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갖다버리고 문학 써왔는데 갤 분위기 왜 이래......?
-세계관 붕괴 주의
지하세계는 인간들 세상의 것과 비슷한 법질서가 구축되어 있었다. 괴물들의 권리와 의무가 괴물헌법에 명시돼 있었고, 범법 괴물들이 수감생활을 하는 지하감옥이 존재했고, 암묵적인 도덕원리가 모두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각 구역에 주둔하는 경비들은 평화를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인간들과 다른 점 하나를 꼽자면, 죄목이 동족살생, 반역, 탈주, 이 셋 밖에는 없다는 것이지만. 다소 단순하긴 하나 모든 것은 괴물들을 위한 체제였고, 그 속에 인간이 낄만한 구석은 없었다. 결계에 대해 아는 괴물들은 많았지만 굳이 지상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괴물은 그다지 없었다. 아직도 소수의 괴물이 땅 위를 궁금해하고 마찬가지로 소수의 인간이 산 밑을 궁금해 하지만, 인간과 괴물은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들 만의 세계에 익숙해진 터였다. 그 오랜 세월은 인간들로 하여금 괴물의 존재를 차츰 잊게 하여 종국에는 괴물을 전설 속에나 나오는 이미지로 만들어버렸고, 괴물들로 하여금 자신을 가둔 마법사들에 대해 가졌던 원망의 감정조차 천천히 식어가게 했다.
프리스크는 지하세계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 날을 회상했다. 에봇산의 전설을 듣고 호기심을 참지 못해 단신으로 산을 기어올랐었다. 그리고 분명히 어느 시점에선가 땅 밑으로 푹 꺼지듯 빨려들어갔다. 프리스크가 지상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진 곳은 고요한 폐허였다. 한참을 쓰러져있다가 옷을 털고 일어나 발을 딛었을 때 꼬마는 멍청하게 두리번 거렸다. 타 괴물들과 다른, 자신의 어리숙한 태도가 스스로를 위험에 놓이게 만들 거란 사실을 모르는 채로. 제일 먼저 꼬마에게 다가온 꽃은 살가운 얼굴을 하고선 자신을 플라위라고 소개했다. 처음으로 본 괴물의 모습은 상당히 흥미로워 프리스크는 저도 모르게 조금 흥분했다.
* 안녕. 너 지쳐 보이는 구나. 배가 고프진 않니?
플라위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 호의에 안심한 프리스크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플라위는 자신과 동행할 것을 권했다. 꼬마는 순순히 그 이상한 식물을 따라나섰다. 그러나 한참을 걷던 끝에, 당황스럽게도, 순찰 중이던 왕실근위병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왕실 부근이라는 생각이 어렴풋 들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걷는 속도를 늦췄다. 그 때 갑자기 동행자였던 플라위의 줄기가 늘어나 프리스크의 손을 붙잡았다. 꼬마는 헉, 하는 소리를 뱉었다. 넝쿨 줄기가 급속도로 팔을 타고 칭칭 감아올리기 시작했다. 꼬마는 놀라 몸부림을 쳤다.
* 멍청하긴. 이 세상에선, 속이지 않으면 속는 거야.
* 너같은 애는 딱봐도 괴물이 아닌 걸. 넌 인간이야, 그렇지? 우리들은 너희 인간 때문에 이 곳에 갇히게 되었어. 그래서 아직도 많은 이들이 너희를 증오해! 자, 넌 아무리 노력해도 이 세계에 편입될 수 없단다. 이방인일 뿐이라고. 네가 여기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니, 난 저 근위병을 통해 널 왕실에 넘겨야 겠어. 히히히...
플라위가 조잘대며 깔깔거렸다. 오른 손을 완전히 속박해버렸다. 프리스크는 재빨리 아직 자유로운 왼손을 움직여, 품 안에서 몰래 칼을 꺼내 빼들었다. 저지할 틈도 주지 않고 덩굴줄기를 베어버렸다. 서걱서걱, 플라위의 넝쿨이 힘 없이 썰려나갔다. 가까스로 풀려난 프리스크는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있는 힘껏 도망가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걷혔다. 플라위는 아이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당황한 채로 자리에서 주춤거리다가 바닥에 흩어진 제 신체로 눈을 돌렸다. 잠시 후 분노로 뭉게져버린 목소리가 들렸다.
*....죽여 버릴 거야...인간은 죽여도 죄가 되지 않아....
갈라진 몸으로 기어오는 플라위의 발악, 이쪽을 눈치 채고 뚜벅뚜벅 걸어오기 시작하는 왕실근위병들을 등지고 프리스크는 한참을 뛰어 도망갔다.
헉헉거리며 상가 뒷골목으로 들어온 프리스크는 숨을 몰아내쉬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금 겪은 일에의 공포감이 물밀듯이 몰려와 다리가 후들거렸다. 갈증이 나고 벌써 가족이 보고싶었다. 곧 반대편의 벽에 검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겁먹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니, 해골 형태의 생물이 면전에서 씨익 웃으며 접근하는 중이었다. 꼬마는 품 안에 손을 넣고 칼 자루를 쥐어 언제든 꺼내들 수 있게 준비를 했다. 프리스크가 그 날 마주한 두번째 괴물은 인간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플라위와의 불유쾌한 만남은 프리스크를 자꾸만 뒷걸음질 치게 했다. 해골은 씨익 웃으며 한 손으로 후드집업의 모자를 벗었다.
* 위험한 곳을 잘도 돌아다니네.
* 하긴, 네겐 어딜 가든 위험하지 않은 곳이 없겠구나. 넌 고작 어린 꼬마애니까!
* 난 샌즈야. 인간을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지. 마침 네가 인간이라서 다행이야. 팝이 늘 '형은 업무태만이다' 라면서 놀렸거든. 그래도 널 해칠 생각은 없으니, 그만 긴장 풀지 그래?
샌즈의 말에 프리스크는 칼을 쥐고 있던 손을 빼고 다시금 숨을 고르느라 색색거렸다. 갑자기 잔뜩 긴장하느라 호흡을 잠시 멈춘 터였다.
* 헤.... 숨이 가쁘네? 혹시 방금, 누군가한테서 도망쳐 나오는 길이야?
* .....
* 그렇다면 따라와. 그릴비네에 가서 음식을 대접해줄게. 내 옆에 있으면 왠만한 괴물들은 꼬맹이 널 해치려 들지 않을 거야. 아니, 사실 괴물들은 널 그다지 미워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신기해 하겠지, 아마.
* .....
* 좋아, 뭣하면 네 품 속에 숨겨둔 칼로 날 찔러도 괜찮아.. 이렇게 말하면 이제 날 좀 믿을 수 있겠어? ..음, 그리고 있지. 나와 함께 가고 싶다면, 이름을 좀 알려줄래?
샌즈가 비식 웃었다. 두둑 뼈소리가 났다. 꼬마는 망설이다가 프리스크, 라고 중얼거렸다.
샌즈는 다행히 꼬마를 정말 그릴비 가게로 데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에 앉을 때까지 꼬마는 샌즈의 뒤를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역시 어린 애라서 단순했다. 가게 안은 손님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부드러운 재즈음악이 여유롭게 홀을 울리며 지나갔다. 샌즈는 지갑에 돈이 없음을 확인한 후 프리스크에게 무얼 먹겠느냐고 물었다. 별 고민 없이 햄버거, 라고 대답하자 샌즈는 바텐더 그릴비에게 주문을 했다. 그 바텐더의 모습은 꼬마의 눈을 사로잡았다. 불의 형태를 한 괴물이었다. 꼬마는, 바텐더 옷이 안 타나?, 안경이 안 녹아내리나? 하는 순진한 생각을 속으로 삼켰다. 불현듯, 저 바텐더와 악수를 했다가는 손이 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 너는 어떻게 혼자 지하세계로 오게되었어?
샌즈가 대뜸 질문을 했다. 꼬마는 답 없이 조용했다.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울먹이는 표정이 되었다. 샌즈는 당황해서 몸을 뒤로 뺐다.
*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릴비는 주문 받은 것은 햄버거 뿐이면서, 샌즈와 꼬마소녀 앞으로 액체가 담긴 칵테일 잔을 건넸다. 괴물들이 마시는 술이 담겨있었다. 바텐더가 샌즈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어보였다. 안경이 미세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기묘했지만 샌즈는 무표정하기만 했기에 바텐더는 슬쩍 기분이 상했다. 샌즈는 잔을 받아 들고, 고민이라도 하는 듯 묵묵했다. 옆을 흘긋 보면 꼬마는 바를 구경하는 데에 완전히 몰입해있었다. 샌즈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홀을 울리던 선율이 점차 느려지는가 싶더니 재즈곡이 멈추었다. 샌즈는 프리스크를 향해 몸을 돌려 앉았다. 다른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선을 느낀 프리스크가 샌즈를 마주보았다. 프리스크의 길게 찢어진 눈이 둥그래졌다. 샌즈가 자신을 향해 내민 손에, 기포가 부글거리는 붉은 글라스가 있었다. 그가 술을 권하고 있는 것이었다. 프리스크는 자신이 어린애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샌즈를 보며 도리질을 했다. 거부의 의사임을 깨달은 샌즈는 헤헤 웃으며 괜찮아, 마셔도 좋아, 라고 안심시켰다. 꼬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망설였지만, 이내 잔을 들고 한 모금 홀짝였다. 의외로 맛있다는 생각에 꼬마는 입을 쩝쩝 다셨다. 그리고 다시 잔에 입술을 가져다 뎄다. 샌즈는 그 모습을 집요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잔을 반 쯤 비운 뒤 부터는 꿀꺽꿀꺽 소리가 나게 벌컥였다. 빈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프리스크는 뭔가 쑥스러워서 이거 이렇게 먹어도 되는 건가, 하고 말했다. 샌즈는 그 모습을 보고 왠지 흐뭇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응. 그렇게 먹어도 되는 거야.
샌즈는 비식 웃으며 대답해주고는 프리스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 뼈마디 사이로 머리카락이 속속 들어왔다. 프리스크는 머리 위를 오가는 딱딱한 관절을 느끼며 어쩐지 머리의 어지러움과 나긋한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오홍
애한테 술먹이는 뼈 인성...
토리엘: ?
토리엘 스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다 담편 얼른 써줘
문학은 추천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