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4화.


*너는 뻔한 인사말은 그만두고 싶다 말한다.


 "고마워요!"

 "다음에... 또 놀러 와..."

 '너는 냅스타블룩에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헤헤... 나도 재밌었어..."

 말을 마친 냅스타블룩이 사라지자 꼬마가 소녀를 재촉했다.

 "가자달팽이 경주는 다음에 꼭 또 하러 와야겠어!"

 들뜬 꼬마의 태도에 소녀는 키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내내 신이 나 보이던 꼬마가 걸음을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꼭대기가 간신히 보이는 뾰족한 산 아래에 뚫려있는 터널 앞에서 앞서가던 꼬마가 등을 돌려 소녀를 바라보았다.

 "나의... 아니우리 국민들의 영웅이었던 언다인이 결투를 하던 곳이야..."

 말을 마친 꼬마가 고개를 푹 숙였다왠지 모를 숙연함에 소녀는 말없이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터널을 걸어가면 핫랜드가 나올 거야미안한 얘기지만난 아직 그 곳에 적응을 못하겠더라고혼자 갈 수 있지?"

 소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태도에 꼬마가 조금은 안심된다는 듯 말했다.

 "그래넌 할 수 있을 거야넌 강하니까."

 잠시 말이 없던 꼬마는 소녀를 지나쳐 걸어가다 말을 꺼냈다.

 "...왜 이런 말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소녀가 꼬마를 향해 돌아보았다둘의 눈이 마주쳤다.

 "언다인을 잊지 말아줘."

 그 말을 끝으로 꼬마는 저 편으로 뛰어나갔다시야에서 꼬마가 사라지자 소녀는 그의 말을 속으로 되뇌였다.

 그 순간 다시 가슴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다식은땀이 흐르고호흡이 거칠어졌다잠시 숨을 고르던 소녀의 머릿속에 수 많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대체 무슨 일들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처음 보는 갑옷의 여성이었지만그녀가 언다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그런 그녀를 죽여버리는 자신의 모습이것은 대체...

 "..."

 견디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은 소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끔찍한 고통에 허우적대던 소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뜨거운 핫랜드에 진입했을 때는 몹시 놀랄 수 밖에 없었다워터폴과는 정반대로 바닥에 용암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들어선 입구의 계단으로 올라서니 발견한 엘리베이터를 타자 어느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이미 밤이 되 있는 마을 한 가운데의 위치한 건물로 들어서니또 다시 정 중앙에 놓인 문이 눈에 들어왔다문을 바깥으로 나 있었다긴 다리를 건너니 용도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건물로 들어설 수 있었다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엘리베이터는 역시 이용 가능했다엘리베이터가 향한 곳에 도착하고는 내리자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화려하게 장식된 문이 보였다소녀는 망설임 없이 걸어 들어갔다.

 한 가운데에만 조명 하나가 비춰져 있어 내부는 어두웠다.

 철컹-

 더듬거리며 다리를 건너 중앙으로 향하자 돌연 조명이 꺼졌다갑자기 드는 오한에 소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

 금속이 긁히는 괴기스런 소리에 소녀가 귀를 막았다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고오히려 더 커질 뿐이었다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끼긱... ..."

 -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엇인가 나타났다반대편으로 향하는 다리를 부숴버린 그것은 거대했다그 거대한 몸집을 올려다보며 소녀는 겁에 질렸지만겨우 떨지 않으려 애썼다이윽고조명이 다시 켜지고 괴물의 외형이 드러났다.

 "끄히히히히힉!!!"

 수 십개의 파이프를 일렁이며 자리한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기계였다하지만 단순히 기계로 치기에는 가슴 정 중앙에 박힌 눈알 두 개가 너무도 기괴했다.

 "치이익-!"

 증기가 끓는 소리와 함께 파이프 하나가 소녀를 향해 달려들었다피할 겨를도 없었다그대로 파이프는 소녀의 옆구리를 스쳐갔다스쳤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에겐 중상이었다깊이 찔리진 않았지만이내 적잖은 피를 흘리며 소녀가 숨을 헐떡였다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옆구리를 움켜쥘 뿐이었다다 해져버린 반창고는 그녀의 몸을 지키기엔 너무 약했다.

 "치이익-!"

 또 다시 파이프가 날아왔다이번엔 왼팔이었다이번엔 스치지 않았다팔목을 정확히 관통한 파이프 쪽으로부터 어마어마한 고통이 밀려왔다결국 소녀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소리 없는 비명에 기계는 마치 비웃는 듯 이전의 금속 소리를 다시 흘렸다.

 "...... ..."

 더 이상 버틸 힘도 없었는지 소녀가 쓰러졌다.

 "치이익-!"

 다시 들려오는 증기 소리에 소녀는 눈을 감았다죽음을 직감한 채모든 것을 놓아버린 그 때파이프가 날아오는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소녀의 귀에 들려왔다.

 우우웅-

 -

 "끄이익...? !!!"

 겨우 눈을 뜨니 소녀를 향해 날아오던 파이프는 반 이상이 부서져있었다놀란 소녀가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꼬마야!!!"

 푸른 후드를 펄럭이며 달려오는 그는샌즈였다소녀에게 다가선 샌즈는 빠르게 후드를 벗어 소녀에게 입혀주고는 앞으로 나서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알피스!"

 "...샌즈...?"

 샌즈의 외침에 기계의 일부분이 유리창으로 바뀌더니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흰 가운을 입은 노란 공룡의 외형을 한 여성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샌즈를 내려다보았다.

 "...히힉... 무슨 짓이야... 비켜... 샌즈."

 "아니너야말로 물러서그 끔찍한 괴물도 당장 치워버리고!"

 샌즈의 격앙된 외침에 손톱을 물어뜯던 그녀는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맞서 외쳤다.

 "메타톤이... 메타톤을 보고 끔찍하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어!!!"

 "아니그건 메타톤이 아니야그런 미친 기계를 만드려고 다른 괴물들을 희생시킨거야?"

 샌즈의 충격적인 말에 알피스는 헉 소리를 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걸 어떻게...?"

 "어찌 모를 수 있겠어... 저 눈동자들이... 쉴 새 없이 말하고 있다고괴롭다고어서 죽여달라고 말이야!"

 "아니야!!!"

 알피스가 비참하게 외치며 조종간을 당겼다그와 동시에 수 십 개의 파이프들이 일제히 샌즈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이잉-

 샌즈가 손을 뻗자어디선가 나타난 해골들이 입에서 빛을 내질렀다빛에 닿은 파이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어떻게... ... 네가... 이럴 수 있어..."

 조종간을 꼭 잡은 채 고개를 숙인 알피스가 중얼거렸다샌즈가 식은땀을 흘리며 뻗었던 손을 거두자 그녀가 다시 소리쳤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네 동생의 뜻에 반하려는 거야!!!"

 "...지금 모든 건 잘못되어있어... 너도 마찬가지야..."

 샌즈가 다시 손을 뻗자 다시 나타난 해골들이 기계를 산산이 부숴버렸다.

 "안돼!!!"

 알피스의 비명이 무너지는 기계의 굉음에 묻혀갔다.

 소동이 가라앉고 잠시 후무너진 기계의 잔해들 속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 알피스가 다시 바닥에 엎어져 눈물을 흘렸다.

 "내가 잘못되었다고내가??? 내가!!!"

 "...넌 뒤틀려있어..."

 "...... 크히히히히!!! 히히히히히!!!"

 정신 나간 사람처럼 수 차례 웃어대던 알피스는 겨우 웃음을 멈추고는 샌즈를 바라보았다.

 "내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메타톤도... 그리고... 그리고..."

 다시 눈물이 흘렀다눈물을 멈추지 않아 볼을 타고 흘렀다그 때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소녀가 샌즈의 곁으로 다가서서 그의 손을 잡았다샌즈가 놀라며 소녀를 바라보자 알피스가 소녀를 향해 외쳤다.

 "이젠 언다인도!!! 내 곁에 없어!!! 내 삶의 이유가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온 힘을 쏟아낸 외침이었는지 그녀가 지쳤는지 고개를 떨궜다샌즈는 씁쓸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니꼬마야내가 생각을 잘못했구나미안하다."

 '너는 샌즈에게 미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착하구나..."

 샌즈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피스는 피식 웃으며 힘겹게 말했다.

 "난 알고 있어... 넌 사실 어찌되든 상관 없었던 거야... 그 누가 죽든 간에... 네 동생만이 무사하면 그만이라고..."

 "...그렇지 않아."

 "아니그렇지 않고서야홀로 그리 담담할 수 있겠어... 방관자야."

 겨우 말을 마친 알피스가 몸을 끙끙거리며 일으켰다눈물과 피로 얼룩진 얼굴에 소름 끼칠듯한 미소가 그려졌다.

 "...끅끅... 이젠 지쳤어... ..."

 일그러진 미소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알피스는 낭떠러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안돼!"

 샌즈가 달려갔지만 이미 그녀는 몸을 던진 후였다눈 깜짝할 사이에 떨어져 어둠에 묻혀버린 알피스를 보며 샌즈는 손을 들어 얼굴에 감싸 쥐었다소녀는 말없이 샌즈의 등 뒤로 다가서서 그를 안아주었다.

 "."

 갑자기 느껴지는 온기에 샌즈가 놀라며 뒤돌았다몸 여기저기에 피가 쓸린 채 자신을 바라보며 웃어주는 소녀의 모습에 샌즈는 울컥하는 마음으로 소녀를 껴안았다.

 "...일단 상처를 좀 치료해야겠네."

 말을 꺼낸 샌즈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꺼낸 건 핫도그였다.

 "먹어-캣이야."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소녀가 빵에 끼워진 소시지를 보고 나서야 이해한 듯 샌즈를 노려보았다고양이 얼굴이 귀엽게 그려진 소시지를 본 소녀의 눈빛에 샌즈가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이봐이 정도 농담은 좀 받아달라고."

 샌즈가 부숴진 기계의 잔해들을 밟으며 저 편으로 향하며 말했다.

 "꼭꼭 씹어먹어다 먹으면 천천히 걸어와."

 핫도그아니 핫-캣을 먹으며 몸이 점점 낫는 것을 느낀 소녀가 샌즈를 바라보았다.

 '너는 샌즈를 불러 세웠다.'

 "...꼬마야넌 이 곳에서 날 마주해선 안 되는 거였어정해진 자리에서곧 보게 될 거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샌즈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