일으키던 패닉으로, 찬란했던 왕의 방이 점점 망가져갔던 것은 무리도 아니었다.
“할 얘기 없어. 나가.”
“너 진짜 형 말 안 들을래?”
마치 예전에 그랬듯이 동생에게 짐짓 화를 내는 그였다. 분명 동생이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을 알면서 기어코 또 내뱉는 샌즈의 행동에 파피루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시끄러워! 인간을 찾아 오란 말이야!”
형에게 악에 받혀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 샌즈가 놀라 말을 삼켰다. 소리를 지른 본인조차도 자신의 행동에 놀랐는지 잠시 고개를 돌렸다.
“제기랄…”
이젠 욕설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파피루스가 공격적으로 바닥을 한 번 굴렀다. 그런 그의 행동에도 샌즈는 그저 바닥을 향해 고개를 떨군 채, 서 있을 뿐이었다.
“드리무어씨는… 아니, 아스고어는… 너무 물렀어! 무슨 옆집에 인심 좋은 염소 아저씨도 아니고 말이야!”
그가 이어 소리쳤지만 샌즈는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난 절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거야! 다음에 인간이 온다면, 난 틈도 주지않고 죽여버릴 테니까!”
“파피… 제발…”
“대체 뭘 말리려는 거야? 그 자식은 거짓 웃음으로 우릴 기만하고, 뒤에선 언다인과 친구들을 죽였다고!”
내가 원하는 것은 인간을 지키는 것이 아니야. 너를 지키려는 거야. 그 끝없는 복수의 광기로부터.
샌즈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할 말이 없으면 나가. 내일 연설이 있어서 일찍 자야 한다고.”
“그래… 잘 자… 파피…”
씁쓸함에도 애써 웃어 보이며 건넨 인사에도 답은 없었다. 그렇게 방문은 닫혔다.
날이 밝고, 넓은 광장엔 수많은 몬스터들이 모여있었다. 물론 이전처럼 그 수는 조금 더 줄어 있었지만, 모인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애써 외면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찌됐든, 절망에 빠져있는 그들을 지탱해 줄 것은 단 하나였다.
“국왕 폐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낮은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고, 일순간에 조용해지자 고급스런 발코니에 파피루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망토를 펄럭이며 빛나는 왕관을 쓴 그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굳은 의지가 서려있었다. 그가 봉을 높이 치켜드며 외쳤다.
“인간 세계에 멸망을!”
“멸망을!”
그의 외침에 모두가 따라 외쳤다. 가히 광적으로도 비춰지는 그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를 그렇게 느끼는 것은 샌즈, 그 혼자뿐이었다. 다른 이들에겐 그 행위 자체가 희망이었다. 모두가 어쩔 수 없었다.
인간들에 대한 욕설과 끝없는 저주를 내뱉던 파피루스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외쳤다.
“인간들을 벌레처럼 짓밟아버릴 기계를 소개한다!”
그의 외침에 발코니 구석에서 나타난 건 놀랍게도 알피스였다. 이를 지켜보던 샌즈가 놀라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알피스…?”
그녀는 분명 의욕을 잃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예… 지금 헤헤… 공개하겠습니다… 히힉…”
삑-
기분 나쁜 스위치 소리가 울리고, 광장의 한 쪽 구석에서 큰 발걸음 소리를 내며 나타난 건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였다. 기다란 파이프 관들이 나풀거리며 몸체는 분명 기계와 무엇인가를 융합한 듯했다. 순수한 기계라기엔 가슴 정 중앙에 박힌 눈알 두 개가 너무도 기괴했다.
“헤헤…”
광장은 열렬한 환호에 휩싸였다. 발코니에 선 파피루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크게 웃었고, 구석의 알피스는 그저 자신의 창조물을 너무도 아름답다는 듯 황홀한 눈빛으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샌즈는 가슴 속에서부터 밀려오는 알 수 없는 메스꺼움에 결국 국왕의 연설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숲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일정은 마쳤겠지…’
물어볼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샌즈가 빠르게 복도를 지나 알현실로 들어설 때였다.
“…잘했어.”
“아니야, 히힉… 난 지금 너무 행복해, 끅끅…”
가래가 끓는 듯한 웃음소리가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 이어 파피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이제 더 만들고 싶은 건 있어?”
“아니, 난 그냥, 하하! 내 메타톤이랑… 같이 있을래…”
어딘가 망가진 기계처럼 이상하리만치 크게 웃던 그녀가 샌즈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이런...’
샌즈가 빠르게 기둥 뒤로 숨어 그녀를 몰래 살폈다. 돌아선 그녀의 표정에는 순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금방이라도 실핏줄이 터질 듯한 그녀의 충혈된 눈이었달까. 그녀가 방을 나서자마자 샌즈는 기둥 뒤에서 나와 파피루스를 향해 걸어나갔다.
"파피루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뭘 말하는 거야?"
화난 샌즈의 표정에 파피루스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그 미친 듯한 기계 말이야! 그리고, 알피스가 갑자기 왜..."
"알피스는 행복해 했어."
파피루스가 그의 말을 자르자 샌즈가 하려던 말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이야."
"적어도 그 기계를 만들 때만큼은 행복해 했다고. 난 더 이상 알피스가 우울하게 있는 걸 보고 싶지 않았고."
어느덧 그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부드러워져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알피스의 표정을 똑똑히 보았던 샌즈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녀는... 그녀는 마치... 미쳐버린 것 같았다고!"
"그럼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결국 또 고함이 터지고야 말았다. 파피루스는 힘겨웠는지 연신 씩씩거리며 샌즈를 노려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 누가 제정신일 수 있겠어? 적어도 행복해 했었어! 메타톤을 다시 만들 때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는지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대체 형은 왜 그리 덤덤한 거야? 난 지금 제정신인 체 하는 것도 버겁다고! 대체 왜!"
목청이 찢어질 듯 한 차례 소리친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작게 말했다.
"난 정말... 힘들어... 그저,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을 뿐인데..."
"이렇게 한다고... 상황은 변하지 않아."
샌즈가 타이르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가 고개 숙인 동생에게로 다가서서 손을 내밀자, 파피루스가 손을 쳐내며 말했다.
"왜 내게 거짓말을 했던 거야? 왜 날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어?"
"그건..."
"나만 살아남았다고! 나 혼자!"
친구를 잃은 삶으로 끔찍한 고독감에 방 안에서 홀로 몸서리치던 그를 잊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달래보았었지만, 그는 언제나 겁 먹은 채 벌벌 떨 뿐이었다. 연약한 그에게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은 너무도 끔찍했다.
샌즈의 예상대로, 이 순수하고 여린 동생은 이런 지옥 같은 상황을 견딜 만큼 매정하지 못했다.
"...이제 형이 인간만 찾아오면 돼... 앞으로 딱 한 명, 아니... 한 개만...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파피루스는 등을 돌려 방을 향해 걸어가며 홀로 중얼거렸다. 그가 방으로 들어서서 문을 닫자 홀로 남은 샌즈가 고개를 떨구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자 그 역시도 무덤덤할 순 없었다.
그 역시 고통스러웠고, 그 역시 그만큼 시달려왔었다.
"젠장..."
"...?"
어이없는 실수였다.
벼랑 끝에 위태하게 매달려 있던 노란 꽃 한 송이. 그것이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소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벼랑 끝으로 기어가 꽃을 잡으려 했다.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줄 생각에 뿌듯했었고, 꽃 줄기를 손에 쥐었을 땐 기쁜 마음에 절로 환한 웃음이 피어 올랐었다.
툭-
'순수한, 영혼...'
꽃이 사악한 웃음을 내비쳤던 건 소녀의 착각이었을까.
발을 헛디딘 소녀는 그만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면에서 쬐어오는 햇빛에 눈을 깜박이다 이내 정신을 차렸다.
분명히 꽤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텐데.
하지만 소녀는 몸의 그 어떤 구석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 누워있던 곳은 자신이 집으려 했던 노란 꽃들로 가득했다. 오직 햇빛이 내리쬐는 그 공간에만, 꽃들은 가득 피어있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어두운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 전, 지하에 봉인된 몬스터들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것을 소녀는 직감했다. 두려웠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소녀는 그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꿀잼
글씨체도 애들 별로 바꿨으면 더 좋았을듯.
감사합니다 다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