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나보고 성녀라니 우습지 않아? "

 

 그 모습을 처음보는 사람이였다면 필히 도망쳤으리라. 가루가 되어 쌓인 먼지위에 올라선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명의 폭군을 연상시켰다. 아, 물론 먼지뿐인 신하들 뿐이지만.

 

 " 어때 차라. 이제야 좀 나같은 것 같지않아? 역시 이쪽이 좋다니까! "

 

 날아가는 웜선을 휙 돌아보더니 쥐고있던 식칼을 던져 정확히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천진난만하게 보이는 순수한 웃음. 그러기에 아무도 그녀에게 숨겨진 학살자의 모습을 들어내지 못한다.

 

 " 오늘따라 왜이렇게 조용해? 이러면 심심하잖아~. 나참, 이건 잡히지도 않으니 가지고 놀수도 없고 말이야! "

 

 지루해진것인지 먼지위에서 풀쩍 뛰어내리더니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여전히 그 무서운 광기를 뽐내면서

내앞에 서더니 손을 들어 턱을 들어올리려고 하지만 이내 손이 통과하는걸 보고 짜증난다는 듯 투정을 부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처음에는 그저 나에게 또다른 기회가 찾아왔다고 느꼇다. 순수했던 그녀의 영혼을 나는

조금씩 피로 물들여갔다. 밝게 빛나는 영혼은 피를 거부하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부감은 줄어들어갔다.

거부감이 사라졌을 때, 그녀의 영혼은 무섭도록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근처의 생명체들은 모두 그녀의 피로 흡수당했고

그녀에 대한 나의 지배력도 점차 커져갔다. 그러나 문제는 그 때 부터였다.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영혼은 더 많은 피를 원했다.

의지라는 힘으로 인해 더 많은 피와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그녀는 나의 통제를 넘어섰고, 미쳐버렸다.

 

 " 하아- 아무도 없네. 심심하니 슬슬 다음으로 넘어가볼까? "

 

 바닥에 떨어진 식칼을 주으면서 나에게 낮게 중얼거렸다. 소름끼치고, 두려웠다. 지치지도 질리지도 않은 듯한 그 표정.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세상은 암흑으로 무너져 내렸다. 또다시 반복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그녀에게 학살당할 것이고

그들의 피는 그녀의 광기를 더욱더 크게 만들 것이다.

 

파직-

 

 다시 생성되는 세계가 갑자기 오류라도 난듯 지직거리며 깨지더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사라지는 세계의 파편들이 점점 가까이로 오더니 픽하고 불이라도 끈듯 세상이 깜깜해졌다.

 

 " 그러게 말이야. 나도 슬슬 질려가는 참이였어. "

 

 검은 공간의 앞쪽에서 은은한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나의 방정도의 수준으로 밝아지자 그 공간으로 검은색의 물체가 나타났다.

흐느적 거릴 것같은 뭉게진 몸에 흠집이 가있는 것만같은 기괴한 가면. 몸과 떨어져 책을 들고있는 그의 손은 보고있는 사람으로부터

공포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 한낱 실험체 주제에 내 시간선들을 이렇게까지 망가트리다니, 가소롭기도 하지. "

 

 분명 손으로 수화를 하고 있었지만 그 의미들은 모두 정신을 통해 해석되어 들어왔다. 

비웃는 듯한 말투마저도 뚜렷하게 들리는 듯 했고 그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가는 듯했다.

 

 " 이건또 뭔 날라온 스카프같은 소리래? 날보고 실험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그냥 사라지라고! "

 

 

. . .

 

 

 쒸불 전투신 잘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