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로 끝이다.
샌즈는 심판의 복도에 서 있었다. 인간은 샌즈와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아스고어의 알현실로 들어갔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지 인간의 여정은 결정이 날 것이었다.
샌즈가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은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스고어를 설득하던가, 아스고어를 죽여 그 혼자 지상으로 나가던가. 최악의 경우에는, 인간이 모든 것을 리셋해 모든 것을 무로 돌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샌즈를 포함한 그 누구도 이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겠지. 괴물들이 지상 밖으로 나갈거라는 가정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아스고어는 인간을 이길 수 없을테니까.
그랬다. 인간은 의지의 힘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 인간은 모든 노력들을 헛수고로 만들 수 있고, 모든 그가 시도하는 것들을 해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샌즈는 그 모든 일을 겪고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신뢰할 수 없었다. 언제 인간이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릴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불공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그 능력을 정말 원했는지, 그 능력을 인간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지 샌즈는 알지 못했다. 단순히 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인간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불공평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힘의 존재를 알고 있는 괴물이, 그 힘을 가진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joke lady와의 약속만 아니었다면 그가 인간에 대해 이렇게 고심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고, 샌즈는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부류의 괴물이 아니었다. 어떤 경우에서라도, 정말 최악의 상황이 닥치지 않아서야 그는 약속을 깨지 않을 것이었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는 약속을 더 우선순위에 둘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그건 인간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샌즈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을테니까. 샌즈는 꽤 도움이 되는 친ㄱ-아니 그 관계를 친구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지인이었고, 인간이 여기까지 오게 된데에는 샌즈의 도움도 적지만은 않을 것이었다.
뭐, 그게 없었더라도 그에게는 의지의 힘이 있지만.
그게 어떻든지 간에, 적어도 지금까지의 상황은 샌즈에게는 최선으로 보였다. 인간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EXP를 얻지 않았으며 LOVE도 올리지 않았다. 인간은 최초의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결말이 나지 않는 생각의 고리는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적어도 아스고어가 알현실을 나오기 전까지는.
아스고어?
기둥 뒤에서 그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샌즈의 눈구멍이 커졌다. 아스고어라고? 아스고어가 이겼단 말인가?
키 큰 염소 괴물의 위엄 있는 어깨는 죄책감으로 축 쳐져 있었다. 그가 샌즈 쪽으로 잠깐 몸을 돌릴 때, 샌즈는 그의 커다란 팔에 묻혀 있는 작은 몸을 보았다.
짧은 갈색 머리의 늘어진 어린 아이의 조그마한 시신을.
아스고어의 보랏빛 위엄 있는 망토는 아이의 피로 보이는 것으로 붉게 얼룩져 있었다. 인간의 시신은 군데군데 화상을 입고 있었다. 사인은 아마 과다출혈에 의한 쇼크였겠지만.
괴물의 왕의 넓은 품에 묻힌 아이의 시신은 그것을 더 작고 여려보이게 만들었다. 아스고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고 걸어가고 있었다. 먼저 아이의 시신을 관에 눕히고, 그의 영혼과 나머지 여섯 개의 영혼을 취하게 되겠지. 괴물들은 지상으로 나갈 수 있게 되리라.
어떻게? 그러나 샌즈의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결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스고어는 인간을 이길 수 없었다. 괴물이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인간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괴물들이 지상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인간이 의지의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은.
혹은 처음부터 인간에게 의지의 능력이 없었거나.
-아니, 후자는 불가능했다. 샌즈에게는 지금까지 그가 관측해온 시간의 연속성을 일그러뜨리는 무언가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 그리고 뭣보다도-
의지의 힘 조차 없는 어린 아이가 여기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샌즈는 지하로 떨어진 인간 아이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인간의 어린 아이는 그 정도로 대단한 능력이 있지 않은 한은 이 곳까지 올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괴물들의 일반적인 인사인 작은 탄막에도 상처를 입는 인간 아이가 이 곳까지 오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힘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왜 시간이 되돌아가지 않는거지?
아무도 그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넓고 텅 빈 복도에는 아스고어의 둔탁한 발걸음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그냥 앵스트가 너무 너무 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중에 프리스크 관점으로 또 쓸지도 모름.
오
화상입고 과다출혈로 죽었다니까 팔잘린거 불붙여서 문지르던 김화백식 응급처치가 생각나서 뿜어부렀다
ㅠㅠ - 프리사랑
죽어준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