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에 프리스크에게 고백하고 싶다.


마음을 숨기는 기념일이 와서야 전하는 비겁한 고백을 하고싶다.

사람친구로만 지내온 그 오랜 나날에 빗대어보면 거짓말같은 그런 고백.

듣자마자 감정변화도 없이 고개를 저으며 속지 않는다고 말하는 프리스크에게 상처받고싶다.

가슴이 미어지지만 나는 내색않고 그녀 특유의 무표정을 따라하며 그동안 놀리던 실력을 발휘해본다.

그녀를 닮은 내 표정을 보며 얼굴에 수심이 어려오는 프리스크는 시들어 더 아름다운 아스터꽃.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그녀를 보면 저려오는 마음에, 나는 짝사랑의 극중극을 빠르게 매듭짓기로 했다.


* 당신은 오랜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


나는 막을 내리며 장난스레 그녀의 손을 잡아 끌지만 손끝에 맺힌 그 마음을 읽는다.

소중히 간직하고 싶기에 불지필 수 없는 그 마음.

하지만 오랜 친구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은 이제 그녀의 내면을 엿보는 관음증이 되어서,

그녀의 마음을 독차지하면서도 언젠가의 누구에게 내어줘야 할 깊은 자리의 나를 발견한다.

마음의 비중에서 오는 안도와 우정의 인연에 대한 체념이 뒤엉켜 눅눅하게 진 슬픔이 가라앉아온다. 

슬픔을 차분함으로 바꾸려 애쓰며 나는 물먹은 음성으로 우정으로 둔갑해온 나날을 곱씹는 소리를 했다.

프리스크가 가장 오랜 친구여서 다행이야. 그녀도 그렇다고 끄덕인다.

우리는 그렇게 오늘 하루도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며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아니, 프리스크는 오늘도 내게 속았다.

내일도 그녀를 향한 만우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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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아픈 사랑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