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요약 : 언갤럼. 멍청. 겁쟁이. 느려터짐. Froggit.
"개굴."
저걸 개구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덩치부터가 개구리보단 황소개구리 내지는 왕두꺼비 급인데다가 묘하게 팔이 굵다.
하지만 뭣보다도 이질적인건 몸의 색이다.
독화살 개구리가 알록달록하다면, 이 개구리는 검은색하고 흰색으로 되어있다.
눈조차도 백내장 걸린 것처럼 하얗다.
일반적인 동물이라면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게 기본인데, 이 개구리는 그런 기색이 없다.
아니, 오히려-
"개굴!"
"어 뭐ㅓ야"
개구리가 내 쪽으로 펄쩍 뛰어들었다.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지만, 현기증이 일어나서 힘을 못이기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살다 살다 이제 개구리한테 위협당하는 꼴이라니..
내가 몸에다 발자국을 내놨으니 그야 살가울 리가 없긴 한데, 개구리 주제에 용감하다고 해야할지 공격적이라고 해야할지..
그렇게 긴장을 하고있으려니 뭔가가 떠올랐다.
아닌게 아니라 아파트에서 택배를 하다보면 개를 키우는 집이 여럿 있었는데,
사람보고 문자 그대로 개지랄을 떠는 것들중에 의외로 말로 어르고 달래면 얌전해지는 케이스가 있었..는데..
흠.
"어허-이. 저리가. 저리. 훠이. 지나가게 좀 비켜보자~ ㅉㅉㅉㅉㅉ"
"개굴?"
먹히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골때리네.
이 개구리는 내가 말을 하자 정말 기묘하게도 고개를 갸웃하는 시늉만 할 따름이었다.
마치 뭐여 이 병신은? 하는 느낌으로.
개구리의 통찰은 상당히 정확했다.
나는 병신같게도 왠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한 쪽으로 비키라는 손짓을 해보았고, 개구리는 잠시 나와 시선을 맞추다가 이내 다른 방향으로 뛰어 사라져버렸다.
이해하는걸 포기하면 삶이 한결 편해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여기 진짜 뭐하는 곳이야?!
흙을 털고 일어나서 조금 걷자 숨이 턱막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가시..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다.
이번엔 주변에 함정이랑 연결될 법한 장치같은 것도 없다.
돌아가려고 해도 길이 없다.
가시밭길을 제외한 방의 모든 바닥에 물이 차올라있었고,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억지로 건너려고했다간 가라앉아버릴 것 같았다.
와, 희망을 가져봤던 내가 머저리였을까?
한 고개 넘어 또 한 고개, 실패하면 목숨을 헌납해야하고..
정말 개 떡같다. 진짜!
"이런 씨벌탱! 아아아아악!!"
마음 같아선 완전 개난장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빈혈기가 너무 심했다.
제자리에서 발 몇번 구른걸로 이 지경이라니..
정말 곧 뒤질려나보다.
아까보다 눈이 침침해진 것 같다..
제정신을 유지하는게 기적이었을지도 모르겠네..
벽에 기대서 쉬고 있으려니 맞은 편 벽에 글자같은 것이 새겨져있었다.
역시, 아까 돌판이 있던 방에서 봤던 것처럼 오묘한 느낌을 주는 언어가 적혀있다.
"서편의 방은 동편의 방의 청사진이다."
서쪽, 동쪽이면 이 통로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인가?
나는 길을 되돌아가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자세히보니 바닥에 색이 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다.
색 뿐만이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쓸어낸 것처럼 먼지나 흙이 없다.
이게 뭔가 힌트가 되는걸까?
혹시나 싶어서 두드려봤지만 소리가 다르게 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생각을 다시해보자.
청사진.. 청사진이면 블루프린트.. 설계도를 이야기하는건데..
서편의 방은 동편의 방의 청사진.. 설계도이다..
설계도가 바닥에 있는 이 흔적을 이야기하는거라면, 저 가시밭길을 이 모양대로 따라가면 통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가상의 십자선으로 '설계도'를 토막내서 살펴보니 저 앞쪽의 구조와 얼추 맞는 느낌이었다.
이 설계도가 지나가도 되는 길이 아니라 지나가면 안되는 길을 표시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모양새를 보았을 때 이 경로를 가로지르지않고 지나갈 방법은 없었다.
이쯤되면 확신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난 쫄보니까 아까 하던것처럼 적당한 벽돌을 뽑아다가 가시발판 위에 올려다놓았다.
고민한게 우습게도, 고작 벽돌정도의 압력만으로도 쇠꼬챙이는 바닥으로 눌려들어갔다.
돌을 빼도 솟구치지 않았다.
시간차 훼이크도 없었다.
음. 됐네.
거기다 잘보니까 바닥으로 내려가는 가시발판은 애초에 가시가 고무 같은걸로 되어있다..
심지어 만지니까 하얀색 물감이 묻어난다..
왠지 허탈해졌다.
난 어디까지 멍청해질 수 있는걸까.
엄마 보고싶다..근데 너무 멍청해서 엄마 얼굴도 기억 안나..
찌질대면서 다음 방으로 건너왔다.
방금 전의 궁상이 무색하게, 이번엔 아무 것도 없는 긴 외길이었다.
문제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거였다.
이제껏 함정인지 퍼즐인지 분간못할 것들과 계속 상종해온 나로서는
이 통로를 지나가다 1초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무런 힌트도 없어뵈고..
여기서 끝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편해져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선을 돌리면 그게 뭐가 되었든 간에 나한테 다가올 빅엿, 그리고 어쩌면 인생 마지막 장면이라는걸 알기에 나는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최소한 정면은 뻥뚫려있어서 뭐가 날아올 것 같진 않았으니까.
내가 정말 믿을 수 없는건 아무 생채기도 없이, 아무런 사건도 없이 방의 끝까지 도달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하하하, 그래. 인정하자.
누가 설계했는지 몰라도 이 장소는 겁쟁이를 미치게 하는데는 아주 탁월한 구조다.
어디 사는 귀인이신지 몰라도, 만나서 척추를 접어버리고 싶다. 진심.
혼자 부들거리면서 마저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는 그 순간, 상당히 이질적인 물체가 시야에 잡혔다.
이 긴 통로에서 유일하게 설치되어있는 구조물.
파르테논 신전의 지붕을 받치던 그 기둥 비스무레한 석주.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기둥을 살펴보았다.
"......"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하얗고, 복슬복슬하고, 거대하고..보라색..
염소..?
이족보행 염소..?
옷입은 이족보행 염소..?
겁먹은, 나보다도 덩치큰, 옷입은 이족보행 염소..?
..무민?!
현실감각이 흩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내 삶을 죄어주던 머릿속 나사가, 이성이 튕겨져나가는게 느껴진다.
'하..하하..
왠지, 더 이상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아...'
난 결국 내가 가장 할 것 같지 않았던 행동을 했다.
"거기서 뭐해요?"
"에그머니나!"
무민은 숨어있던 기둥에서 손사레를 치며 뛰쳐나왔다.
너무 멍청해서 엄마 얼굴도 기억 안나면 정신병 수준 아니냐;;
기억상실이라 엄마 얼굴 기억 안나는걸 멍청 드립으로 넘겨서 현실도피중인거다
무미ㅣㄴ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