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 전에


아마 나왔는지도 몰랐을 9편의 번외편이 있었어...확인해보렴



1편 당신이 샌즈랑 아침에 일어나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4609
2편 순수하게 샌즈가 바지를 안 입은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7071
3편 샌즈한테 문자오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68080
4편 토리엘이 가정방문 하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0822
5편 메사장이 돈지랄 하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1767
6편 알피스가 휴대폰 바꿔주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3849
7편 샌즈가 햄버거에 코 박고 자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86998
8편 프리스크 괴롭히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15709
9편 플라위가 꽃잎을 집어 던지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37342
(9편의 번외 떨어진 아이)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40356



*



집으로 가는 길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뼈다귀는 아무 말이 없다. 피는 멈췄지만 당신의 다리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뛸 때는 몰랐지만 천천히 걸어가자니 당신은 꽤나 절뚝거렸다. 뼈다귀는 그런 당신에게 묵묵히 등을 내주었고, 체구가 작은 샌즈에게 업히자 당신의 발이 아주 조금 땅 위에서 떨어질 뿐이었다. 당신의 허벅지 안 쪽에서 샌즈의 골반 뼈가 그대로 느껴졌지만 당신이 얘기하기도 전에 샌즈는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당신이 아프지 않도록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집은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은 저절로 열렸고. 파피루스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
파피루스가 지금의 널 보면 아주 슬퍼 할거야."

샌즈는 당신을 거실 소파 위에 내려놓는다.

"
내가 이제부터 뭘 할건지 알아?"

샌즈가 소파 위에 앉은 당신을 빤히 내려다 본다. 당신은 어쩐지 조금 춥다고 느낀다.

"
일단 네 상처를 치료해야겠지."

샌즈의 갈비뼈가 가볍게 들썩였지만 당신은 그가 한숨을 쉰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근심이 가득한 뼈다귀는 집 안 구석을 한 참 뒤지더니 구급상자를 꺼내온다. 당신이 아니면 쓸 일이 없는 물건이다.

"
이런, 방수밴드가 없잖아."

구급상자를 열어 뒤적거리던 샌즈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토리엘 선생님이 바빠지면서 당신이 뼈다귀 형제와 함께 살게 됐을 때, 처음 인간과 한 집에서 생활해보는 뼈다귀들은 아직 돌봐줘야 할 어린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기 위해 꽤나 애를 먹었다.

가장 준비하기 까다로웠던 건 아픈 당신을 간호할 때 필요한 물건들 이었고, 그 일례로 귓속 형 체온계를 당신의 콧구멍에 꽂아 넣고는 당신이 저체온증으로 죽어간다며 파피루스가 눈물을 뿜어낸다든지, 발목을 삐어 온 당신에게 샌즈가 정성스럽게 온 찜질을 해준 덕분에 당신이 한 동안 제대로 걸어 다니지 못한다든지 하는 일이 있었다.

그 후로 뼈다귀 형제는 각종 의류서적을 탐독해가며 철저하게 준비 한다고 준비했지만, 당신이 다치거나 아플 때마다 늘 필요한 것은 한가지씩 빠져 있었고 그것이 오늘은 방수 밴드의 차례였다.

아쉬운 대로 물이 닿으면 안 되는 일반 반창고와 붕대를 들고 소독한 상처 위에 덧대는 일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
다치지 않은 곳에 흙만 닦아내고 옷 갈아 입고 와."

샌즈는 새 옷을 건네며 당신을 욕실로 밀어 넣었다. 당신은 샤워기를 틀어 발과 종아리 등을 씻고 상처가 나서 물이 닿으면 안 되는 곳은 수건에 물을 묻혀 닦아냈다. 거울을 보니 당신의 얼굴부터 어깨까지 온통 반창고와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손바닥에는 큰 상처가 나서 세수를 할 수 없었다. 당신은 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 내다가 머리를 감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지만 대충 털어내기에는 운동장의 흙먼지와 공사장 바닥의 오물이 당신의 머리 기름과 한데 뭉쳐져 있는 광경이 썩 보기 좋지 않았다.

당신은 욕실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있는 뼈다귀를 바라보았다.

"
다했으면 얼른 이리로 오라고.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당신은 샌즈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짓한다.

"
? 뭐야 설마 시간을 벌려는 거야?"

당신이 제자리에 서서 기다리자 샌즈가 다가온다.

"
혼내려는 게 아니야, 꼬맹아. 그리고 넌 내가 혼내봤자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잖아?"

당신은 샌즈를 빤히 바라본다.

"...
머리를 감겨달라는 표정이군 그래. ?"



*



당신의 머리에서 새하얀 뼈다귀가 새하얀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뼈다귀의 손 끝이 두피를 긁는 느낌이 이상하면서도 좋다.

"
솔직히 너 지금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아?"

당신은 샌즈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당신은 샌즈와 만약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면 시간을 되돌려도 좋다고 협의 했다. 하물며 몇 일 전도 아닌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당신은 상처는 금방 낫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키드는...

"
알아. 네가 그런 생각을 할 까봐 물어 본거야 꼬맹아."

뼈다귀가 당신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가며 거품을 빼낸다.

"
나도 키드와 네가 다친 건 싫지만, 시간을 되돌리면 이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건 꼬맹이 너 뿐이야.".

샌즈는 세면대에 머리를 수그리고 있는 당신에게서 손을 떼 탈탈 털며 말한다.

"
물론 눈치라도 채겠지. 하지만 그 땐 이렇게 머리를 감겨주지도 않을 거라고?"

앞을 볼 수는 없었지만 샤워기를 집어 드는 소리가 들렸고 곧 따뜻한 물줄기가 당신의 머리를 타고 흐른다.

"...
상처를 치료해 주지도 못해. 꼬맹아."

샌즈가 손으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흔들어가며 헹궈낸다.

"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면, 내가 그 녀석들을 지옥에 떨어뜨리고 나서 되돌려. 상관없잖아?"

물소리가 멈춘다.

"
그게 아니면 힘들게 붙인 반창고를 리셋하지 말아줘."

샌즈는 당신 머리의 물기를 짜냈고 당신을 똑바로 일으켜 세운 뒤 당신의 머리에 수건을 올려놓았다.

"
꼬맹이 혼자만의 일로 덮어두지 말라는 말이야."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맞춘 채 말하는 뼈다귀에게서 향긋한 샴푸 냄새가 난다. 아니면 당신의 냄새일 수도 있다.

"
내가 계속 널 걱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신의 머리에서부터 물방울이 흘러나와 눈 안으로 들어갔고, 따끔함을 느낀 당신은 눈을 꾹 감았다. 물방울이 눈 밖으로 밀려나길 기다리는 동안 당신의 뺨에 무언가 닿았다고 느꼈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뼈다귀의 까만 우주만 당신을 가만히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샌즈와 당신은 욕실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는 파피루스가 돌아와 있었고 케챱과 감자, 스파게티 면 등이 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품에 안고 있다.

"
! 사오라 그런 거 다 사왔어! 녜헤?!"

당신과 샌즈의 모습을 확인한 파피루스가 화들짝 놀랜다.

"
뭐야 둘이 설마 지금 나 빼고 같이 씻은 거야?"

파피루스가 바닥에 장바구니를 내려 놓으며 묻는다. 당신은 아니라고

"
응 맞아."

샌즈는 다음엔 파피루스도 함께 씻자고 제안한 뒤 욕조에 오리인형을 가득 띄우겠다는 파피루스를 뒤로 한 채 당신과 2층에 침실로 올라갔다. 당신이 샌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당신이 무얼 느꼈는지 일일이 말 할 필요는 없었다. 샌즈는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당신이 침실로 갈 때면 늘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 당신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던 샌즈는 오늘만큼은 굳게 닫힌 당신의 방 문 앞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문고리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뼈다귀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들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 같다. 잠시 그렇게 있던 샌즈가 몸을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
. 내가 말했지. 넌 괴물이 아니라고."

뼈다귀의 말과는 다르게, 역시 당신을 혼내려는 것 같다.

"
하지만 그게 널 괴물이라고 부르는 녀석들 때문에 네가 괴물이 되어도 좋다는 걸 의미하진 않아."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샌즈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며 문고리를 잡고 방문을 열어 젖혔다. 그런 샌즈의 뒤에서 당신이 입을 열었다.

"
반을 옮기고 싶어."

문 바로 앞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양말을 주워 올리던 샌즈가 멈칫한다. 방 안의 풍경은 이미 무엇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게 온갖 옷가지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체구가 비슷한 샌즈의 세탁물들이 당신의 방에 도착할 때마다 그 누구도 치우지 않은 탓이었고, 샌즈는 옷가지가 몇 개 없어져도 지장이 없을 만큼 옷을 자주 갈아입지도 않았다.

"
그래, 꼬맹아. 지내는 게 벅차다면 어쩔 수 없지. 토리엘 아줌마의 말대로..."

샌즈는 고개를 돌렸고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
그 표정은... 인간들의 반으로 옮기겠단 표정이네."

당신은 처음부터 당신과 언다인이 친구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파피루스 덕분에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한 가운데서 가만히 버티고 서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샌즈에게 당신이 인간과 괴물 사이의 파피루스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끝내주는 내 동생만큼은 아니어도, 할 수 있겠어? 그보다 네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당신은 그것이 당신의 벨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괴물대사인 당신의 휴대폰에서 당신을 찾는 전화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당신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샌즈의 바지 주머니를 응시했지만 샌즈는 도통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샌즈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전화를 끈 뒤 당신에게 말한다.

 

제대로 된 시간을 살게 되어서 좋다고. 하지만 네가 이 세상을 전부 책임질 필요는 없어. 엔딩을 보고 나서 넌 평범한 꼬마일 뿐이야.”


당신은 엔딩 같은 건 본 적이 없다며, 진짜 행복엔 엔딩이 없다고 말한다.

"
시간이 되돌아가지 않는 세상에서도 좋은 일은 언젠가 끝나게 되어 있어. 꼬맹아."

"
샌즈는 아직 이 곳을 살아가는 방법을 몰라. 시간이 되돌아 가지 않아도 어려운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늘 있어.”

샌즈는 당신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고 당신은 대답한다.

"
그게 희망이라는 거래."

당신은 샌즈를 지나쳐 스스로 방문을 밀고 방 안으로 들어갔고, 뼈다귀가 손에는 양말을 든 채 당신을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안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았다.

당신은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묻는다. 당신은 피곤을 느낀다. 협탁 위의 거울이 당신을 주시한다. 당신은 거울을 보며 샌즈에게는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당신은 잔소리는 그만 할 테니 어디 한 번 솔직하게 얘기해보라고 말한다.

"
힘들어."

당신은 버틴다.

"
증오해."

당신은 용서한다.

"
무서워."

당신은 다독인다.

"..."

당신은 괜찮다.

"
미안해."

떨어진 아이는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한다. 협탁 위에 거울이 미소 짓는다. 당신은 고마워 하며 오늘은 조금 일찍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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