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파에 앉아서 잠깐 졸고있던 파피루스는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린 쪽을 반사적으로 쳐다보았다. 뭐, 이 집에 들어올 것은 하나밖에 없지. 아직 부팅이 덜끝난 흐리멍텅한 머리로도 그런 생각이 들자, 시야 너머로 파란 후드가 보였다. 역시 샌즈였다.


샌즈는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파피루스에게 다가오더니, 보란듯이 두 팔을 벌리며 파피루스에게 말했다.


 "이봐, 팝. 네가 마음에 들어할 선물을 가져왔어."

 "녜헤! 뭔데, 샌즈?!"


선물! 그 한마디에 파피루스는 단숨에 의식이 선명해지며 현관쪽으로 달려나왔다. 기대에 가득찬 얼굴을 가득 머금었던 파피루스는 샌즈가 가져온 것을 보더니 그대로 점점 굳어가 끝내 정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샌즈가 재미없는 농담을 세 번은 연속으로 했을 때의 얼굴이었다.


 "이봐, 형. 그거…설마…!"


파피루스는 질색한 표정으로 샌즈를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샌즈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대신, 샌즈의 머리 위에 자그만 무언가가 올려져 있었다. 그것은, 작고 동그란.


 "그거, 설마, 돌이야?"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파피루스가 물었다. 그 표정을 보고 샌즈는 정말로 만족했다는 듯이 히죽 웃으며 머리에 얹혀진 돌을 집어들고 파피루스에게 내밀었다.


 "그래. 하지만 틀렸어. 이건, '그냥 돌'이 아니야."

 "그럼…?"

 "이건… '애완 돌'이야."

 "애완…돌이라고…?"


그 말에 파피루스는 마침내 완전히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잠시 두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떠는가 싶더니, 샌즈를 향해 소리치며 폭발하고 말았다.


 "그거, 정말……'쩌는' 돌이잖아!!!"


방금까지의 생각 없는 표정이 거짓말인 듯이 파피루스는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양 팔을 붕붕 휘두를 정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 아이가 동경하던 슈퍼 스타를 만났을 때 할 법한 행동이었다.


 "헤, 맘에 들었다니 다행인데. 그래, 난 이걸 키울 생각이야."

 "녜헤! 이런 '쩌는' 돌을 키운다면, 내가 말릴 이유가 없지!"


이런, 당장 돌을 올려둘 접시를 가져와야겠군! 이라고 소리치며 파피루스는 호들값스럽게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는 찬장마다 빈 감자칩 봉투와 스파게티를 보관하는 통만 나올 뿐, 접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싱크대를 열어보니 접시 대신 이상한 개 한마리가 둥글게 말려 잠을 자고 있었다.


 "이거, 정말 머리뼈가 지끈지끈할 정도로 좋아하는 걸?"


경비를 땡땡이친걸 들키지 않으려고 장난으로 시작한 일에 파피루스가 이렇게까지 좋아해줄 줄은 몰랐던 샌즈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애완용 돌을 책상에 올려두었다. 아무래도 이 돌과의 인연은 좀 오래 갈 것 같았다.







 '샌즈! 또 돌한테 먹이를 주는 걸 잊어버렸잖아!'


샌즈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파피루스는 어지간히 그 돌이 마음에 들었는지, 샌즈가 경비 일을 내팽개치고 핫도그를 팔러 다니던 산책을 나가던 때 질타하는 빈도보다 애완용 돌에 소홀한 것에 더 많은 꾸중을 들어야 했다.


 "이런, 또 깜빡해 버렸군. 이렇게 먹이를 안주다보면 돌이 푸석푸석해지는 건 아닌가 몰라?"

 "샌즈!!"


한 눈으로 윙크를 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샌즈에게 파피루스는 발로 땅을 마구 밟으며 화를 냈다. 그러면서도 얼굴에 희미하게 그려진 웃음이 평소와 같은 파피루스였기에 샌즈를 안심시켰다.


어디서 구했는지 파피루스가 직접 공수해온 접시 위에 올려진 돌은 문 앞에 있는 책상에 자리잡게 되었다. 항상 먹이주는 것을 '까먹는' 샌즈 대신 애완 돌의 물과 먹이를 담당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파피루스의 담당이 되었다.







파피루스는 스파게티에 쓸 재료를 줄여가며 애완용 돌의 먹이를 챙겨주게 되었다. 소금, 설탕, 토마토, 지렁이, 케첩, 마요네즈……점점 다양해지는 먹이를 보고 샌즈는 아무리 그래도 기가 찼는지


 "이봐 팝. 돌 먹이는 설탕이면 충분해."


라고 말하자, 파피루스는 녜헷! 내가 그건 몰랐군! 이라고 웃으며 그 때부터 설탕만 계속 뿌려주기 시작했다. 더이상 샌즈에게 먹이를 주는걸 깜빡하지 말라고 질타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돌을 스스로 돌보는게 어지간히 맘에 든 모양이다. 







 "……헤."


샌즈는 이 돌에 엮인 일을 하나둘 떠올리며 애완용 돌을 사랑스러운 듯이 쓰다듬었다. 뼈가 돌의 까끌한 표면에 긁히면서 듣기 싫은 소리가 집안에 퍼졌지만, 다행히도 집에는 샌즈 혼자였다. 파피루스가 들었으면 '형, 그런 소음을 내면 돌이 불쌍하잖아!' 라면서 샌즈에게 삿대질을 해올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그래줬으면 좋았을 텐데.


샌즈는 눈을 질끈 감았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지만, 벌써 아득하게 옛날 일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이 짧은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샌즈는 부엌에서 설탕 봉지를 가져와 '먹이'가 떨어진 돌 위에 수북히 뿌려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미안하게 됐는걸. 니가 '본'것과 같이, 더이상 먹이를 챙겨줄 사람이 없을 것 같거든."


더이상 알갱이가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샌즈는 봉투를 탈탈 털어가며 돌 위에 쌓아주었다. 돌의 표면을 타고 흘러내려 접시를 가득 덮어버린 설탕이 이정도면 한동안 먹이를 주지 않아도 알아서 버틸 것이라는 귀찮은 샌즈의 어림짐작을 표현해 주었다.


 "그럼, 나는 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 집 잘 보고 있으라구."


체념한 듯이 어깨를 떨어뜨리며 샌즈는 돌에게 말을 걸더니, 다음 순간 집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더이상 돌 위엔 설탕 가루가 뿌려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돌 위엔 서서히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의외의 시리어스

대회보고 생각난거 바로써봄


짤출처 http://ccc7ccc.tumblr.com/post/132685323767/this-is-my-brothers-pet-rock-he-always-forg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