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잠에서 깨어난 샌즈는 어두운 복도에 있었다. 빛이 들때면 이곳 처럼 아름다운 곳도 없었지만, 지금은 적막한 어둠만이 가득했다. 너무나도 지쳤던 탓일까? 샌즈는 잠들기 전에 대한 기억이 흐릿했지만, 주변을 둘러본 샌즈는 금새 상황을 파악했다.
온 몸이 예리한 뼈다귀에 꿰뚫린 채 차갑게 식어있는 인간.
그래. 자신은 인간과 싸웠고, 승리했다. 적어도 이번 타임라인에서는. 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인 의미의 승리는 아닐 터였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힘으로 내가 승리했다는 사실 자체를 지울 것이다. 샌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상하고 부조리한 힘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 힘을 통해 잔인한 일을 해온 장본인이 그의 앞에서 아직까지 죽어있었으니까.
샌즈 자신도 시간이 되돌려 진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 말, 표정, 반응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한 인간이 나타난 이후부터 나타난 시공간의 간섭에 대한 기록도 있어 명백한 사실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래. 자신은 이미 수십, 수백번 이 살인마를 죽여왔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되돌리지 않고 있었다.
설마. 샌즈는 얼마 후 또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한 셈이었다. 땀이 흐를 리 없는 백골의 몸임에도 온몸에 서늘한 오한이 스쳤다.
그는 인간에게 다가가 발끝으로 밀어 똑바로 눕혔다. 몇시간이나 지나서 얼굴빛은 창백했고, 온몸이 차갑고 딱딱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뼈를 뽑아내도 뛰지 않는 심장을 가진 인간의 몸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는 일은 없다. 인간의 죽음은 확실했다. 도저히 살아나서 그 오만방자한 얼굴을 들이밀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금 저지른 죄악이 샌즈의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샌즈가 상정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 밖에 없었다. 하나는 인간이 이 싸움에 질려 더 이상 시간을 돌리지 않는것. 이건 그냥 그의 희망 사항에 가까운 것이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였다.
만약 인간이 시간을 돌려 되살아난다고 해도, 만약 그것이 인간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힘이라면? 그녀는 이미 되살아났고, 이 곳이 아닌 다른 세계의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라면?
아아! 샌즈는 절규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은 무엇인가. 샌즈는 인간인 그녀를 죽인다고 해도 결국에는 시간을 되돌려 승리할 것을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충돌을 피해온 것이다. 하지만 전제가 틀렸던 것이다.
샌즈의 입에서 신내나는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파피루스, 언다인, 토리엘, 머펫, 테미, 에봇의 지하에 살았던 모든 괴물들. 그들의 절규와 비명이 샌즈의 두개골 안쪽에서 미친듯이 날뛰었다. 모두는 자신 때문에 죽은 것이다. 인간을 막을 힘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어차피 질거라는 패배주의적 사고로 방관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망설이지 않고 인간을 일찌감치 처리했다면. 파피루스가 당하기 전에 인간의 심장을 꿰뚫었다면. 어차피 안 될거라는 생각을 버렸다면! 이 모든 것은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이봐, 일어나. 샌즈는 무릎을 꿇고 힘없이 늘어진 인간의 어깨를 잡았다. 흔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눈을 뜨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려 되살아나는 일 따위는 언제까지고 일어나지 않는다. 샌즈는 인간을 향해 울부짖으면서 매달렸다. 시간을 되돌려줘. 나를 과거로 보내줘. 제발. 제발...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
샌즈 멘붕 머꼴ㅎ
추천받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