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펠/샌즈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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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는 텅 비어버린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그는 멍하니 손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움직여봤다.

까딱까딱.

잘만 움직였다.

하긴, 안 움직였으면 아까 넘어졌을 때 일어나지도 못했다.

샌즈는 고개를 들어 인간을 바라봤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도, 인간의 감정도, 괴물의 감정도, 어느 것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샌즈는 타임리프 이전에 이 곳에 왔을 때 그 모든 감정이 자신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이상함을 알았지만, 그는 혼란해지지도 않았다.

영혼이 없어졌으니 감정도 없어진건가.

그는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렸다.


추출기에 영혼을 추출당했던 인간들도 이런 느낌이 들었을까.


샌즈는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상태가 만족스러웠다.

아무 감정없이, 혼란도 없이, 그저 해야 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야겠다. 어디든. 아까 마주쳤던 네 동생이랑 여기서 마주치겠어."
"…그래."


인간은 소매로 눈물을 쓱쓱 닦고는 샌즈의 손을 잡았다.

샌즈는 인간이 이끄는대로 걸으며 생각했다.

이제까지 타임리프가 일어나는 동안에는 왜 영혼이 없어지지 않았던 건가.

죽으면 타임리프를 해도 영혼이 사라진 채로 살아나는 건가?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하나? 거기에 그 도끼든 개들이 있으려나……."


샌즈는 타임리프 때 죽었던 개를 떠올렸다.

도고.

그릴비에서 자신이 죽였다.

하지만 죽이고 다음 타임라인때 살아났다.

그 때 도고는 분명 영혼이 있었다.

분명 그 때, 도고의 영혼을 파란색으로 만들려고 했을 때, 확실하게 영혼이 있는 것을 봤었다.


그건 그렇고-


"계속 앞으로 가. 파피루스는 그냥 건너뛰면 돼."


샌즈는 인간이 다시 뒤로 갈까 재빨리 말했다.

인간을 원하는대로 결계로 데려다 줘야한단 생각이 맴돌았다.

누군가가 그렇게 명령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는 그걸 따라야 할 것 같다.

그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어?"
"걘 행동반경이 넓어. 폐허 근처에 초소가 있고 워터풀의 언다인에게도 매일마다 보고하러 가지. 다리를 건너던 것을 보면 초소로 가던 길이었을테니까, 지나가는 동안에 잠깐 어디 숨어있다 가면 돼."
"…해골아?"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이동으로 갈까. 그런데 확신은 못하겠군."


영혼 없이 그저 마법으로만 이뤄진 육체라면, 마법을 쓰면 쓸수록 육체도 사라지는 건가.

샌즈는 확인삼아 바닥의 눈덩이를 염력으로 들어올렸다.

보유하고 있는 마법이 소진되며 그의 손가락 일부분이 떨어져나갔다.

그는 곧바로 마법을 풀었다.

그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 손가락뼈 일부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잡생각이 없어져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이런 문제점이 있었군.


"뭐하는거야?!"


샌즈의 뼈가 가루가 되는 것을 본 인간이 소리쳤다.

샌즈는 자신의 손을 잡아채는 인간에게 얌전히 손을 내맡겼다.


"없어졌어……."


인간은 샌즈의 없어진 손가락뼈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인간은 샌즈의 얼굴을 바라봤다.

샌즈는 놀란 인간의 얼굴을 그저 바라봤다.


"너, 괜찮아?"
"괜찮은데?"
"그럴리가……!"


인간은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샌즈는 인간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냥 앞으로 가. 뉴 홈까지 걸어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해."


샌즈는 아무런 생산력 없는 대화를 하느라 걸음을 멈추는 것 보다 그냥 말 하는 에너지를 아껴서 걷는데 소진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도 인간은 자리에 멈춰서서 그를 바라봤다.


"뭐가 잘못됐나? 완벽하게 돌아가는게 아니라, 다른 뭐가 또 있는건가?"
"인간."
"모르겠어. 난, 난 그저……."
"그냥 입 다물고 걸으면 안될까?"


인간은 입을 떡 벌렸다.

샌즈는 결국은 또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인간을 보고 그냥 앞으로 먼저 걸어갔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인간이 그의 손에 이끌려 걸음을 뗐다.

샌즈는 진작 이럴걸 이라고 생각했다.


"프리스크, 내 생각엔……."


그의 뒤에서 꽃이 인간에게 말했다.

샌즈는 묵묵히 앞으로 걸었다.


"쟤 지금 영혼이 없는 것 같아."
"뭐?"
"처음 봤을 때는 워낙 좁쌀만해서 잘 안보였는데 너랑 계속 있으면서 조금씩 잘 보였단 말야? 그런데 지금은 아예 안보여."


인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샌즈는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샌즈는 뒤에서 인간이 또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때문에 걸음 속도가 아까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샌즈는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어떡…해……."
"……."
"미안해. 미안해……."


흐느끼며 인간이 그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하지만 샌즈는 걸음 속도를 조금 늦출지언정 멈추지 않았다.

가야 한다.

데려다 줘야 한다.

끊임없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그에게 말했다.


"젠-장-!!! 그 망할 새끼-!!!!"


샌즈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멈춰섰다.

앞 쪽에서 들려온 소리는 틀림없이 파피루스의 목소리였다.

샌즈는 인간을 이끌고 재빨리 침엽수림으로 들어갔다.

인간은 갑자기 이끄는 그에 놀랐지만 잠시 후 들려오는 잡히면 가만안두겠다는 파피루스의 외침을 듣고 오히려 샌즈를 앞서서 이끌었다.

눈에 글썽글썽 맺힌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샌즈를 앞서서 달려가는 인간의 얼굴은 결의로 차있었다.


인간은 침엽수림 안 쪽에서 눈무덤을 발견하고 그 뒤로 샌즈와 함께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감히 이 몸이 말을 하는데 튀어? 먼지도 안남게 조각조각내버릴테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하는 파피루스의 목소리가 제법 가까이 다가와있었다.

인간은 숨소리라도 들킬까봐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젠장, 내가 먼저 인간을 잡아야 하는데. 그 새끼때문에 인간도 놓치고……!"


성질이 뻗친 모양인지 파피루스가 나무를 발로 콱콱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이번이 마지막 인간인데. 그 인간을 빨리 죽여서 영혼을 갖고 털북숭이 새끼들이 가진 영혼들도……."


파피루스가 중얼거리며 멀어졌다.

마지막 끝마침은 파피루스가 멀어져, 잘 듣진 못했지만 샌즈는 안들어도 알 것 같았다.

샌즈는 슬쩍 고개를 들어, 빽빽한 침엽수림 사이로 동생의 형체로 보이는 것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동생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인간 역시도 파피루스가 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간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빠르게 눈길을 걸었다.

샌즈는 잠시 뒤를 돌아보고는 인간을 따라 걸었다.


"저런 생각을 가진 괴물이 있을줄은 몰랐어……."


앞서가는 인간의 어깨에서 꽃이 속삭였다.


"5명이나 더 그렇게 되었는지도 몰랐고……."
"…일단, 가자."
"응……."


인간은 꽃을 슬쩍 보고는, 조금 더 고개를 돌려 샌즈를 보고 다시 앞으로 걸었다.

인간의 발걸음이 아까보단 조금 느려졌다.

그러나 인간이 샌즈의 손을 꽉 잡자, 다시 인간의 걸음속도가 빨라졌다.

인간의 손은 조금 떨렸다.


길로 가지 않고, 침엽수림의 어두운 눈밭을 거슬러 올라간 인간과 샌즈는 겨우 다리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인간과 꽃은 스노우딘을 거치지 않고 뉴 홈으로 갈 길을 찾았다.

하지만 폐허에서 뉴 홈까지 가려면 어쩔 수 없이 스노우딘으로 가야하고, 스노우딘으로 가기위해선 그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길이 없단 것을 샌즈가 알려줬기에 셋은 이 곳에 올 수 밖에 없었다.


"…안되겠어."


숨어있는 침엽수림을 뚫고 달려가려던 인간은 결국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멈춰섰다.

다시 숨어있던 나무에 등을 기댄 인간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샌즈는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잡은 손이 그보다 더 사정없이 떨리는 것도.


"프리스크……."

"다른 괴물이……. 아까 그 해골보다 더 강한 괴물들이 나오면? 그러다가 또, 죽게되면……?"
"……."
"이번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그냥, 모르겠어."
"……."
"샌지……."


인간은 샌즈의 손을 굳게 쥐었다가, 힘을 풀었다가, 다시 쥐었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에 인간은 울지 않았다.

그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을 뿐이다.

샌즈는 자신과 비슷한 이름을 부르며 몸을 떠는 인간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는 여기에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가야한다.

인간을 결계까지 데려가야한다.


"가자."
"……."
"겁 먹어서도 안 돼. 두려움은 오히려 괴물들을 흉폭하게 만들어."
"읏."
"여기서 내가 못 움직였던건 감정 동조가 일어나서였어. 스노우딘의 괴물들은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어.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겠지. 그렇지만 파피루스가 스노우딘에서 나온 걸 보면 아마 시덥잖은 놈들끼리 싸우고 있었던 걸거야."
"……."
"여기서 건너, 광장을 빙 둘러서 가면 돼. 그럼 괴물들을 만나지 않고 갈 수 있어."


샌즈가 인간을 힘주어 잡아 끌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자리에 못 박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샌즈는 다시 힘주어 인간을 당겼다.

인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터뜨렸다.

푹 숙인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 입술만 보였다.

샌즈는 인간이 이를 악무는 것을 봤다.


"그래, 가자."


인간이 고개를 들며 앞으로 뛰었다.

샌즈는 빠르게 달려나가는 인간의 속도에 팔이 덜컹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인간을 따라 뛰었다.

순식간에 숲을 빠져나와, 사방이 뻥 뚫린 눈길 위로 올라섰다.

앞으로 몇 발짝만 더 떼면 다리 위로 오른다.


순간 샌즈는 자신의 귀청을 울리는 고주파음을 들었다.

샌즈는 인간을 향해 뛰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샌즈는 자신의 아래에 깔린 인간을 확인하며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빨갛고 검은, 길쭉한 해골이 길 위에 서 있었다.


"피해?"


헛웃음을 지으며 파피루스가 서서히 앞으로 걸어왔다.

샌즈는 자신이 인간의 몸을 덮쳐 길에 넘어뜨릴 때, 그의 뒷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파피루스의 뼈다귀를 느꼈다.

스치기만 했는데도 뒷머리 일부분이 가루가 된 것 같았다.


"이젠 아주 인간을 싸고 도는군? 이 쓰……?"


샌즈는 파피루스가 자신을 향해 파란 마법을 쓰려던 것을 알았다.

파피루스는 드물게 당황하며 샌즈를 바라봤다.

샌즈는 인간이 일어나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며 파피루스를 견제했다.


"뭐야, 저건."
"……."
"인형? 그런 것 치곤……."
"……."


파피루스는 험상궂은 눈을 가늘게 떠가며 샌즈를 관찰했다.

샌즈는 도망갈 틈을 노리며 파피루스를 바라봤다.

인간도 이제 일어나 그처럼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상하군……."
"프리스크?"


파피루스가 중얼거리는 사이, 꽃이 작게 속삭였다.


"저기, 뭐가 있어."


꽃이 다시 말했다.


"내 생각에, 저건… 얘 영혼같은데? 그런데 왜 빨갛지?"


샌즈는 인간이 급히 고개를 돌리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도 파피루스는 생각을 하느라 인간이 한눈파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뒀다.


"저긴……."
"쓸데없이 움직이지마. 기횔 봐서 도망치는거야."
"그치만-!"
"가질 수 있는지도 모르고 가진다 해도 아까처럼 난 움직이지 못할거야. 다리를 건너야 해."


샌즈는 인간의 손을 꾹 잡았다.

파피루스가 점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조금만 더.

파피루스가 눈을 돌릴 때, 바로 다리 건너로 이동할거다.


"…싫어!"
"인……!"


샌즈는 인간이 자신의 손을 잡고 다리가 아닌 자신이 나온 숲의 반대편 숲 쪽으로 달려가는 대로 끌려갔다.

정면의 파피루스는 갑작스런 움직임에 곧바로 뼈다귀를 소환하고 있었다.

샌즈는 파피루스를 보고, 인간을 봤다.

그리고 인간이 바라보는 지점을 바라봤다.


샌즈는 그 곳을 기억했다.

이전 시간선에 파피루스의 뼈다귀에 찔려 죽은 곳이었다.

시간선이 돌아가, 아무 자국도 없는 눈길 위에 무언가가 있었다.

콩알만한 그것은 희미하지만 빨간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샌즈는 생각하지 않고도 그것이 자신의 것이란걸 알았다.


인간이 팔에 힘을 꾹 줬다.

샌즈는 고개를 돌려 파피루스를 바라봤다.

파피루스는 뼈다귀를 날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인간이 샌즈의 몸을 힘껏 앞으로 던졌다.

샌즈는 앞으로 튀어나가며 관성으로 달렸다.

정면을 본 샌즈는 자신의 바로 앞에 자신의 영혼이 다가오는 것을 봤다.

아니, 자신이 영혼에 다가가는 것이었다.


익숙히 들었던 푹 소리가 그의 귀를 적셨다.




샌즈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손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봤다.

콩알만한, 작은 자신의 영혼이 보였다.


"해골아……?"

"이, 이, 이, 인간."


샌즈는 자신의 손을 부여잡는 인간을 바라봤다.

손으로 느껴지던 인간의 불안감이 일시에 멎었다.

그는 인간의 얼굴 표정이 마이크로초 단위로 변하는 것을 바라봤다.


"해골아-!!!!!"


샌즈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달려든 인간에 의해 또다시 눈 위로 넘어졌다.

그러나 이번엔 인간의 감정이 느껴졌다.

샌즈는 인간의 감정이 자신에게 전염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인간의 등허리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인간의 등을 조심스레 두드려주었다.


모든 상황을 잊을 만큼, 그의 영혼이 빨갛게 빛나는 것이 느껴졌다.









오.... 내게 1일 2편 연재는 무리였어.....

자꾸 말만 하고는 안지켜서 미안.


그나저나 이제 8편인데 얘들은 왜 아직도 스노우딘도 못가고 구르는 거냐.

미친... 한편당 평균 7천자 정도인데....

이러다가 100편되야 아스고어 만날기세네... 어휴...

뒤에 괴물들 좀 뛰어넘어도 이해해줘.


오늘은 1줄 요약.

영혼없는 샌즈는 입만 살아있음.


개추 고마워. 덧글도 고마워.

오타지적은 언제나 환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