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화는 내일 올리겠습니다. 아아, 글자 수 제한. 그 탓에 마지막 문단이 중간에 짤려서, 결국 빼버렸습니다. 이런, 세상에.
"..."
왜 일부러 심한 말을 했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샌즈의 눈에 들어왔던 소녀의 모습은 그저 선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흘깃 훔쳐보았던 그녀의 '처형 지수' 또한 조금도 올라가있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죽이지 않았지."
내뱉은 거짓말에 곧장 후회했다. 아니었다. 사실 소녀의 뒷모습을 본 그 순간부터 그의 살의는 녹아내려 버렸다. 이전의 소녀와 같은 느낌을 풍기며, 자신을 향해 미소 지어준 그녀를 도저히 죽일 수 없었다.
사실, 그에게는 그녀가 언다인을 죽였든, 왕을 죽였든 그런 것들 따위는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그들과는 그다지 접촉도 없던 타인에 가까운 사이였으니 말이다.
단지 유일한 문제라면 그의 동생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군. 뒷'골' 땡기게 말이야."
적어도 동생의 손으로 그녀를 죽이게 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 또한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을 죽였건만, 그래도 형제에게는 한 없이 상냥했던 이전의 아이의 모습이 계속해서 겹쳐 보였다.
계속되는 갈등에 탄식 섞인 한숨으로 샌즈는 꼬마의 퍼즐이 준비된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하하, 오셨군! 숨 막히는 첫 번째 난관을 통과해보시지!"
사각형태의 빙판 너머로 샌즈와 꼬마가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부로 발을 내밀어선 안될걸? 무시무시한 창이 네 몸을 꿰뚫을 테니까! 게다가 그 함정을 해제할 버튼은 단 하나뿐이라고! 절대 찾을 수 없을 거다!"
자신만만한 꼬마의 태도에 소녀는 잠시 당황하는 듯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꼬마는 더욱 더 크게 웃어댈 뿐이었다.
"하하하하하!!!"
철컥-
"하하...어, 어엉?"
무언가 버튼을 밟는 소리가 들리며 꼬마의 웃음이 끊겼다. 당황하며 자신의 발 밑을 내려다 본 꼬마의 행동에 소녀가 뭔가를 눈치챈 듯 빙판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꼬마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안돼! 이건 무효야! 무효라고!!! 으아아악!!!"
보란 듯이 빙판을 건너온 소녀가 꼬마의 앞에 다가서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또 다시 저 편으로 사라졌다.
"두고 보자고!"
꼬마가 사라지고 조용해지자, 샌즈는 저도 모르게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
"...어, 난 뼈다귀 샌즈라고 해."
난데없는 자기소개에 소녀가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눈 튀김을 팔려고 하는데, 살 생각 있어?"
눈에 띄게 누그러진 말투에 소녀가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꺼냈다 싶었는지 자신의 말에 당황한 샌즈는 겨우 표정을 감추고는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흠... 가격은 5만 골드로 정할 건데, 그래도 살 거야?"
'너는 샌즈에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태도에 샌즈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래, 5만 골드에 팔도록 하지."
이에 그녀가 그 무표정으로 눈에 띄게 당황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는 반응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샌즈가 차갑게 말하며 돌아섰다. 마치 순간 스쳐갔던 그 옛 추억을 애써 떨쳐내려고 하듯이.
"하, 돈도 없으면서 입만 살아있군."
멀어져 가는 샌즈의 뒷모습을 보며 소녀는 살짝 울상을 지었다.
또 조금 걸어가니 이번에는 꼬마 혼자 나무 앞에 서 있었다. 소녀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깐 무효였어! 내가 얼토당토않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너는 꼬마에게 그래도 멋진 퍼즐이었다고 칭찬을 건넸다.'
씨익 웃어 보이며 건넨 말에 꼬마는 말을 삼키고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꼬마의 얼굴에는 순수한 기쁨이 번져갔지만 이내 고개를 홱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입 발린... 소리라니!"
말을 더듬는 걸로 봐서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듯 했다. 이에 소녀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황스러움을 참을 수 없었는지 꼬마가 소리쳤다.
"다음 퍼즐이나 헤쳐나가 보시지! 물론, 이번엔 실수 따윈 없을 거야!"
소녀가 앞으로 나서서 퍼즐 앞에 다다르자, 인상을 찡그렸다. 도저히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운 난이도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끙끙거리며 결국 입구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자, 뒤에서 지켜보던 꼬마가 답답하다는 듯 소녀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한 붓 그리기를 모르는 거야? 겹치지 않게 한 번에 걸어가면 되는 거라고!"
그제서야 소녀가 요령을 알았다는 듯, 손뼉을 짝 치며 길을 걸어나갔다. 순서대로 발판을 모두 밟은 소녀의 발 앞의 트랩들이 해제되자 꼬마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휴, 이 정도도 헤쳐나가지 못하다니! 정말 멍청해!"
짜증내는 꼬마를 향해 돌아서며 소녀는 다시 웃어 보였다.
'너는 꼬마에게 조언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아, 몰라! 조금 이따가 보자고!"
그의 태도 역시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소녀는 역시 모든 이들이 사실 착하기 그지없다고 확신하며 다시금 길을 나섰다.
한 번 미끄러지니 눈 쌓인 흙바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의지로 멈출 수 없었다. 넓은 빙판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찌어찌 겨우 퍼즐을 풀어낸 탓에 소녀는 매우 지쳐있었다. 비록 그 무표정으로 지친 기색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조금씩 흘리는 땀방울과 약간 거칠어진 호흡이 이를 나타냈다. 그리고 쉼 없이 걸어나가자 끝이 겨우 보이는 흔들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끝을 박아 넣은 나무기둥을 꼭 잡은 채 내려다 본 밑은, 끝 없는 낭떠러지였다. 한 발 내딛자, 눈이 바스러지며 저 멀리 떨어져갔다.
떨어졌을 그 당시가 순간적으로 기억났다. 저도 모르게 떨려오는 몸을 멈출 수 없었다. 소녀는 저 만치 뒤로 물러서 눈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앉아 떨림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떨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언제 오는 거야..."
꼬마가 초조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곁의 샌즈는 팔도 없는 주제에 저러다간 넘어지지 않을지 란 생각으로 꼬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역시 조금 지루해진 건 사실이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있건만, 소녀는 도통 보일 줄을 몰랐다.
"혹시, 빙판 퍼즐을 못 풀고 있는 건가?"
꼬마가 유추해내어 말하자 샌즈는 수긍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애태우는 꼬마를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작게 말했다.
"보고 오지. 꽤 멍청한 모양이야."
"맞아요! 제 퍼즐도 혼자서 못 풀더라고요!"
"무슨 소리야, 그건."
신이 나서 말하던 꼬마에게 샌즈가 날카롭게 묻자, 꼬마는 조금 위축된 듯 작아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 혼자 너무 못 풀길래..."
"그래서, 답을 알려줬다고?"
샌즈가 딱딱하게 묻자 꼬마는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에요! 그냥 힌트만 줬을 뿐이라구요!"
"하... 그래, 알았다."
뼈다귀뿐인 손으로 미간을 짚으며 샌즈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발걸음을 내딛으려 하자 꼬마가 갑자기 소리쳤다.
"인간이에요!"
"뭐?"
꼬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흐릿했지만 멀리서 조금씩 걸어오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속도는 현저히 느렸다. 보는 둘이 답답할 정도의 그 속도에 참지 못하고 꼬마가 외쳤다.
"빨리 좀 걸어, 인간!"
그의 외침에 속도는 아주 조금 빨라졌다. 보다 가까워진 소녀를 보던 샌즈는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꼬마에게 말을 걸려 했다. 하지만 꼬마는 그다지 인내심이 많지 않았다.
"어이, 꼬..."
"몸소 느껴라! 우리 국왕님이 만드셨던 무시무시한 함정을!"
꼬마가 레버를 당기자 다리의 위 아래로 여러 무기들이 튀어나왔다. 모든 무기들은 다리 위 소녀를 조준한 채, 그 위용을 뽐냈다.
'이런...'
소녀는 떨고 있었다. 작은 양 손으로는 줄을 꼭 잡은 채,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떨고 있었다. 샌즈는 식은땀을 흘렸지만, 꼬마는 이에 좋아할 뿐이었다.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잠깐만, 이제..."
샌즈가 그를 말리려는 찰나, 다리 위 소녀가 별안간 쓰러졌다.
이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꼬마였다. 사실 그 역시 저런 무지막지한 무기들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겁만 조금 주어, 자신의 위엄을 다시 살릴 생각이었었던 꼬마가 당황해 하며 샌즈를 바라보았다.
"이런 제길..."
머리가 아팠다.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수 차례 끙끙대며 몸을 비틀다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난 소녀는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달릴 듯하게 정교하게 생긴 자동차처럼 생긴 침대는 소녀에게 굉장히 컸다. 분명 키가 꽤 큰 사람이 쓰는 침대라고 생각을 하며 소녀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정신을 조금 차리니 그제서야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바람에도 엄청나게 요동치던 허공에 놓인 다리. 그 긴 다리를 건너다 이전의 그들을 마주했었다. 그리고 분명...
철컥-
"아, 깼나 보네."
소녀가 놀라며 침대로 펄쩍 뛰어들고는 이불을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방으로 들어선 자는 다름 아닌 뼈다귀 샌즈였다. 그는 소녀의 행동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숙녀의 방에 함부로 침입한 거군... 밖에서 기다리지."
끼익-
쾅-
그리 거칠게 닫진 않은 듯 했는데 소리는 굉장히 크게 울렸다. 소녀는 어리둥절했다. 지금 그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녀는 끌어당겼던 이불을 내려놓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시트와 이불을 말끔하게 정리하고는 문으로 다가섰다.
모든 몬스터가 리셋영향 안받는건가
음? 아침에 올렸던걸 창작대회로 냈군!
좋다
감사합니다, 다들./역시 제목이 너무 큰 스포였어.../네, 그 날 아침에 멋 모르고 올렸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