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http://m.dcinside.com/view.php?id=undertale&no=189985
3편 http://m.dcinside.com/view.php?id=undertale&no=205616
* 당신은 붉은 낙엽 위에 손을 얹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당신의 귀를 간지럽혔다. 당신은 낙엽을 손으로 헤치고 놀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땅바닥에서 유독 한 곳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언가가 떨어져 있는 줄 알고 집으려 했다가, 바닥 자체에서 빛이 나는 것을 알았다. 빛에 손을 뻗자 온기가 당신의 손끝을 감쌌다. 몸이 따뜻해지며 더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당신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토리엘이란다. 그 방에서 나온 건 아니지?\"
* 당신은 얼떨결에 나가지 않았다고 대답해버렸다.
\"다행이다. 그 방 앞에는 내가 말해주지 않은 퍼즐들이 있단다. 혼자서 푸는 건 위험해요.\"
* 당신은 나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아직 위험한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알겠지?\"
* 당신이 알겠다고 대답하자, 토리엘은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당신은 토리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괜한 걱정을 끼치기는 싫었다. 당신이 퍼즐을 잘 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안심할 것이다.
당신은 방 한 켠에서 개구리 괴물을 또 만났다. 이번에는 당신에게 뛰어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번에 만난 괴물과는 다른 것 같았다.
\"개굴, 개굴. (실례할게, 인간.)\"
* 개구리의 입은 개굴개굴 소리만 냈는데, 신기하게도 당신이 쓰는 언어로도 그의 말이 들려왔다.
\"(괴물들과 싸울 때를 위한 조언 하나 해줄게.
특정 행동을 하거나 거의 쓰러뜨릴 때까지 싸우면 말이지, 괴물들은 너랑은 더 싸우려 하지 않을 거야. 괴물이 너랑 싸우고 싶어하지 않아하면, 부디...... 자비를 보여줘, 인간.) 개굴.\"
* 당신은 개구리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누군가와 싸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아니, 그게 익숙하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당신은 몸집도 작고 힘도 약했다. 그랬기에 당신은 늘 괴롭힘을 당하는 쪽이었다. 누군가에 의해 다치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괴롭고 슬픈 일인지 당신은 잘 안다. 당신은 그 아픔을 남에게는 주지 않을 거라고 굳게 다짐했다.
그 다음 방에는 바닥 색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곳에 발을 딛자, 바닥에 구멍이 뚫리며 당신은 아래 층으로 떨어졌다. 당신은 놀라서 눈을 꼭 감았다. 다행히 곤두박질치지 않고 천천히 떨어져 내려서 당신은 다치지 않았다. 당신은 벽에 난 구멍을 통해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당신은 그 바닥 색깔을 잘 기억해 두기로 했다.
다음 방에 들어서자 벨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토리엘이야. 딱히 이유가 있어서 전화한 건 아니고...... 시나몬과 버터스카치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니?\"
* 당신은 어느 한 쪽이 더 좋은 건 아니었지만, 일단은 시나몬으로 대답했다.
\"아, 그래. 알려줘서 고맙구나!\"
* 뭔가를 만들고 있는 걸까. 당신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벨 소리가 또 울렸다.
\"여보세요? 또 물어볼 게 있어서...... 버터스카치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 네 취향이 어떤지는 알지만...... 접시에 그게 담겨 있으면 안 먹을 거니?\"
* 당신은 잘 먹을 거라고 답했다. 요리사의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알았어요. 그나저나, 잘 참아주어서 고맙구나.\"
* 당신은 이미 지루함을 못 이기고 방을 나섰지만, 토리엘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당신은 벽에 박혀 있는 석판의 글씨를 읽었다.
네 개의 회색 바위 중 세 개는 밀어야 한다.
* 당신의 앞에 바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당신은 그것을 네모난 발판 위까지 밀어 보았다. 그러자 다음 방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가시가 사라졌다.
그 다음 방에는 아까 봤던 색이 다른 바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당신은 시험 삼아 한 발을 내딛었다. 빠지지 않았다. 눈속임이라고 생각한 당신은 보통 바닥을 걷듯 척척 걸어갔다. 그러다 바닥에 구멍이 뚫리며 당신은 또 떨어졌다. 이번에도 다치지는 않았다.
낙엽을 밟지 마시오.
* 당신은 석판을 읽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낙엽이 쌓이지 않은 곳이 일정한 길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당신은 그 모양을 머릿속에 그리며 위로 올라가려 했다.
\"꾸르륵, 꾸륵.\"
* 무언가가 당신의 앞을 막아섰다!
이번 괴물은 꼭 커다란 젤리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당신은 젤리를 먹기 전 숟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몽글몽글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했었다. 젤리 괴물은 당신에게 어떤 행동을 하지도 않고, 그저 꾸륵꾸륵 소리를 내며 출렁일 뿐이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당신의 머리를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당신은 바다를 떠다니는 해파리처럼 양팔을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젤리 괴물의 출렁이는 동작에 맞춰서, 당신도 열심히 흐느적거렸다. 당신은 몽글거리는 젤리가 된 기분을 느꼈다. 마치 괴물과 당신이 나란히 서서 춤을 추는 듯했다.
젤리 괴물은 당신과의 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순순히 물러갔다. 평화적으로 해결했다는 뿌듯함이 당신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다음 방에는 바위가 세 개 있었다. 당신은 석판의 내용을 생각하며 두 개를 발판 위로 밀었다. 그런데도 물길을 건너는 다리 위의 가시들이 사라지지 않았다. 당신은 고개를 갸웃하며,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나머지 바위도 밀려고 했다.
\"어허, 이보쇼! 누가 밀어도 좋다고 했지?\"
* 바위에서 목소리가 들려 당신은 손을 뗐다. 로켓을 타고 와서 신기한 괴물들을 만나는 이곳에서, 말하는 바위 정도는 꽤나 평범해 보였다.
당신은 발판이 있는 쪽으로 움직여 달라고 부탁했다.
\"음? 그러니까 저쪽으로 움직여 달라고? 좋아, 특별히 해주지, 귀염둥이.\"
* 바위는 발판 방향으로 조금 움직인 뒤 멈췄다. 당신은 조금 더 움직여 달라고 말했다.
\"음? 조금 더 움직여 달라고? 좋았어, 이건 어때?\"
* 이번에도 조금 움직였지만, 발판 방향이 아닌 다른 쪽이었다. 당신은 이 방향이 아니라고 말했다.
\"음? 이 방향이 아니었나? 좋아, 이제 알겠다.\"
* 바위는 드디어 발판 위까지 움직였다. 그러자 다리 위의 가시들이 사라졌다.
\"도움이 됐나?\"
*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했다. 당신이 다리를 건너려고 다가가는 순간, 가시가 다시 튀어올랐다. 놀란 당신이 뒤돌아봤더니, 움직이는 바위는 발판 위에서 물러나 있었다. 당신은 바위에게 한 번 더 부탁했다.
\"음? 저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아주 제대로 굴리는군 그래.\"
* 바위는 다시 발판 위로 갔다. 당신은 바위가 또 움직일지 몰라 서둘러 다리를 건넜다.
그 다음 방에는 아까 봤던 따뜻한 빛이 있었다. 빛에 손을 뻗자, 바위를 미느라 들었던 힘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당신은 복도를 쭉 걸어갔다.
\"zzzzzzzzzzz.......\"
* 다음 방의 한가운데에는 흰 천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유령이 누워 있었다. 유령은 잠든 것처럼 보였지만, 실눈을 뜨다가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자는 척인 듯했다. 아무리 유령이라도 밟고 지나갈 수는 없어서, 당신은 유령을 깨워보기로 했다. 당신이 손을 뻗어 천 자락 같은 몸을 흔들려 하자, 유령이 벌떡 일어났다!
\"오.......\"
* 유령은 동그란 두 눈으로 당신을 바라봤다. 그의 목소리는 작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당신은 그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미안...... 인사할 기분이 아니야.......\"
* 유령은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령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아롱져 떨어지는 눈물에 당신의 마음까지 슬퍼지는 듯했다. 당신은 유령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어서 새하얀 유령의 옷, 아니 유령이니까 몸인가...... 아무튼, 희고 깨끗한 유령의 옷을 칭찬했다.
\".......\"
* 유령은 당신을 바라봤다. 당신의 칭찬이 싫지는 않았나 보다.
\"오...... 저기, 있지.......\"
* 유령은 뭔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유령의 눈물이 그의 머리 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인 눈물은 이내 마술사들이 쓸 법한 모자 형태로 변했다.
\"이거 봐봐....... 이건 \'신사 블룩\'이야. 마음에 드니.......?\"
* 당신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유령의 표정이 밝아졌다.
\"맙소사...... 평소엔 폐허에 아무도 없어서 오는 건데....... 오늘은 친절한 친구를 만났어.......\"
* 유령의 말에 당신은 뿌듯해졌다. 당신은 유령에게 이름을 물어봤다.
\"냅스타블룩....... 다르게 부르면 뒷부분을 따서.......\"
* 냅스타블룩은 무어라 말하려다 흠칫하며 말을 멈췄다.
\"...... 오, 또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 길을 비켜줄게.\"
* 냅스타블룩은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애칭을 얘기하려다 부끄러워서 가버린 것 같았다. 애칭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당신에게는 없지만.
당신은 위쪽과 오른쪽 길 중 오른쪽으로 먼저 가봤다. 다른 길 없이 막혀 있는 방이었다. 방 가운데에 세워진 푯말에는 \'거미 빵집 판매 수익은 모두 진짜 거미에게로 돌아갑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거미줄이 쳐진 벽에서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호기심에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아까 만났던 괴물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져 있던 동전이었다.
당신이 동전을 있는 대로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두자, 거미줄에서 거미 몇 마리가 기어나왔다. 거미들은 당신에게 다가와 동전 몇 개를 가져가더니, 자기들 몸집보다 더 큰 보랏빛 도넛을 건네줬다. 보라색 도넛은 상당히 질겨 보였다. 당신은 배가 고팠지만 도넛을 먹지 않고 챙겨두었다.
위쪽 길로 가자 푯말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잊어버리셨나요? 거미 빵 판매점은 바로 내려가서 오른쪽입니다.
와서 거미가 만든, 거미를 위한, 거미 음식 드셔보세요!
* 당신은 어느 쪽으로 먼저 갔어도 그 스산한 거미 빵집을 갈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방에 있던 개구리 괴물에게 말을 걸었다.
\"개굴, 개굴. (네가 꽤 자비롭다고 들었어, 인간치고는.......)\"
* 괴물들은 인간이 보통 자비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기억해, 살려준다는 건 꼭 싸우지 않겠다는 게 아냐. 아마 언젠가, 상대가 네게 계속 적의를 드러내도 해야 할 거야.)\"
* 그의 진지한 목소리에 당신은 절로 숙연해지며, 그 말을 명심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방으로 가려던 당신은 전화벨 소리에 멈춰섰다.
\"여보세요? 잘 있었지? 청소한 지 꽤 되었다는 게 방금 떠올랐단다. 같이 살 사람이 이렇게 빨리 생길 줄 몰랐어.
아마 여기저기에 많은 것들이 널려 있을 거야.
주워 가도 되지만, 필요한 것보다 많이 들고 다니진 마렴. 언젠가 정말 갖고 싶은 걸 발견할지도 모르잖니. 그걸 주우려면 주머니에 공간이 있어야겠지.\"
* 당신은 이 넓은 폐허를 토리엘 혼자 청소하려면 엄청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 방에는 색이 다른 바닥이 여섯 군데 있었다. 석판에는 \'스위치는 하나뿐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당신은 스위치를 찾기 위해 여섯 개 구멍에 일일이 빠져봤다. 당근을 닮은 괴물에게 대화를 시도하려다 \"식물은 말 못 해, 멍청아.\"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어느 영화 주인공과 닮은 듯한 외눈박이 괴물을 만나기도 하고, 빛바랜 리본을 주워 머리에 해보기도 했다. 마침내 스위치를 찾아 작동시키자 길을 막고 있던 가시가 사라졌다.
어느새 퍼즐에 익숙해진 당신은 뒤이어 등장한 색깔 스위치도 쉽게 통과했다. 마주치는 괴물들에게도 자비를 보여줬음은 물론이다.
당신은 두 갈래 길에서 위쪽으로 향했다. 잎이 없는 검은 나무가 우뚝 서 있는 방이었다.
\"이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 나무 뒤쪽으로 토리엘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토리엘은 전화를 걸으려다 당신을 발견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니, 아가? 다쳤니?\"
* 토리엘은 많이 놀란 듯했다. 당신은 활짝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말했다. 토리엘은 당신이 아까 날아오는 채소를 피하다가 벽에 찧은 상처를 발견했다.
\"자, 자, 내가 치료해주마. 너를 이렇게 오래 내버려두면 안 됐었어. 널 이렇게 놀라게 하다니 내가 무책임했었구나.\"
* 당신은 이제 퍼즐에 익숙해져서 괜찮다고 거듭 말했다. 문득 당신의 시선이 토리엘을 지나 그 너머에 꽂혔다. 토리엘도 그걸 알아챈 모양이다.
\"어...... 이런,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구나. 이리 오렴, 아가야!\"
* 토리엘은 당신을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짙푸른 바탕에 흰색과 노란색이 크고 작은 점으로 콕콕 찍혀 있었다. 그 중 크고 흰 한 점은 긴 꼬리를 달고 있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작은 밤하늘이 폐허 속 작고 귀여운 집의 한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개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