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니! 알피스 언니!"


"아, 캐티구나."



알피스는 시작부터가 혐오스러운 괴물이었다. 말하자면 쓰레기장에서 노숙이나 하는,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빨리 목숨을 끊어 대기의 산소를 그만 소비해줬으면 하는 그런 일각의 존재였던 것이다. 누가 쓰레기장에서 냄새를 풍기는 것을 좋아하겠어? 괴물들이 그런 상상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불분명했지만 여튼간에 알피스는 몇 괴물들과 함께 쓰레기장에서 노숙을 하며 근근히 연명하는 불쾌한 괴물이었던 것이다. 



"언니, 또 그거 봐? 냥냥 고양이 소녀 2는 망했다면서!"


"어... 물론 냥냥2는 망작이야. 하지만 냥냥의 팬이라면 비판을 할 때에도 제대로 비판을 해야지. 이를테면 이번 화의 레너드는 기존의 캐릭터성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행보를 보였어. 그는 원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성격인데..."



솔직히 애니메이션 따위에 관심을 갖는 건 바보 아니면 지독한 오타쿠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나 그걸 보는 사람이 그것밖에 화제로 삼지 못하는 부류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유감스럽게도 혐오스러운 파충류는 그런 부류였다. 하지만 브래티와 캐티는 알피스를 정말로 좋아했기에 알피스가 무엇에 열을 올리든 다 들어 주었다. 그들의 그런 자세를 단순히 '은인이기에 참고 넘어간다' 따위로 묘사한다면 그건 혐오스럽지 않은 것들에 대한 모독일 테니 이쯤 해두자.



"언니~ 우리는 냥냥2 안 보는 거 알잖아. 그렇게 말해도 난 잘 몰라."


"그...그렇지? 헤헤."


"그것보다 이것 봐! 언니를 닮은 귀여운 찻잔이야! 특히 여기 손잡이 부분을 보면 진짜 닮지 않았어?"


"어머! 진짜 닮았네!"



브래티와 캐티는 그래도 화제는 잘 끌어내는 부류였다. 사실 그렇게까지 능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예 회화 자체가 괴멸적인 알피스에 비하면 차라리 나았다. 알피스와 친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실례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쓰레기장에서 만난 괴물들끼리의 인연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들에게는 좀 더 나은, 이를테면 백마의 기사는 아니라도 망가진 자전거의 뱃살 아저씨 정도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니! 로봇은 잘 돼가?"


"어..."


"세상에! 영혼 로봇! 얼마나 멋진 일이야! 아스고어 대왕도 마음에 들어할 거야!"


"브래티, 그건 지난 번에도 이야기했잖아."


"하지만 몇 번을 봐도 놀라운걸!"



혐오스러운 파충류에게도 그나마 장점이 있다면 기계에는 박식하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지금 냥냥2를 트는 VHS도 원래 못 쓸 정도로 망가진 채 버려진 것을 알피스가 혼자 연구해서 고친 것이었다. 인간의 영혼을 회수하여 결계를 해제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였던 괴물들에게는 솔직히 아무래도 좋은 부분이었으니, 사실 괴물들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뭐, 보고 있으면 놀랍긴 하지만 그뿐이었다.





2.



"네? 왕실....과학자요?"


"그렇다네. 부디, 괴물들의 희망을 위해, 자네가 맡아 주지 않겠나?"



사실 왕실 과학자라는 직책은 이제 와선 기피대상이었다. 얼마 전에 W. D. 가스터라는 이름의 왕실 과학자가 있긴 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행방불명되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시공간 사이로 흩어진' 것이었다.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는게, 그의 '일부'가 도처에 널려 있긴 했지만 그것은 난도질당한 흔적도 아니었고 그저 말 그대로 '일부'라고밖에 칭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다들 그가 생전에 행하던 영혼의 힘 연구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이 직책도 거의 '떠넘겨진' 것이었다. 과학에 대해서 잘 아는 인물도 별로 없거니와 누가 시공간 사이로 흩어지고 싶어하나. 물론 아스고어는 알피스의 연구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사실 여러 모로 봐도 알피스가 적격이었다. 단지, 왕실 과학자라는 직책 자체가 누구에게 가든 '떠넘겨지는' 그런 직책이 되어 버린 것 뿐이다. 어차피 알피스는 그런 직책을 '떠넘기기에' 적합한 괴물이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하지만... 전하, 그건..."


"나도 알아. 얼마 전의 가스터 박사의 불행한 사고도 있었고. 하지만 그것은 지금 언급하기엔 적절하지 않네. 우리는 희망을 보아야 하고, 그 희망은 지금 자네에게 있네. 부디... 맡아 주게."



아스고어 대왕은 코를 훌쩍였다.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를 욕해도 좋아. 하지만... 자네가 맡아 준다면 모두가 기쁠 걸세."



물론 혐오스러운 파충류에게 선택지 같은 것은 없었다. 이걸 거절하면 또 다시 냄새 나는 쓰레기장 생활이나 계속 해야 할텐데. 알피스가 쓰레기장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떠넘겨지는 직책이나마 지금 이 기회라도 잡지 않으면 여전히 또 그녀에게 걸맞는 인생을 계속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알피스는 분수에 맞지 않길 원했다. 자신을 좋아해 주던 브래티와 캐티는 어떻게 되는 걸까, 뭐 그녀에게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었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연구를 재개하지요."



물론 그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가스터 박사의 연구는 사고로 인해 그와 함께 모두 날아가 버렸고, 남은 건 어떤 뼈다귀 괴물이 가지고 있는 청사진 뿐이었으니까. 연구는 처음부터 재개되어야만 했다.





3.



"알피...스...박사님..."



스노우드레이크의 어머니였던 융합체가 알피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연구는 그녀의 존재만큼이나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원래 죽은 괴물들을 살리려는 연구는 영혼에서 추출한 의지의 특징에서 시작된 연구였고, 아스고어 대왕이나 유가족들 모두가 동의한 연구였다.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살아난 괴물들은 의지를 버티지 못하고 모두 녹아 버린 뒤, 저렇게 꼴사나운 모습이 된 것이다. 실로 꼴사나운 그녀에게 걸맞는 말로였다. 그것들은 그녀의 그림자를 상징했다.



"저희...가족...언제...볼...수...있...을까요...?"


'이런, 아주머니, 알피스 박사를 너무 재촉하지 말아요. 가족을 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솔직히 우리 꼴이, 거, 좀 놀랄 거 아닙니까. 사람들이 보면.'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장 기이하게 변한 융합체는 말을 하진 못했지만 전자기기를 통해서는 말을 할 수 있었기에, 알피스는 그를 위해 항상 무전기를 켜 두었다. 정말 그녀 같은 짓이었다. 가장 기이하게 변해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처럼 생긴 것이 말하는 것 따위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혐오스러움에 누구보다도 동조하는 파충류는 그 마음을 아는건지, 아니 사실은 모를 것이다. 그냥 단순히 의사 표시를 받기 위해서 켜 둔 것 뿐이겠지. 별다른 의미를 붙여 봤자 아무런 소용 없을 것이다.



'박사,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렇게 사는 것도 우리에게 아주 색다른 관점을 제공한단 말이오. 결코 나쁘지 않은 경험이지. 박사도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소?'


"......"


'그래요 박사, 유감이군. 천천히 생각해요.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오. 그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던 도중에 벌어지는 불상사일 뿐이지.'



알피스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저 친구들에게 모른 척 냥냥 고양이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역겨워라... 그런 도피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아주 잘 알 정도로 박식한 괴물은 정작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알피스는 굳이 무전기를 끄진 않았지만, 어차피 그의 조언 따위는 경청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뭔가 생명에 위협이 갈 정도의 중요한 의사 표시를 하면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그저 켜 두고 있을 뿐이겠지.



'당신의 오랜 고통은 알고 있어요. 심지어 우리조차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글쎄, 그것을 누가 견딜 수 있을까? 이것은 거대한 시련이지. 말하자면 당장 내일까지 100m 달리기를 12초 내에 완주하지 못하면 모두에게 비웃음을 살 예정인 소년의 그 고민.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하겠군. 하지만... 언젠가는, 언젠가 진실은 밝혀진다오. 그러니...'



메모리헤드는 끝없이 공허한 말을 쏟아낼 뿐이었다. 그런 말을 해 봤자 이런 혐오스러운 파충류가 들을 리도 없는데, 왜 그런 말을 계속 하는걸까? 융합체의 행동은 일반인의 사상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이런 '괴물'을 만들어낸 괴물이기에 비슷한 사고관으로 대화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메...모리...헤...드..."


'이런, 그래, 나도 좀 심했군. 아무튼 박사. 이 이상 나빠질 수는 없을 것이오. 희망을 가져요. 그리고 기억하시오. 이건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당신이 짊어질 죄도 아니오. 그저... 사고지. 그러니 기분 풀어요.'





4.


"엄마!"


"스노...위..."



솔직히 말하면 융합체들의 그런 모습을 반길 괴물 따위는 없었다. 모두가 놀랐다.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괴물들은 마음 속에 알피스에 대한 원망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자신의 가족이 그런 꼴이 된 채 돌아오길 바랐던 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기억 속에 올바른 형태로 남아 있는 게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혐오스러운 알피스에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괴물들은 기본적으로 전부 착해빠졌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공공연히 내서 분쟁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괴물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전부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알피스 박사...엄...고마워요. 우리의 가족이 돌아왔소.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요? 우리의 가족과 다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게 우리에겐... 큰 기쁨이지."


"...정말요?"


"당연하지. 솔직히 저런 모습으로 돌아온 건 우리도 좀 놀랐소. 하지만 돌아왔다는게 제일 중요하지 않아요? 단지 우리의 가족이 조금 다른 형태로 우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거지.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소. 자꾸 독촉 편지를 보낸 건 미안해요.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인내를 갖고 기다렸을 텐데."


"언니가 돌아와서 정말 기뻐! 박사님, 형태가 좀 변한건 중요하지 않아. 그가 우리의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무 우울해 하지 마."


"독촉 편지를 자꾸 보내서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정말로!"


"개굴."


'가족을 만나서 정말 좋긴 좋군. 박사, 이제 진실이 얼마나 유익한지 박사도 조금은 알았을 것이오. 그러니 앞으로 진실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역겨운 허례허식의 단어들이 몇 개 오갔다. 거짓말을 하는 괴물들도 알피스만큼이나 혐오스럽고 역겨웠다.





5.


"헤, 감동적인 이야기야. 그런데 이런 이야기 해서 뭐 하지?"


"네? 무슨 말인가요?"


"어차피 그들은 '알피스라서 거름' 이런 말이나 할 텐데."


"...괜찮아요."


그러나 혐오스러운 파충류가 그런 말에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혐오스러운 파충류가 자기 분수를 겨우 깨달아 자신이 눈물을 흘릴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였을까, 아니면 일생의 마지막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 작은 의지가 그녀의 앞길을 바꾸었다는 사실에 기쁨이 넘쳤기 때문일까? 알 게 뭐야. 알피스는 혐오스러운 파충류일 뿐인데.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62571


원글은 이거.


일부러 중립 서술을 아주 악의적으로 써 놓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알피스에게 호의적인 서술임. 중립 서술이 일부러 괴물들의 진짜 의도를 왜곡하도록 쓴거.


그리고 본문에 '흙손'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면 누군가는 검색해서 읽어줄 거라는 의지를 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