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눈앞에는 살인자, 등 뒤에는 아스고어 뿐이었다. 지금 물러서면 세상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 지나치게 적었다. 심판의 복도를 메운 서늘한 공기를 무시하고 샌즈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만두지 않으면 내 ‘특별한 공격’을 받게 될 거야.”


  하지만 인간은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겠지. 이미 이야기를 하려는 시도는 몇 번이나 했었다. 폐허의 여자와 했던 약속도, 파피루스와 했던 약속도 샌즈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샌즈는 다시 공격할 준비를 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보다 인간이 공격할 ‘턴’을 주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


  샌즈는 귀를 의심했다. 얼이 빠져서 한순간 뻗었던 손에까지 힘이 풀려버렸다.


  “뭐라고?”

  “자비를 베풀게. 우리가 친구라면 그래야 한댔잖아.”


  샌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인간을 바라봤다. 의도를 읽을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지금? 내가 자비를 베풀 때에도 공격했었으면서 어째서? 샌즈는 자잘하게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체력은 바닥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칼을 놓았다. 샌즈는 꽉 쥔 제 손을 보며 헤 헛웃음을 흘렸다. 손이 저릿했다.


  ‘형, 나는 그 인간을 믿어볼게. 먼저 가 있어도 돼!’

  ‘부탁이에요. 혹시 이 문으로 인간이 나오면...’

  ‘알피스가 지금쯤 아스고어에게 연락을 넣었을 거야!’


  샌즈는 지금이 모든 것의 갈림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차라리 이대로 인간을 죽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괴물이 죽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인간의 의지’가 원인이 아니었다면?


  시간선이 비틀린 원인이 인간의 의지라는 전제가 틀렸다면 모든 것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짧은 순간동안 샌즈는 침묵했다. 어느 새 주먹 쥔 손이 풀려 있었다. 엄지손가락부터 말아 쥐고 샌즈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헤. 그래. 잘 생각했어,”


  샌즈는 아스고어의 알현실을 향해 뒤를 돌았다.


  샌즈는 걸음을 옮겼다. 심판의 복도가 샌즈 한 명에게는 너무나 넓었다. 거대한 공간에 가득 찰 만큼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나는 믿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마음을 고쳐먹으면...’

  ‘인간을, 지켜봐주고 보호해주세요.’


  차라리 인간이 지금 칼을 주워들고 공격해주지는 않을까. 작은 기대 같았던 상상은 생각으로만 그쳤다. 아스고어가 기다리고 있을 정원 앞에서 샌즈는 다시 인간을 향해 돌았다. 한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갈까? 친구.”


  방귀쿠션이 없는 게 유감이로군.





죽은갤에 문학 싸지르기.

2편이 나올만큼은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링크:

[콘티대회] 창고디어 대방출 4(비몰살루트)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15498


가끔은 어두운 문학글이 땡길 때도 있지.

자급자족한다 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