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꼬맹이 와 있었네.\"
내려가자 식탁에 꼬맹이가 앉아 있었다. 식탁 위에는 지도와 책이 펜과 함께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파피, 아침부터 담배 피면 어떡해?\"
형은 코를 잡는 시늉을 하며 내 앞에 스파게티가 담긴 접시를 놓았다.
\"해골은 어차피 폐도 없잖아.\"
\"난 그렇다 쳐도 인간 앞에서는 더 피면 안 돼! 아, 물론 인간이 없을 때도 안 돼.\"
팔짱을 끼고 형다운 잔소리를 하는 모습이, 내겐 더 귀엽게만 보였다. 날 걱정해서, 날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저 잔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면 하루에 열 갑도 아깝지 않을 거 같다.
\"알았어, 한 번만 빨고.\"
숨을 깊게 들이쉬어 내뱉고는, 아직 반이 남은 꽁초를 버렸다. 이 해로운 연기는 독한 만큼 중독성이 있다.
\"꼬맹이는 안 먹어?\"
\"인간은 아까 전에 이~ 일찍 와서 이 몸의 특제 스파게티를 먹었다구.\"
\"그래? 맛은?\"
\"뭐, 늘 그렇듯이 위대한 샌즈 님의 작품은 최고지!\"
유쾌한 웃음소리 사이로 꼬맹이는 내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밤 사이 형이 만들어 놓은 소스에 내가 뒤처리를 한다는 것은 형만 모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뭐, 가끔 수습이 불가능한 때도 있지만. 남은 일은 그저 능청스럽게 위대한 샌즈 님의 작품을 맛보고 칭찬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늘 그렇듯이.
\"헤헤헤, 역시.\"
귀를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웃음이 보상처럼 따라온다. 그런 형이 너무 귀여워서 고개를 숙이고 쿡쿡 웃었다.
\"아, 파피.\"
\"응.\"
\"우리 여행 가자!\"
안 그래도 빛나는 눈을 더 반짝이며, 형이 말했다.
\"...... 뭐?\"
갑작스런 형의 말에 잠깐 멍해졌다.
\"지상으로 멀리 가보는 거야! 인간이 벌써 계획도 다 세워 놨어.\"
꼬맹이는 기다렸다는 듯 식탁에 펼쳐 놨던 지도를 들어 보였다. 일정 방향으로 그어진 빨간 선과 파란 선을 따라 메모가 꼼꼼히 적혀 있었다.
\"어.......\"
\"빨간 선은 플랜 A고, 파란 선은 플랜 B야. 혹시나 중간에 시간이 지체되거나, 기대한 거에 비해 볼 게 없거나 하는 걸 대비한 거래.\"
잘 들여다보니 저 작은 글씨로 자세히도 썼다.
\"하지만...... 아저씨랑 여왕님, 아니 아주머니가 허락해 주시겠어? 보니까 7일은 잡아 놓은 거 같은데.\"
\"이미 받았지롱!\"
의기양양한 형의 표정과 꼬맹이를 번갈아 봤다. 꼬맹이 역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경비는?\"
꼬맹이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없이 통장을 내밀었다.
\"인간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았대! 아저씨랑 아주머니도 보태주셨어.\"
\"꼬맹아, 네가 벌써 그럴 나이였어?\"
\"나이를 속였대!\"
세상에. 저 당찬 태도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파피, 준비는 다 끝났어. 우리는 포크만 얹으면 돼!\"
초롱초롱한 눈들이 이쪽을 열심히 바라봤다. 간절하게 올려다 보는 형의 시선에 넘어가버릴 뻔했지만.
\"으음, 귀찮은데.......\"
보채는 목소리가 더 듣고 싶어서, 더 나한테 매달려 보라는 듯 튕겼다.
\"귀찮아......?\"
\"응. 집 나가면 개고생이야, 형. 원래 여행은 떠나기 전이 제일 좋은 법이라고.\"
형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당장이라도 안아 올리고 키스를 퍼붓고 싶은 표정이지만 꾹 참았다.
\"뭐어, 파피가 귀찮다면 어쩔 수 없지.......\"
예상보다 너무 쉽게 포기하는 줄 알았다.
\"언다인이랑 알피스한테도 다 얘기해 놨는데...... 그 둘도 정말 정말 정말 어렵게 꼬셔 놨는데...... 뭐, 파피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이번 휴가도 집에 콕 박혀서 아침 MTT 마당으로 하루를 열고, 이미 세 번이나 본 냥냥 고양이 소녀 스페셜 에디션을 보면서 핫도그나 먹어야지, 뭐.......\"
둘은 실망감을 있는 대로 드러내며 땅바닥을 긁었다. 형의 구체적인 푸념에 웃음이 터졌다.
\"알았다, 알았어. 가자.\"
\"진짜?\"
내 말 한마디에 둘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파피 최고!\"
형은 내게 와락 안기고는 뺨에 입을 맞췄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연거푸.
\"아, 알았으니까 진정해.\"
\"파피는 최고의 동생이야.\"
문득 피도 없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런 행동들도 그저 동생이니까, 하나뿐인 사랑하는 동생이니까 자연스럽게 하는 거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이런 행복도 누릴 수 없을 만큼 멀어질 게 뻔하다. 바짝 마르는 입 안을 애써 축이려 했다. 그럴수록 형을 안은 팔에 더 힘이 들어갔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웃는 건 점점 더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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