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몇 번 보면서 생각해보니까… 똑같은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는 것 뿐인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더라고.
* 다시 시작하면 네가 불쑥불쑥 나와서 우울한 얼굴로 "다 지워버릴 셈이냐", "그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둬라"는 등 내가 리셋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듯 얘기하잖아? 하지만 말야. 나도 걔네들 딱히 불행하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어. 정말이야. 몰살같은 건 생각도 해본 적 없다니까.
* 나도 내 친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정말로 좋아하는 친구들인걸. 그런데 문제는 내가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있지.
* 그래. 다들 좋은 미래를 맞이했겠지. Happily Ever After(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 동화처럼. 하지만 나는? 나는 혼자 남았어. 어떻게 이 외로움을 풀어야 하지? 프리스크는 좋겠다. 걔들이랑 행복할 수도 있고.
* 이봐, 플라위. 이건 차라리 제작자를 비난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잘 생각해보라구. 그렇지 않아?
* 나는 내 친구들이 행복해졌으면 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리고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볼 수 있는 건 엔딩 크레딧이 지나가면서 보이는 짤막한 쿠키영상 뿐이잖아. 내가 그들에게 준 감정이 얼마나 깊은데, 이걸로는 모자라. 턱없이 모자라다고!
* 그래서 반복하는거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행복해져가는 모습이라도 보기 위해.
* …음, 맞아. 계속 불살루트를 밟아갔지만, 그 길이 꼭 행복해져가는 길만은 아니었던 적도 있긴 있어.
* 언젠가,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으로 엔딩 보고 접자. 하곤 무심한듯 시크하게 괴물들한테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을 때였지. 선택지가 떴을 때에도 항상 부정적으로 대답했어. 예를 들면 "내 동생 어때?"라는 샌즈의 질문에 "별로"라고 답한다던가. 첫 회차때는 물론이고 차회에 들어서서 [불러오기] 해가며 모든 선택지를 선택할 때에도 왠지 꺼림칙해서 선택해보지 않았던 것들. 이런 걸 선택하면 뭔가 달라지지는 않을까. 다른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했겠지만, 별 다를 것 없었어. 시시하지?
* 뭐, 스크립트가 꼬였는지 언다인이랑은 친구가 될 수 있어도 알피스랑은 친구가 될 수 없었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 뿐이야. 나는 결국 친구들의 다른 목소리는 들어볼 수 없었어.
* 내가 이렇게 걔네들이랑 놀고 싶어 하는데… 걔들은 날 항상 쓸쓸하게 버려두지. 내가 토라져도,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은 그저 날 멀리할 뿐이야.
* 이봐, 플라위… 너는 내가 보이잖아. 그렇지? 그럼 대답해봐. 지금 나랑 석양을 보고 있는 내 친구들은 나를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 아니야. 그들의 친구는 프리스크 뿐이지…. 너도 내 물음에 대답을 할 수는 없을 거야. 이 작은 스크립트 쪼가리야.
─────
처음 보는 노을진 하늘에 친구들은 언제나 그랬듯 혼이 쏙 나갔다. 덤디덤씨…아니, 아스고어는 너에게 대사관을 해주지 않겠느냐고 권했고, 너는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대사관같은 큰 일을 너같은 작은 꼬맹이가 할 수 있을 리 없겠지만, 어차피 정말로 할 것도 아닌데 알게 뭐람.
파피루스는 이번에도 마스코트가 되겠다며 뛰쳐나갔다. 나는 그것이 파피루스에게 정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샌즈는 못미더워했다. 바로 뒤 이어서 그의 뒤치닥거리를 하러 떠났다. 언다인과 알피스도, 덤디덤씨도 가버렸다.
토리엘과 단 둘이 남았다. 처음에는 모두를 행복한 미래로 이끌었다는 충만감에 이 광경이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쓸쓸할 뿐이다. 이건 엔딩이니까. 이야기의 끝이니까.
토리엘은 너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거니? 너는 처음에 주저없이 "함께 살고 싶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는다. 물론 내가 그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걸 선택하더라도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가야할 곳이 있다"는 너의 말에, 토리엘은 쓸쓸해하며 작별을 고한다.
너는 혼자 남아 석양을 바라본다. 나도 그런 네가 되어본다.
이제 혼자가 되는 거야. 너도, 나도.
────
……
"어이, 꼬맹이."
나는 놀라서 뒤를 보았다.
"여기라고, 여기."
뒤에서 들렸던 목소리는 어느 새 옆으로 와 있었다. 오른쪽 길에서 샌즈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냥 파피루스를 따라 가려고 했는데… 그 표정이 눈에 밟혀서 말이지."
나는 네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지 몰라,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기쁠 따름이었다. 아마 내가 너였다면 무너지는 표정을 지었으리라.
"왜 그래? 꼬맹이. 너답지 않게. 이 바깥 세상에 네가 싫어하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아무래도 너도 나와 같은 표정을 지은 것 같다. 샌즈는 너에게 다가가, 끌어안고는 토닥였다. 내가 아스리엘에게 그랬듯이.
"괴로운게 있으면 말해.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 테니까. 내가 매사에 게으르긴 하지만, 할 땐 한다고."
나는 도리질을 쳤다. 아니다. 나는 샌즈가 이렇게 돌아와 말을 걸어준 것 만으로도 차고 넘치게 기쁘다. 그렇지. 샌즈는 항상 내 표정을 유심히 지켜봤으니까 돌아와본 거구나. 다른 친구들도 다 말을 걸어줬으면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겠지. 아아, 몇 마디 더 듣는게 이렇게 행복할 줄은 몰랐다.
"…너"
계속 품에서 부비적거리고 싶었지만, 샌즈의 목소리가 묘하게 굳어있었다. 나는 한 걸음 떨어졌다.
"이게 처음이 아니네, 그렇지?"
정곡을 찌르는 그 물음에, 나는 한 걸음 더 떨어졌다.
"이런, 조심하라고. 뒤는 낭떠러지니까."
샌즈는 순간적으로 내 등 뒤로 와서, 안쪽으로 슬쩍 밀었다. 갑자기 나타난 샌즈를 놀란 눈으로 보자, 샌즈는 찡긋거렸다.
"네 등 뒤로 가는 지름길이 있었거든."
샌즈는 평범하게 내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니까… 그 반응을 보아하니, 이걸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나랑 싸운 적도 없고… 그렇단 말이지? 잠깐. 꼬맹아, 겁 먹지는 마. 너랑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
나는 간신히 안심했다.
"……."
샌즈는 잠깐 다른 곳을 향하고는, 눈을 감았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차분히 기다렸다. 초조한 몇 초가 지나고, 샌즈가 다시 나를 보았다.
"왜?"
샌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어렵게 얻어낸 해피엔딩을 왜 뒤집는가. 그런 걸 묻고 있는 거구나, 너도?
나는 씁쓸해졌다. 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내게 이야기를 전할 방법은 없었다. 선택지조차 생성되지 않았다.
"말을 할 수가 없는 건가? 흠. 이쪽 세계는 아무래도 제한이 많으니까 말이지."
…샌즈는 무언가 아는 눈치였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익숙한 화면이 나타났다…!
메타톤과 쇼타임을 할 때 봤던, 바로 그 화면이다. [ㅌ]과 [ㅋ]을 제외한 모든 단어를 입력할 수 있었던 서술퀴즈 입력박스.
"이제 말해봐, 꼬맹아. 왜 이런 걸 반복했지? 뭔가를 채우려는 것도 아니고… 의지만으로 반복해온 거잖아. 응?"
입이 뚫리자,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너희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놓고 싶지 않은지. 행복을 빌고 싶음에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를 쏟아내었다. 미안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혼자 남기 싫었어. 샌즈.]
샌즈는 또륵또륵 눈물과 함께 말을 흘리는 나를 지켜만 보다가, 마지막 문장이 끝난 후 조금씩 다가와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는 서러움이 심장을 타고 북받쳐 오르는 걸 느꼈다. 다시 말을 흘리기 시작했다.
[토리엘…엄마가 보고 싶어. 소심한 냅스타블룩이 만드는 노래도 좀 더 듣고 싶어. 파피루스랑 더 장난 치고 싶어. 키드, 귀여운 친구. 걔는 결국 한 번도 절벽에서 떨어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언다인한테는 내가 요리를 가르쳐주고 싶어. 의외로 나 요리 잘하거든. 알피스, 메타톤… 전부 좋은 친구야. 덤디덤씨랑은 아직 차 한 잔도 못 해봤다고. 너무해. 나는 너희들이랑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너무… 너무 많다고.]
서술퀴즈 입력박스는 사라졌다.
샌즈는 내 눈물을 훔쳐주며, 할 말을 생각하는 듯 했다. 이내 내 울음이 그쳐갈 때쯤, 샌즈가 말을 시작했다.
"꼬맹아. 너 참 바보구나?"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샌즈를 쳐다보았다.
"봐. 너는 내 말투를 기억하고 있잖아. 그러면 이렇게 하면 돼."
샌즈는 어께를 으쓱 했다.
"우리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만들고 싶었던 추억을 네가 만들면 되는 거야. 오, 정말 소름돋는 이야기군."
샌즈는 키득거리며 웃다가 다시 평소의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항상 네가 기억하는 모습으로 있으니까 말야. 여기서는 그만 돌아가도록 해. 모두가 해피엔딩을 보도록 놔주자고."
샌즈는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씩 웃었다.
─────
난 개인적으로 게임할때 게임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행복하거나 사이좋게 지내면 기분이 좋아지던대...결과 해피엔딩 미만잡
ㅇㅁㅇ/ 그치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서 너도 여길 찾아온 거잖아. 그 심정으로 쓴 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