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샌즈는 그리 크게 변한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그가 무의미한 시간만을 보내고 있진 않았다.

 

“꼬맹이, 이 부분 알아먹겠어?”

“이건, 이렇게. 이렇게야. 샌즈.”

“헤. 머리가 두개골인 나보다 좋네.”

 

청사진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샌즈가 가장 필요했던 건 기계공학적인 부분이었다.

베라는 그런 부분들을 모조리 메꿔 주었다. 가끔씩 이해하지 못할 만큼 앞서나간 말을 툭툭 내뱉긴 했어도 말이다.

 

둘은 서로를 보충해가며 청사진을 해독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석의 끝이 다가올 무렵, 거침없이 순항 중이던 그들은 처음으로 발이 막혔다.

 

“으음, 잘 모르겠네. 꼬맹이, 넌 어때?”

“지금 뭔가가 부족해. 분명히 기계적으로는 완성되어 있단 말이야. 그런데 들어갈 것들이 부족해. 우린 마법으로 그것들을 상정했는데 마법은 아니야. 뭔가 다른 게 분명해. 분명 다른 게 있을 거야.”

 

베라가 장황하게 자신의 말을 늘어놓는다. 샌즈는 익숙하다는 것처럼 베라의 말을 들었다. 

베라는 이렇게 자신이 말을 계속하는 것이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다른 것이라.”

 

베라가 중얼거리는 말의 핵심 내용을 파악한 샌즈가 머리를 굴렸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


“느아아아! 샌즈으! 이 아이를 봐라! 로얄가드에도 충분히 들어갈 만 한 인재다!”

 

샌즈와 베라는 신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언다인과 알피스를 찾아갔다. 

언다인은 아직 5살짜리의 인간 여자아이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언다인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샌즈와 베라는 본론으로 들어섰다. 알피스에게 자신들의 해석된 설계도를 보여준 것이다. 

그녀는 눈을 크게 하며 설계도를 들여다보았다.

 

“이건..?”

 

알피스의 눈이 빛난다. 샌즈는 기분 좋게 쿵쾅대는 자신의 영혼을 느끼며 더욱 짙게 미소를 지었다.

 

“이, 이걸로 완성할 수 있어! 샌즈! 완성시킬 수 있어! 이것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는지 알아냈어, 샌즈!”

“그래그래, 꼬맹이. 그러다 넘어진다.”

 

샌즈가 크게 한숨을 내뱉으며 보기 드물게 까불거리는 베라를 향해 말한다. 그의 한숨은 뭔가 부정적인 건 아니었다. 달성한 자의 후련함이었다.

 

누가 설계했는지는 몰라도, 이 기계를 이용한다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줄곧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 단박에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현실감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샌즈가 앞을 바라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세계가 일그러지고 있었다.

 

샌즈는 이 상황을 알았다. 멍하니, 그는 참을 수 없어 달렸다.

 

모든 것이 되감아진다.


괴물들은 다시 폐허로 돌아갔다.

 

-

 

샌즈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눈이 쌓여있는 산림지대에 와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옆으론 폐허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언제나처럼 그대로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고통스러운 만큼 기억이 무척이나 선명하다는 것이다.

 

샌즈는 뭘 해야 할지 모르고 그냥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끝없이 걷다가, 그는 자신이 이상한 곳에 들어섰음을 알아챘다.

 

괴물들이 죄다 흑백이다. 그는 본적도 없는 괴물들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들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알피스는 정말 인재야. 그런데 전 왕실 과학자, W. D. 가스터 박사는?"

"어느 날,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그가 시공간으로 흩어졌다고 말하곤 하지."

"하, 하... 내가 어떻게 안 무서워 하고 말할 수 있겠어?"

"지금 여기에 그의 조각을 들고 있어."

 

"왜 아스고어가 새 왕실 과학자를 찾는데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이해가 가는군."

"사실, 그 이전의... 가스터 박사라는 자는, 정말이지 대단했어!"

"코어가 그의 작품이라고들 하지."

"하지만, 그의 삶은... 정말 짧았지."

"어느 날, 그는 발명품에 빨려들어가선, 그리고..."

"알피스도 결국 그렇게 끝나게 될까?"

 

"아스고어가 새 왕실 과학자를 찾는데 오래 기다린 것도 이해가 돼."

"전임자... 가스터 박사 말이지."

"그의 대단함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어."

"하지만, 그의 삶은... 정말 짧았지."

"어느 날, 그의 실험이 잘못되었고, 그리고..."

"뭐, 이렇게 떠벌리면 안 되겠지."

"지금, 듣고 있는 사람에 대해 막 떠드는 건 무례한 일이니."

 

“..가스터?”

 

그들의 모든 말을 듣고는 샌즈가 중얼거렸다. 

전혀 모른다. 떠오르는 것조차 없다. 하지만 샌즈는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코어까지 만든 굉장한 사람이었다면 어째서 그가 이렇게까지 자신의 기억에 없을 수가 있을까.

 

샌즈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곧 머리를 털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것들은 답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의 말을 듣고는 뭔가를 생각할 수 있나 떠올린다.

 

청사진은 가스터 박사가 만들었다고 가정해본다. 

그런 가정을 통해 베라의 말을 따르자면 아마도 가스터 박사는 그들이 만들려던 기계에 빨려 들어갔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 듣고 있는 사람?”

 

흩어졌다고? 청사진이 잘못된 건가?

 

그럴 가능성을 떠올리곤 샌즈가 눈을 찌푸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서있는 장소가 뒤바뀐 걸 눈치채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는 자신이 공간이동을 한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눈을 찌푸린다.

 

“...”

 

바로 눈앞에 덩그러니 놓인 회색문 하나. 샌즈는 살짝 손을 들어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에는 생전 처음 보는 해골이 한 명 있었다. 

해골은 아무 말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샌즈를 슬픈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헤, 누구..”

 

샌즈가 그를 향해 말을 꺼내보려던 찰나, 순간적으로 샌즈는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오는 걸 느끼고는 자리에 쓰러졌다.

 

해골은 여전히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샌즈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쥐고는 몸을 웅크렸다. 고통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머릿속에 벼락이 터지는 느낌이다. 벼락과 함께 무언가가 떠오른다. 반복된다.

 

셀 수도 없이 아픔에 신음을 흘리고 나서야 잠잠해진다. 

샌즈는 완전히 탈진해버린 상태로 해골을 향해 손을 들었다.

 

“가스터..”

 

다음에 샌즈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원래 그가 생각하고 있던 핫랜드에 쓰려져있었다.

 

샌즈는 일어서자마자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것처럼 곧바로 스노우딘 마을을 향해 공간이동 했다. 

그리곤 자신의 작업실로 곧바로 도착해서는 기계를 완성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홀린 것처럼 그는 폐허와 통하는 문으로 향한다. 자신의 몸이 갑자기 마음대로 움직여도 샌즈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오는 인간을 맞이하고 파피루스와 함께 인간에게 퍼즐을 낸다.

 

“가스터, 아직 모자라요. 아직 그들은 고정되어 있어요. 인간은 그들을 다시 놀리고 있죠.”

 

그렇게 겨우겨우 스크립트에서 벗어난 샌즈는 무엇도 하지 않고 곧바로 작업실로 향했다.

 

“그들은 장난감이 아니야..”

 

인간은 다시 거침없이 자신의 갈길을 가고 있었다. 

인간이 아스고어의 성에 도착할 무렵, 샌즈는 겨우겨우 기계를 완성시킬 수가 있었다.

 

“녜, 헤, 헤! 여기 있었네, 형! 인간을 돕기 위해 아무래도 이 위대한 파피루스가 나서야 할 것 같아! 인간을 위해 복실이 왕의 성에 와달라고!”

 

“팝”

 

샌즈가 완성된 기계를 눈앞에 두고 바라보고 있을 때, 파피루스가 작업실로 그를 찾아왔다. 

샌즈는 그를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지만, 곧 이를 앙물고는 고개를 돌린다.

 

파피루스는 기계처럼 몸을 돌려 어딘가를 향한다.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곧 자신도 저렇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모두를 죽이지 않고 있으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샌즈는 기계를 작동시키고, 약간 망설이다 자신의 몸을 그 안으로 들이밀었다.

기계가 매섭게 빛을 내뿜으면서 서서히 작은 알갱이들을 곳곳에서 모아대기 시작했다.

 

알갱이들은 점점 모여들다가 마치 화수분처럼 펑하고 터져나간다. 지하 세계의 모든 곳에 남김없이 뿌려진다.

 

멍하니 걸어가던 파피루스가 순간 눈빛을 되찾는다.

 

“녜?!”

 

그는 자신이 어느새 이곳까지 걸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다 그는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처럼 응응거렸다. 

방금까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누군가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졌다.

 

어느새 샌즈는 어딘지도 모를 기괴한 장소에 와있었다.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장소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 가스터를 발견했다.

 

“헤, 가스터. 잊지 말자고 했는데, 잊지 않으려고 했는데, 잊어버렸었네요.”

 

가스터는 조용히 그를 슬픈 눈빛으로 응시했다.

 

“이들이 벗어나려면 높은 차원에서 온 인간의 생각들이 필요했잖아요? 그래서 우리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만든 기계를 멋대로 그런 식으로 이용했잖아요?”

“당신 덕분에 저 위에 있는 인간이 떠나도 세계는 움직였지만, 당신만으로는 부족했어요. 가스터.”

 

가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그를 자신의 곁으로 부를 뿐이었다.

 

“왜요?”

 

샌즈를 옆으로 부른 가스터가 조용히 그를 안는다. 샌즈는 가만히 그에게 안겼다.

 

“...”

 

그러다 문득 가스터의 안광이 붉게 빛난다.

어둠이 샌즈를 덮쳤다. 샌즈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피해냈다.

 

“가스터?”

 

가스터는 덜덜 떨며 손을 움직인다. 샌즈의 움직임을 따라 어둠이 움직인다. 

그를 잡아먹을 듯이 덮친다. 샌즈는 곧바로 자리에서 벗어나 공격을 피해낸다. 


하지만 어둠은 기민하다. 발이 닿는 곳마다 그 몸을 불려 샌즈를 추적하던 어둠은 그대로 그를 붙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어둠이 천천히 그를 삼킨다. 완전히 집어삼키기 직전, 가스터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사라진다. 

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린 것처럼 샌즈를 놓아주고는 뒷걸음질 친다. 

그리고는 그의 온몸이 어둠에 휩싸이고, 한순간에 그대로 사라져버린다.

 

“...”

 

혼자가 된 샌즈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조용히 몸을 옮긴다. 


샌즈는 스노우딘 마을로 가보았다. 

수많은 괴물들이 있었지만, 그를 알아보는 괴물은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것마냥 그가 있는 곳을 통과해서 다닌다.

 

결국 인간은 모두를 죽이지 않고 끝을 보았다. 

괴물들은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높은 차원의 인간은 다시 로드를 하려고 했지만, 그건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의지는, 세이브/로드는, 모든 주도권은 프리스크에게 있다.

 

그들의 주박은 이미 풀린 상태다. 프리스크만 있다면, 더 이상 누구도 되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그들의 빛나는 하루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파피루스는 또 다시 어느 날 갑작스레 나타난 해골이 되어버렸다.

 

“팝이라면, 잘 할 수 있겠지.”

 

샌즈는 조용히 그런 말을 읖조리곤 아무도 없는 초소에 앉았다.

그는 다시 되돌아왔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상으로. 


단지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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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유동이 글 좀 끼적거려 내봤다. 

가스터를 샌즈, 파피의 아버지로 설정해놓고 쓴 오리지널 떡밥 풀이용 문학이다.


애초에 가스터와 연관되어 있는데 가스터와 연관된 기억이 사라지니깐 애덜이 샌즈와 파피가 갑작스레 나타났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석했다.

떡밥 회수 못한 것도 있겠지만, 그건 생각 안나서 포함을 못시킨 거니깐. 이제 궁금한 게 있으면 너희들끼리 해결해라. 


윾동은 대답못해 멍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