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샌즈와 파피루스의 집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며 살고있다. 복받은 삶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나는 하루하루를 고되게,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나도 한때는 야생돌이었다.
또한 나도 한때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샌즈와 파피루스같이 부드럽게 마음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친구가 아닌 격하게 싸우고, 함께 사냥을 나가고, 함께 번식할 짝을 찾으러 가며 함께 살아가는 그런 친구말이다. 험난한 야생의 스노우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친구들이 있어야한다. 그랬기에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베지토이드 부족이 침략해 들어왔다. 수컷돌들은 모두 사냥을 나가있었기애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수많은 암컷돌들이 겁탈당하고 죽임을 당했다. 우리는 분노했다. 우리의 재산과 우리의 가정, 우리의 행복을 앗아간 그 미친 열무들을 정복하고자 우리는 군대를 만들었다. 나 또한 베지토이드들에게 아내와 자식들을 잃었기에 군인이 되었다.
몇 개월 뒤, 우리는 베지토이드들에게 전쟁을 선포했고, 그들의 촌락을 습격했다.
그야말로 학살의 현장이었다. 제대로 된 군대도 없이 우리에게 저항하던 마을은 순식간에 파괴당했다. 암캇 베지토이드들은 과거 그들의 남편들이 우리들의 아내들에게 그랬듯 겁탈당했고, 어린 베지토이드들은 우리의 공격에 쪼개지고 부숴지머 먼지가 되어갔다.
처음에는 나도 즐거웠다. 나 또한 암컷 베지토이드들을 겁탈하고, 무장하지 않은 베지토이드들을 공격해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먼지로 만들었다.
그러다 그 일이 벌어졌다. 내 석생에 한 획을 그은 그 사건. 아직 전쟁이 한창일때, 나는 한 베이토이드 가족의 농가를 습격했다. 순식간에 아버지 베지토이드를 죽이고 그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어머니를 겁탈했다. 나도 그때 내가 왜 그런 잔인한 행위를 저질렀는지 알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건, 내가 그 아이들의 부모를 모두 처참하게 죽여 그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때 그녀를 겁탈한 후 그녀의 아이들을 향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으깼다.그녀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죽지는 않은 상태였다. 나는 한번 더 으깼다. 여전히 그녀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죽지 않고있었다. 그때 그녀가 자신의 아이들을 향해 외쳤다. 아이들은 겁에 질린채 울고있었다.
*도.....도.....망....가....! 어......서..! 도.....망.......가!!
그녀의 몸은 흐물흐물했다. 그 순간 의지를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놀랐다. 분명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을것임에도 불구, 그녀는 의지를 지니고 자신의 아이들을 향해 도망치라고 설득했던 것이다. 그녀가 또 다시 외쳤다.
*빨....리..... 도.....망.......가라...니....까!!!
아이들이 울며 문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나는 문을 가로막고 섰다. 그리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미친듯이 겁에 질린채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무언가가 날아와 나에게 부딪혔다. 나는 그것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나는 경악했다.
그녀가 으깨진 머리를 하고도 서있었던 것이다. 몸이 녹아내리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는 프라이팬을 집어 나를 향해 기어왔다. 아니, 그녀딴에는 달려오려 노력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녀가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나는 프라이팬에 맞았다. 아프지 않다. 그녀는 울고있다.
*우.....리........아...이....들을........놔.....줘!!
그녀가 또다시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나는 또다시 프라이팬에 맞았다. 여전히 아프지않다. 그럼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또 다시 아이들을 향해 외친다.
*얘....들.....아! 내....아.......가..들아....! 어서....도....망...치렴.......! 이....엄...마가......막....고...있...을.......테...니......까....!
아이들은 미친듯이 울고있다. 나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녀는 지금 엄청난 고통을 무릅쓰고 나에게 덤비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저 서서, 멍하니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그녀가 휘두르는 프라이팬에 맞으며, 그녀의 아이들이 도망치는 것을 지켜보며,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울고있었다.
그때 그녀의 동작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고있다. 나도 울고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 나에게 말했다.
*아....이.......들........을......풀....어.......주...어...서...고마....워.....요..........
앞.......으로.......채...소를 많......이....드........시길.....바래요............
그녀는 이말을 끝으로 완전히 녹아내렸다. 완전히 먼지가 되었다. 나는 그자리에 서서 울었다. 죽은 내 아내를 생각하며, 죽은 내 자식들을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죽은 그녀를 생각하며 울부짖었다. 그때 창가에서 어떤 소리가 났다. 나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아이들이었다. 그녀의 아이들이 창문으로 모든것을 지켜보고있었다. 그녀의 아이들도 울고있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애타게 찾으며, 그렇게 울고있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 창가의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도망치지도, 겁먹지도 않았다. 그저 울며, 내게 부탁을 했다.
*아저씨....부탁이에요....! 저희도.....제발 저희도 죽여주세요......!!
나는 거절했다. 나는 차마 죽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아이들이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그들은 죽은 자기 어머니를 따라 가고싶었으리라. 그때 한 아이가 울부짖었다.
*제발...! 제발 그냥 우리 좀 죽여달라고 더러운 살인마 자식아!!
그러더니 자신의 머리를 창문에 박기시작했다.  창문이 깨졌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발....제발.....그냥....죽게해줘.....
그녀가 흐느낀다, 애타게 흐느낀다. 그러더니 깨진 유리조각을 주워 자신의 동생을 찔렀다. 그 아이는 도망을 치지도 않고 그저 웃는 얼굴로, *이제 엄마를 만날 수 있는거야...? 하며 먼지가 되었다.
그 광경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곧 자신의 목을 향해 유리조각을 휘둘렀다. 나는 막기위해 달려갔다. 하지만 늦었다. 그녀는 이미 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미...늦었어 더러운 살인마자식.....
그녀는 이말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저 가만히 서서,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있는 아름다운 돌들을 바라보며, 그저 울었다. 울고 또 울며 내가 한 모든일에 대해 사죄를 했다. 지켜주지 못한것에 대해 내 아내와 자식들에게 사죄했고, 그렇게 수치스럽고 끔찍하게 죽인것에 대해 그녀에게 사죄했고, 마지막으로 어쩌면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그녀의 아이들에게 사죄했다.
사죄하며 나는 길을 떠났고, 걷고 또 걷고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 눈이 쌓인 길 한복판에서 쓰러졌다.

이것이 내 과거 이야기이다.
정신이 들고 깨어나보니 나는 접시에 담겨 설탕을 뒤집어쓴채 이곳에 와 있었다. 그리고 샌즈와 파피루스를 만나게 되었다.
후에 샌즈를 통해 알게 되었던 사실인데, 그녀가 마지막에 남긴 말, 채소를 많이 먹길 바란다는 말은 베지토이드들 사이에서 용서의 의미로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그녀는 나에 의해 죽어가면서도 나에게 자비를 베풀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밤, 나는 온 밤을 울며 지세웠고, 그 이후로 그들에게 속죄하며 겨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