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어어..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언다인은 마치 닻과 사슬로 고정된듯한 무력감에 취해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공기는 매캐하고,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하고, 마치 터틀넥을 입은 것처럼 아가미가 막혀있었다. 사방이 캄캄했다.


'분명히.. 알피랑 팝, 다른 녀석들하고 하늘을 나는 강철 새 뱃속에 들어가 있었는데..'


거기서 갑자기 언다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느..느아아아악!! 감히 새 주제에 이 언다인 님을 잡아먹겠다고!

 웃기지마! 네가 강철로 된 위장이 있다면 나에겐 마법과 의지가 있다!"


언다인은 즉석에서 마법 창을 만들어 강철 새의 옆구리에 꽂아버렸다.

곧 돌무더기가 무너지는 듯한 파열음이 울리며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푸후후! 봤지? 아무리 빠르고 거대해도 이 언다인 님한테는 상대가.."


언다인은 멈칫했다.


'분명히 강철로 되어있다고 했는데.. 돌 무너지는 소리라고?

 이상해. 여긴 어디지?'


고양감을 가라앉힌 언다인은 곧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생전 처음보는 방에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땀으로 누렇게 변색된 시트와 베개, 손때가 탄 버라이어티한 무게의 덤벨, 텅 빈 에너지 드링크와 보충제 분말이 든 플라스틱 통까지..

여긴 방이라기 보단 체육관에 더 가까웠다.


'어떻게 된 건진 잘 모르겠고.. 아, 숨막혀!

 왜 이렇게 숨쉬는게 답답한거지?

 정말 터틀넥이라도 입고있는건가?'


언다인은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짚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걸 깨달은건 그 때부터였다.


"느아아아아아아아---!!!!"


아가미가 없었다.

목덜미에도, 옆구리에도, 귀 비슷한 지느러미 밑에 감춰진 아가미도 모두.

그럼에도 그녀는 숨을 쉬고 있었다.

들숨과 날숨, 부풀었다 쪼그라드는 폐, 벌름거리는 콧구멍..

잠깐, 콧구멍?


'이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느아악! 거울, 거울이 필요해!'


언다인은 몸을 일으켰다.

행동을 서두르려던 그녀의 몸에 서늘한 바람이 감기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맙소사..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지?"


언다인은 꺾이려는 무릎에 힘을 주었지만, 얼굴에 드러나는 망연한 표정까지 감추진 못했다.

생전 처음보는 도시의 빌딩과 마천루로 꽉 막힌 하늘이,

그녀의 창이 무너뜨린 낡은 건물의 외벽을 통해 펼쳐져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냐! 이건 분명히 그 능글맞은 코미디언 녀석의 장난일거야.

 이런 '골'치아픈 일을 꾸밀 녀석은 그 녀석 말곤.. 느아악!!'


혼란스러운 와중에 샌즈의 뼈개그가 튀어나오자, 언다인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정말이지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피스와 둘이서 보낼 여행 생각으로 들떠있었는데,

잠깐 사이에 이런 시궁창에 처박혀있기나 하다니!

그녀는 한숨을 쉬며 비척비척 걸음을 옮겼다.

몸 상태도 안좋은데 억지로 마법과 의지를 짜낸 탓에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언다인은 비좁고 너저분한 침실을 벗어나 거실로 나왔다.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예를 들면, 저기 저 앞에서 시뻘겋게 불타고 있는 주전자라던지..


"느아아아악!!"


언다인은 몸을 던져 불을 줄였다.

아까부터 집안을 가득 메운 매캐하고 뜨거운 공기의 정체는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예전에 꼬마하고 같이 집을 홀랑 태워먹고 홈리스가 된 이후로, 그녀는 토리엘에게 세뇌에 가까운 가스 안전수칙 교육을 받았던 전적이 있었다.

거의 노이로제까지 생길 정도로 지옥같은 시간이었고, 그건 추억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일을 떠올리니 갑자기 머리가 아찔해졌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의식이 끊겼다.


=====


"끄응.. 머리가 왜이렇게 아프지.."


데이나는 몸을 일으키다가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다.

크리티컬 히트!


"악! 망할 망할 망할! 이런 망할!"


순식간에 분노가 데이나의 팔 근육을 지배했다.

그녀는 탁자를 엎어버리려던 손이 하얗게 되도록 힘을 준 채로 한참을 버텼다.


'절대로. 안 돼. 두 번 다시는. 절대로!'


데이나는 입술을 질끈 깨문채로, 천천히 손가락을 탁자에서 풀어냈다.

문득 아린 느낌이 들어서 들여다보니, 중지 손톱이 부러져있었다.


"아, 진짜. 거지같네."


그녀는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물을 마시려고 주전자를 기울였지만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공기가 매캐한 것도 그렇고, 가스불 위에 올려놓고 깜빡 졸아버린 모양이다.

하마터면 집을 두 번이나 태워버릴 뻔 했다.


잠깐, 두 번?

데이나는 머리가 아찔해지는 감각에 무릎을 꿇었다.

역시 그 또라이 새끼한테 보충제를 사는게 아니었는데!

삼손, 그 흑인 돼지녀석은 약쟁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화약이든 비타민이든 분말로 된건 절대로 사선 안되는 상대.

하지만 보충제 복용이 불법이 된 이후로 그걸 취급하는 사람은 다

그런 부류의 인간 뿐이었다.

그늘에 숨어서, 그림자를 퍼먹고 그림자를 배설하는 석유 찌꺼기 같은 인생들.

데이나 자신도 별 다를 것은 없었다.


'이미 한 숟갈 퍼먹었으니 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데이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아쉬운대로 수돗물을 받아 갈라진 목을 축였다.


'그러고보니 수도세 안냈다고 고지서 날아왔던 거 같은데..

젠장. 그런건 존나리 꼼꼼하게 처리한다니까. 빌어먹을 공무원 새끼들.'


그녀는 공무원이나 경찰이라면 진저리를 쳤다.

양복 입은 놈들은 다 한통속이다.

얼굴도 못본 아빠란 인간이 뒷골목에서 총맞아죽었을 때도 그랬고,

혼자서 딸 키워보겠다고 몸 팔다가 약에 취해서 자기 토사물에 질식해 죽은 엄마 때도 그랬다.

서류랑 말장난만 좋아하는 무능한 새끼들.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다 똑같아.


그녀는 한숨을 쉬곤, 조용히 카트에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수도세?

내 땀이나 핥으라지.

애초부터 비렁뱅이들 뱃속에 기름쳐줄 돈 같은건 그녀의 사전에 없는 단어다.

이제 얼마 전에 봐둔 폐건물로 이사할 때가 온 것 같다.

병신들이 갈긴 그래피티도 없고, 깨끗한 물도 나오는 완전 A급.

데이나 같은 홈리스한테는 다시없을 호텔이다.

거기라면 아마 일주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동생아.'


데이나는 마지막 남은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꺼져가던 삶의 의지를 되살렸다.

방 한쪽에 놓여있던 '보충제'가 그 순간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그녀는 보지 못했다.


=====


이제 드럭테일이 어떤 느낌인지 대충 감이 오지 않음?

이 뒤부터는 에피소드 자체를 종결짓고나서 들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