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모든게 귀찮았다.

아니, 귀찮기보단 대체 무언가를 하더라도 그 것이 의미가 있을 까라는 의문에 휩싸였다.

과연 지금 살아있는게 의미가 있을까.

또는 차라리 지금 죽는게 훨씬 더 편하진 않을까.

그런 이런저런 의문말이다.

그리고 이 의문들은 마치 하나의 사슬과 같이 그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그의 발목을 붙잡곤 했다.

하나의 의문이 생기자 두 개가 더 생겼고

두 개가 생기자 세 개가 더 피어올랐고

그렇게 샌즈의 발목에 감긴 사슬의 숫자는 늘어가기만 했다.


"아니, 그건 그저 나의 게으름에 대한 나의 변명일 뿐이겠군."


샌즈는 나지막하게 해골의 몸으로 대체 어떻게 한지는 자신도 모르겠지만 중얼거렸다.


그는 앞으로 올일을 알고 있었다.

그 것이 분명히 닥쳐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닥쳐올 것을 확인하였음에도 결국에 그 것에 절망하고 대처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몸을 의문의 사슬로 묶어놓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샌즈 그 자신이었다.

그리고 결국에 "그 것"은 오고야 말았다.

그 가증스러운 것은 결국 오고야 말았다.

지금까지 찾아왔을 때는 대체 어디 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이 곳에 오고야 말았다.


그는 진짜로 찾아본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말이다.


"어제 그 윔선에게 들은바로는 폐허 근처에 있는 불길한 숲속에서 봤다고 했으나...

그 곳엔 분명 '그녀'가 있을 터인데...

어쩌면 손을 안 써도 괜찮을 지도 모르겠군..."


샌즈는 흔히 사람들이 부르는 그 "불길한 숲"이 감추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서

나지막 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샌즈는 확실하게 해두어야만 했다.

이 문제는 당연히 지금 당장 자신의 앞에서 불타고 있는 사람보다는

훨씬 중요하니까.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방관할 수 없다.


"그런데...폐허가 대체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


샌즈는 자신의 두개골을 긁적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리고선

그가 언제나 그랬듯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샌즈...님....살려....살려주세요..."


***


"톡...톡...톡"


소년/소녀는 이마에서 느껴지는 무언가 축축하면서도 차가운 느낌과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조용히 눈을 떴다.

그/그녀가 처음으로 본것은 자신의 위로 쏟아지는 밝은 빛과

마치 아름다운 춤을 추는 무용수처럼 아름답고 조용하게 떨어지는 

노란 꽃들이었다.


그 광경은 꽤나 아름다웠지만 소년/소녀는 그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그녀는 그런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그녀는 그 광경이 불편했다.

에봇에서는 아니 적어도 그/그녀에게 아름답거나 예쁜 것은 가치가 없었다.

물론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가치가 있겠지만

소년/소녀는 저 빌어먹을 꽃이 저 노란색 뒤에 사람따윈 일주일만에

고통받게 하다가 죽여버릴 수 있는 독을 숨겨놓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뭐, 그/그녀의 일은 아니었고 이미 오랜시간 전에 일어났던 일이었지만

꽤나 그 일을 알게 된 경위가 꽤나 인상깊어서 그/그녀는 자연스럽게 그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하기 보다는

눈쌀을 찌뿌리며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그/그녀의 손에 부드럽고 싱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그녀는 그 느낌에 이상함을 느끼며 그 싱그러운 느낌이 드는 쪽으로

누워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노란꽃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 그 노란 꽃이 소년/소녀의 손뿐만 아니라

그 소년/소녀의 누워있는 곳에 아예 꽃밭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그/그녀가 알아채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고마워 해야 하나...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신속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천천히 움직여 보기 시작했다.


"으음...혹시나 했지만 오늘도 내가 주도권을 잡은건가?"


소년/소녀는 자신의 몸이 아직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띄우면서 중얼거렸다.


그/그녀는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고

그 직후 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그녀가 떨어진 곳은 매우 어두운 곳이었다.

빛이 비치는 곳은 그녀가 떨어진 노란색 꽃밭 뿐이었고

나머지는 그저 어둠이 짙게 깔려있어서

대체 무엇이 있는지 조차 보이지 않았다.


"숲 아래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데..."


소년/소녀는 자신이 떨어진 곳으로 추정되는

빛이 내려오는 곳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Howdy!"


그 것은 발랄하고도 귀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소년/소녀는 그런 목소리에 방심하기에는

이 에봇에서 너무나도 오래 살았다.


그/그녀는 은밀하게 소매 속에 있는 감추어 두었던

피가 아직도 말라붙어 있는 낡은 단검과 몇가지 비상용 무기를 확인하고

목소리가 들려왔던 곳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신이 떨어졌던 꽃밭에 있는 꽃과 같은 노란 꽃이었다.

물론 정확히 같은 꽃은 아니었다.

그 꽃에는 사람 처럼 눈과 입이 달려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꽃은 정말 재수 없게도 웃고 있었다.


말하는 꽃이 과연 흔한 걸까.

슬프게도 이 에봇이란 이름에 지옥에서도 말하는 꽃은 상당히 신기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그녀는 놀라지도 딱히 신기해 하지도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에봇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 중 열에 아홉은 사람을 등쳐먹으려 든다는 것이다.


"Howdy!

나는 플라위야! 노란꽃 플라위!"


방금 전과 같은 발랄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또 다시 그 꽃에게서 떨어져 나와 소년/소녀의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서 그/그녀는 꽤나 그 목소리와 맞지 않는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불편하고 빌어먹을 세상.


소년/소녀는 또 다시 불편함과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느끼며 살짝 이를 갈았다.


"아! 그래~ 플라위 너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어."


소년/소녀는 목소리를 마구마구 꼬고 비틀어서 딱 봐도 상대를 놀리거나 비웃는 듯한 말투로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무언가 불편하다는 듯이 살짝 미간을 좁힌 채로

손뼉을 짝하고 치며 플라위에게 말을 내뱉었다.


그렇다. 그/그녀는 플라위란 이름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사실 꽤나 술집에서 많이 들어보았다.

그리고 에봇에서는 절대 좋은 이야기는 술집에서 이야기 되지 않는다.


소년/소녀는 플라위에 얼굴에 불쾌함이 살짝 스쳐지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최근에 몇몇 아이들이 이 숲속에 들어왔다가 정말 말 그대로 몸이 너덜너덜 해져서 돌아오는 사건이 있었어.

몇몇은 무언가 베인 듯한 상처가 수없이 몸에 깊게 새겨져 있었고 몇몇은 주먹만한 구멍이 온 몸 곳 곳에 뚫려 있었지."


소년/소녀는 그렇게 태연하게 마치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이 살짝 미소까지 띄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등 뒤에 급하게 무언가를 처리하면서 말이다.


"참 슬픈 일이야 그렇지?"


"참 가슴 아픈 일이지. 하지만 지금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겠지만 그건 내가 아니야."


플라위는 방금까지의 웃는 얼굴은 어디가고 상당히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치 자신은 정말 억울하다는 것 처럼

자신은 그런 취급을 받아서 정말 불쾌하다는 것 처럼

너무 뻔하게 플라위는 그런 표정을 지었다.


소년/소녀는 당연히 소문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앞에 있는 저 빌어먹을 말하는 꽃을 믿지도 않았다.

그/그녀는 애초에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

이 곳에서 누군가를 믿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그/그녀는 그냥 이 빌어먹을 곳에서 도망치려 하는 것 뿐이고 동시에 이 상황이 불편할 뿐이다.

그 것도 매우 많이.

이 비아냥은 저 꽃이 좋냐 나쁘냐를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그/그녀가 도망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그/그녀는 더 빨리 도망치기 위해서 자연스레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뭐, 니가 안그랬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그 아이들은 죽어가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고?

노란꽃 플라위가 그랬다고."


말이 끝나는 순간 먼저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소년/소녀였다.

그/그녀는 말이 끝나는 순간 바로 왼쪽 방향으로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그녀 뒤에서는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줄기의 바람이 그녀의 뒷머리를 살그머니 어루만졌다.


"젠장맞을 세상..."


그/그녀는 나지막하게 달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렇다 그/그녀의 세상은 언제나 이랬다.

도망치고 도망치고 그저 도망칠 뿐이다.


"그래, 정확해! 다 내가 했어. 대체 어떻게 맞춘거야?"


순수하고도 발랄한 그 빌어먹을 꽃에 목소리가 달리고 있는 그/그녀 뒤에서 울려퍼졌다.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고 쉬웠으며 뻔했지만

그/그녀는 대답할 생각도 없었고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본인이 경험할 시간이니까.


***


플라위는 드디어 새로운 장난감이 온 것에 대한 기쁨으로 가슴이 뭉클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플라위는 상당히 자신의 표정이 이 자신의 감동을 표현해주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플라위가 지은 표정은 감동 따위를 받은 표정처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플라위가 지은 표정은 괴기스러운 웃음이었다.

그것도 아주 아주 괴기스러우면서 마치 세상 모든 것을 비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플라위는 자신이 이 표정을 지을 때마다 지금까지 온 장난감들의

표정이 행복감과 안도감에서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바뀌는 모습을 수 없이 봐왔다.

그리고 플라위는 그럴 때마다

정말 정말 정~말 진심으로 기분이 너무나도 좋아져서

도저히 그 쾌감을 참지 못해 그대로 바로 자신의 장난감을 박살내 버리기 일쑤였다.

가끔씩은 그 쾌감을 못 이겨서 그대로 자신의 "친절 알갱이"를 쏴서

몸에 바람 구멍을 냈고,

가끔씩은 그대로 뭉게버린 다음 경단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다.

이 건 몇번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떨어진 장난감의 눈알을 빼버려서

그 것으로 함께 탁구를 쳐보기도 하였다.

슬프게도 장난감이 금방 망가져 버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장난감의 머리로 축구도 해보고

맛이 좋을지는 꽤나 의문이지만 한번 망가진 장난감을 여러개 모아서

거대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꽃에 모습이라 먹지 못해서

다른 장난감에게 먹게 했지만

그 장난감은 아무래도 이미 망가진 건지 그 것을 보고 그냥 웃다가 자신의 목을 비틀어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플라위는 정말 이렇게라도 밖으로 나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에 신나게 웃곤 했다.

마치 순수하게 개미를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말이다.


분명히 자신의 적당한 장난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상당히 지루하고도

재미없는 일이었지만 분명히 그 뒤에 이어질 재미를 생각한다면 그 것은 분명 의미있는 지루함이었다.

하지만 플라위는 슬슬 이 것에도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플라위는 100년간 이 놀이를 해왔다.

가능한 모든 놀이를 해보고 가능한 모든 장난감들을 망가뜨려봤다.

그 이후 플라위는 급격하게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루했다. 재미없었다.

그저 마치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 의미도 없이 개미를 눌러죽이는 것만큼 그 것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플라위는 더욱 더 자신의 상상력을 이용해 수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려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위는 지루했다.

그리고 플라위는 어느 날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렸다.


문제는 놀이가 아니었다.

지루함의 원인은 바로 자신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뻔했다."

툭 하면 스스로 죽으려 들었으며

툭 하면 이 게임에서 울면서 도망치기 일쑤였다.

모든 행동이 예측 가능했다.

그러니 놀이가 재밌을리가 없었다.


플라위는 새로운 장난감이 필요했다. 정말 새로운 것!

독특하면서도 색다른 것! 지금까지와는 달리 전혀 예측하지도 못하고 자신과의 게임에서의 도망치지 않을 그런 새로운 장난감!

그런 이 놀이를 재밌게 만들어줄 그런 멋진 장난감이 말이다.

앞으로 자신을 50년...아니, 100년 아니.. 1000년! 어쩌면 영원히!

매 순간이 새롭고 즐거워지는 그런 장난감이 필요했다.

마치 자신이 옛날에 만났던 그 아이처럼.


그리고 플라위는 드디어 오늘 하나의 가능성을 보았다.

다른 장난감들과 똑같이 하늘에서 떨어졌지만

다른 장난감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그 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런 나에게 신기해 하지도

그리고 동시에 무서워 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을 도발하며 도망갈 틈을 능숙하게 만들던 아이.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서 멀리 멀리 도망치고 있는 저 아이.


플라위는 이러다 쾌감이 자신의 머리에 가득차서 펑하고 터져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것은 재밌다.

이 것은 신선하다.

이 것은 훌룡하다.


플라위는 이번 놀이는 정말 정말 정말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추측따위로는 플라위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플라위는 땅속에 숨어있던 자신의 초록색 줄기 하나를 그의 나름대로 정말 기쁜 듯한 미소를 지으며 꺼내었다.


"술래잡기 좋지! 니가 술래야! 그리고 넌 잡히면 내가 찢..."


그렇게 말한 순간 플라위에게 코가 없는데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향기가 자신의 코...아니 코 비스무리한 것을 찌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건 뭔가 타는 냄새인 것 같은데...?"


플라위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라위는 곧 무엇인가 식별은 되지 않지만

그/그녀가 서 있었던 자리에 무언가가 무더기로 쌓인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저건...파리...?"


그리고 그 무더기 속에서 작은 불씨 하나가 팟하고 나타났다.


***


"콰광!"


소년/소녀는 폭파음과 코를 간질이는 화약향을 들으면서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원래 그런 것이다. 

에봇에 사는 생물 중에 열에 아홉은 다른 사람을 등쳐먹으려 들고

열에 하나는 이에 걸려 죽는다.

그리고 그/그녀는 걸려서 죽는 족속은 아니었다.

이 세상은 죽거나 죽이거나니까.


그럼...조금 달리는 속도를 늦춰볼까...


그러나 그/그녀가 간과한 사실이 몇가지 있었다.

그 것은 바로 분명 에봇에 사는 생물 중 열에 아홉은 다른 사람을 등쳐먹으려 들고

열에 하나는 이에 걸려 죽지만, 이 중 몇몇은 아예 건들지 않는게 좋은 녀석들도 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그녀가 건드린 것은 그런 녀석들 중 하나였다.


그/그녀는 숨을 돌리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리던 다리를 잠시 멈추고

허리를 숙인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빌어먹을...하아...하아...하아..."


그건 그렇고 대체 여긴 어디지...


그녀는 숨을 돌리며 동시에 그저 어두워서 모든 것이 윤곽만 어렴풋이 보일 뿐인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면서 생각했다.


확실히 소문으로 그/그녀는 폐허가 불길한 숲 아래에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는 폐허인건가?

폐허가 이렇게 어두운 곳이라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폐허는 언제나 사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모르겠는 주정꾼들에게 이렇게 묘사되곤 했었다.

빨간 잎이 가득 깔린 곳,

사람의 뼈다귀가 산처럼 쌓인 곳,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지어져 있는 곳,

이런 괴담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곳으로 묘사되고는 했는데.

이 곳은 그저 어두컴컴할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물론 술주정꾼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헛소리와 허세 넘치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 중에는 몇몇 진짜 이야기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그/그녀는 생각에 곧바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녀는 그녀 뒤에서 나타난 네모난 모양의 빛이 나타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