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이 너무 짧은 것 같아서 추가해서 재업함.

-제일 밑에 요약있음.





  샌즈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눈앞에는 살인자, 등 뒤에는 아스고어뿐이었다. 지금 물러서면 세상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 지나치게 적었다. 심판의 복도를 메운 서늘한 공기를 무시하고 샌즈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만두지 않으면 내 ‘특별한 공격’을 받게 될 거야.”


  하지만 인간은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겠지. 이미 이야기를 하려는 시도는 몇 번이나 했었다. 폐허의 여자와 했던 약속도, 파피루스와 했던 약속도 샌즈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샌즈는 다시 공격할 준비를 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보다 인간이 공격할 ‘턴’을 주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


  샌즈는 귀를 의심했다. 얼이 빠져서 한순간 뻗었던 손에까지 힘이 풀려버렸다.


  “뭐라고?”

  “자비를 베풀게. 우리가 친구라면 그래야 한댔잖아.”


  샌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인간을 바라봤다. 의도를 읽을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지금? 내가 자비를 베풀 때에도 공격했었으면서 어째서? 샌즈는 자잘하게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체력은 바닥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칼을 놓았다. 샌즈는 꽉 쥔 제 손을 보며 헤 헛웃음을 흘렸다. 손이 저릿했다.


  ‘형, 나는 그 인간을 믿어볼게. 먼저 가 있어도 돼!’

  ‘부탁이에요. 혹시 이 문으로 인간이 나오면...’

  ‘알피스가 지금쯤 아스고어에게 연락을 넣었을 거야!’


  샌즈는 지금이 모든 것의 갈림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차라리 이대로 인간을 죽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괴물이 죽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리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샌즈가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주변 공기가 날카로워졌다. 파피루스도, 언다인도, 다른 괴물들까지 인간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어차피 되돌려질 것, 하며 방관만 하고 있던 사이에.

  언다인의 창이 등을 떠미는 것 같다. 샌즈는 당장이라도 ‘자비’라는 말 따위 철회하고 인간을 공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만일 ‘인간의 의지’가 원인이 아니었다면?


  시간선이 비틀린 원인이 인간의 의지라는 전제가 틀렸다면 모든 것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단 하나의 가능성이 샌즈의 소매를 붙잡고 있었다. 생각은 길었지만 순간은 짧았다. 샌즈는 침묵했다. 어느 새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이 풀려 있었다. 다시 손가락을 말아 쥐고 샌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헤. 그래. 잘 생각했어,”


  샌즈는 경고를 했고, 인간은 경고를 받아들였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단지 너무 늦었다는 것만 빼면. 샌즈는 아스고어의 알현실을 향해 뒤를 돌았다.

  차라리 인간이 지금 칼을 주워들고 공격해주지는 않을까. 작은 기대 같았던 상상은 생각으로만 그쳤다.


  샌즈는 걸음을 옮겼다. 심판의 복도가 샌즈 한 명에게는 너무나 넓었다. 거대한 공간에 가득 찰 만큼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나는 믿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마음을 고쳐먹으면...’

  ‘인간을, 지켜봐주고 보호해주세요.’


  아스고어가 기다리고 있을 정원 앞에서 샌즈는 다시 인간을 향해 돌았다. 한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갈까? 친구.”


  방귀쿠션이 없는 게 유감이로군.


  ***


  “꽃이 울다니...”


  아스고어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봤다.


  “무슨 일인가?”


  샌즈를 보고 조금 놀라하는 기색은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샌즈는 픽 헛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일이라고 말해야하나. 아마 알피스의 연락이 아직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스고어는 인간을 인간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못 보던 괴물이로군.”

  “인간이야.”

  “뭐...?”


  샌즈의 대답이 끝나도 아스고어는 바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 상황이 그저 어리둥절한 것 같다. 오히려 인간이 아스고어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샌즈가 여유롭게 등을 돌려 인간을 가로막았다.


  “저쪽이 아스고어. 괴물의 왕. 여기는 인간. 서로 인사해. 방귀쿠션이라도 빌려줄...”

  “차라!”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샌즈의 눈이 번뜩였다. 아스고어가 창으로 플라위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아스고어의 사정거리를 벗어난 것은 샌즈가 처리했다.


  “나, 난 널 도와줄 수 있어! 같이 싸우자! 응?”


  말하는 꽃이라니.


  샌즈가 할 말을 잃은 사이에 플라위는 땅속으로 파고들었다가 인간의 발치에서 튀어나왔다. 샌즈가 마법으로 된 뼈를 띄우고 플라위를 겨누었다. 인간을 죽이면 안 돼. 아니, 죽여야 해. 어쩌면, 죽이면 안 돼.

  마음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더 이상의 방관은 용납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 용납 받느냐 하면... 글쎄.

  샌즈는 공격을 준비한 상태에서도 픽 웃어버렸다.


  “걱정하지 마, 플라위. 샌즈는 내 친구야. 나는 이제 여기서 행복하게 살 거야. 남아있는 모두와 함께.”

  “......”


  꽃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인간은 진심으로 설레는 듯한 얼굴이었다.


  “싫어?”

  “아, 아니!”


  플라위가 세게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향해 화살처럼 겨누어진 뼈다귀, 이미 삼지창을 들고 경계태세에 들어간 아스고어. 차라의 말이 어디까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습이 불가능해진 건 분명했다.


  “차라, 혹시...”


  플라위는 조심스럽게 말머리를 꺼내다가 입을 다물었다. 파고들지 않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 같았다. ‘샌즈와의 싸움도 끝내고 온 거냐’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나온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잊으면 안 돼. 지금의 차라는 내가 알던 차라가 아니니까.


  다행히 플라위의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샌즈는 어깨를 으쓱하며 뼈를 치웠다.


  “네 친구인가보네.”

  “응.”


  인간은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고어가 샌즈에게 어떻게 된 거냐며 설명을 부탁했다. 때맞춰 알피스가 도착했다. 인간을 보자마자 알피스는 굳어버렸다.






공격을 마친 플라위가 다시 한 번 개추 알갱이를 날렸... 까지 쓰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참고링크:

[콘티대회] 창고디어 대방출 4(비몰살루트)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15498



올리고 나서 바로 현타와서 ‘하하 그래. 내가 이래서 문학2차창작을 때려쳤었지.’ 하고 있었는데 후한 평가 고맙다.

읽을 만했었다니, 피드백 포함 내용 더 추가해서 진행시켜봤어. 패러디소설은 간만이네.




대다수의 갤럼들을 위한 요약 텍스트.


*몰살루트가 진행 중이다.

*당신은 자비를 베풀었다.

...

...

...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돌아갈까?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