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몬스터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국왕이 발표한다는 중대하고도 기쁜 소식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모두들 커튼이 쳐진 발코니를 바라보고만 있을 때였다.
"국왕 폐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낮은 목소리와 함께 커튼이 걷어졌다. 그리고 파피루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을 받아내며 그가 입을 열었다.
"인간 세계의 멸망을 위해, 위로 갈 때다."
'...의지를 가지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전의 리셋 오류는 해결된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소녀는 그저 공허한 어둠에 GAME OVER 글자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계속하기 나가기
망설임은 없었다. 계속하기에 소녀가 손을 가져다 대었다. 빠르게 화면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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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napstablook files error...
napstablook files error -Not Solved...
...
...
불길한 문장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소녀는 걸어나갔다. 그리고 곧 다시 그를 마주할 수 있었다.
넓은 복도에서 소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마주 본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바깥 날씨가 참 좋지?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고..."
창가도 보지 않은 채 샌즈가 말하자 소녀는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니 그녀는 여전히 후드를 입고 있는 채였다. 이전처럼 소녀가 허겁지겁 후드를 벗자 샌즈가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굳이 돌려주지 않아도 돼. 집에 몇 벌은 더 있거든."
소녀는 이전과 같이 미소 지으며 다시 후드를 껴 입었다. 샌즈는 눈을 잠시 감다, 얼굴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이 곳은... 네가 심판을 받는 곳이야. 네가 지금까지 한 모든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곳이지."
샌즈가 말을 이었다.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고... 상처 주게 하고... 다 돌려받는 거지..."
샌즈를 바라보자 그는 다시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넌 조금도 남을 다치게 하지 않았구나. 이전에 흘깃 보았을 때도 그랬었지.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샌즈의 상냥한 말에 소녀도 함께 웃었다.
"...돌아가, 꼬마야. 험한 꼴을 보게 될거야. 난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더 우스운 건..."
손을 얼굴에 가져간 샌즈가 힘들게 말을 내뱉었다.
"너와 싸울 이유조차도 없다는 거야... 하지만... 널, 내 동생과 만나게 할 순 없어."
샌즈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알피스의 말은 사실이었어. 언다인... 메타톤... 사실 누가 죽었든 내겐 그다지 의미 없었어."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다. 소녀는 곧 닥쳐올 비극을 기억해내며 그의 말을 잘랐다.
'너는 샌즈에게 곧 파피루스가 들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뭐라고? 꼬마야, 어떻게 내 동생 이름을..."
당황하는 그의 태도에도 소녀는 지체할 수 없었다. 말을 이으려 하는 순간 샌즈가 머리를 감싸쥐며 신음했다.
"으윽... 이건 대체..."
한 차례 두통을 넘겼는지 정신을 차린 그가 다 알게 되었다는 듯 씁쓸한 미소로 말했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 꼬마야..."
한숨을 내쉬며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꼬마야, 그렇다고 상황은 바뀌지 않을 거야. 동생 또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널 죽이려 할 테고. 난 그걸 막아야만 해. 제발 돌아가주렴."
'넌 샌즈에게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변화 없는 상황에 샌즈가 탄식하며 작게 말했다. 샌즈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주변이 검게 물들었다. 오직 샌즈만이 보일 뿐이었다.
"...날 용서해줘..."
소녀는 샌즈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그것이 샌즈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샌즈가 힘든 결심으로 손을 들었을 때였다. 갑자기 검게 물들었었던 주변이 흐릿해졌다. 이에 샌즈가 적잖이 당황해 하며 외쳤다.
"이건 무슨...!"
"...이렇게 된 거였군."
샌즈의 뒤로 파피루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스카프를 맨 채 어두운 인상을 풍기는 그는 샌즈를 노려보다 시선을 소녀를 향해 돌렸다.
"파피... 너도..."
"...저 인간이 그 아이였다고. 그래. 이제 알겠군."
조금은 나긋해진 파피루스의 말에 샌즈가 안심하며 말했다.
"그래, 파피... 우린 이제 예전처럼..."
우우웅-
파피루스가 갑자기 거대한 뼈다귀를 들어 자세를 취했다. 샌즈가 당황하며 외쳤다.
"무슨 짓이야! 너도 이제 다 알게 되었잖아!"
"닥쳐, 모든 걸 알아 봤자 현실은 변하지 않아. 형도 잘 알잖아."
험악해져 가는 분위기 속에 소녀가 한 걸음 나서서 파피루스를 향해 말했다.
'너는 파피루스에게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파피루스 또한 선하다고 믿고 있었기에, 다시 행한 행동이었다. 이에 뼈다귀를 휘두르려던 파피루스도, 그를 저지하려던 샌즈도 행동을 멈추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이어진 긴 침묵 속에서 소녀가 손을 내밀며 파피루스에게 말했다.
'너는 파피루스가 예전처럼 돌아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너와 히히덕거리며, 스파게티 따위나 삼키던 그 때를 말하는 거야?"
소녀는 그가 더 이상 그 시절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녀는 파피루스에게 다가섰다.
"죽여달라고 하는 거야?"
"파피루스, 안돼!"
다행히 파피루스는 뼈다귀를 던지지 않았다. 소녀가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는 파피루스에게 이전에도 이런 상황으로 냅스타블룩이 죽게 되고, 이 자리의 모두가 불행해졌다고 말했다.'
"...이미 불행해... 충분히... 아무도 없는 이 삶은..."
털썩-
고개를 떨군 채 신음하는 파피루스의 앞에 소녀가 달려가 무릎 꿇었다.
"무슨 짓이야! 당장 일어나지 못해?"
"꼬마야..."
'너는 파피루스에게 모든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 모든 친구를 잃고 절망에서 헤매던 그 고통을! 사과 한 마디로 끝내겠다고?"
파피루스가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소녀는 슬픈 표정이었지만 미소 지어 보였다.
'너는 언제나 파피루스의 친구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을 죽이지 말았어야지! 왜 나만 남겨둔 거야!"
그의 책망에 소녀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런 소녀의 태도에 샌즈는 더욱 안타까워하며 파피루스를 말리려 했다.
"파피... 잠시 생각이라도..."
"아니! 내가 저번에 말했지, 인간이 온다면 틈도 주지 않고 죽여버릴 거라고!"
결국 이전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파피루스가 뼈다귀를 던지자 소녀는 냅스타블룩이 이전에 나타났던 곳을 향해 달려갔다. 샌즈 역시 소녀의 말을 믿었기에 그가 나타날 거라 생각하고 소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꼬마야!"
files crashed...
Cannot load files...
...
불현듯 눈 앞에 나타난 메세지에 소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뼈다귀는 그대로 소녀를 감싼 샌즈의 등에 직격했다.
콱-
"형!!!"
"으으... 으억..."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하고, 샌즈는 그냥 사라져버렸다. 소녀는 믿기지 않는 상황에 눈물을 흘렸다. 자신 때문에, 결국 두 친구나 잃게 된 것이다.
"너!!!"
파피루스가 소리 지르며 소녀를 향해 달려왔다. 소녀는 그가 자신을 죽이려 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냅스타블룩과 샌즈를 잃었다는 끔찍한 슬픔에 몸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리셋!!! 리셋을 해줘!!!"
하지만 소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파피루스가 눈물을 흘리며 소녀의 앞에 애원했다.
"내가 널 죽여서, 다시 돌아온다 한들... 네 말대로라면 형은 냅스타블룩처럼 돌아오지 않을 거잖아..."
바닥에 엎드려 말하는 그의 태도에 소녀가 울상을 지었다. 소녀는 자신의 친구가 이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너는 파피루스에게 일어나라고 말했다.'
"제발... 제발!!! 리셋을 하면 모두가 살아나는 거잖아!!! 그렇잖아!!!"
소녀가 당황해 하자 파피루스가 일어나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 난 널 죽이려 했어. 날 아직까지 친구로 여겼던 널 죽였다고! 그런 날 증오하게 되는 것도 다 이해해! 날 죽여버려도 상관없으니, 제발 리셋이란 걸... 다시 해줘... 제발... 형이 없으면 난..."
소녀는 안절부절 못하는 파피루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를 껴안았다.
'너는 파피루스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넌 날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해선 안 된다고!"
파피루스가 억지로 그녀를 밀쳐내며 씩씩거렸다. 눈가에 고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파피루스를 여전히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럴 수 없어! 말도 안돼!"
'너는 미안해해야 할 건 여전히 자신 뿐이라고 말했다.'
"...어째서..."
하지만 소녀는 쉽사리 파피루스의 말을 따르지 못했다. 이전의 리셋 때 알았듯이, 오류는 리셋에도 적용되었었다. 하지만 슬픔에 젖은 파피루스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보였다. 소녀는 불안했다. 하지만 눈 앞의 파피루스의 저런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슬펐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너는 파피루스에게 그의 말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고마워... 정말... 내게..."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향해 밝게 웃어주는 파피루스의 모습에서 화면은 끊겼다. 소녀는 아득해져 가는 정신 속에서 희망을 다 잡았다.
앙 리셋띠
아이고
잘읽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