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8b3d423f7c639aa6b&no=29bcc427b38477a16fb3dab004c86b6fd0548bb7fdb4d15d4d49668cc7abd3bb8b3babeadff4d100f118ea754fe102c9bcf517b4b92db0d9ca3c



개요/

5살의 프리스크가 에봇산의 지하에 떨어졌다.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생존 물자 부족으로 에봇산 지하의 치안이 좋지 않다.


#1


폐허의 뒷편에는 노란색 꽃이 잔뜩 핀 꽃밭이 있다. 파란 점퍼를 입은 백골의 괴물, 샌즈는 절기가 바뀔 무렵마다 한 번씩 이 꽃밭을 찾고는 했다. 에봇산의 지하는 계절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꽃밭은 언제라도 그를 환영해 주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샌즈는 이 꽃밭을 좋아했다. 꽃밭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장소가 품고있는 특유의 적막한 공기가 좋았다. 그 누구도 자신을 찾지 못하는 장소란 바로 이 꽃밭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천정에 뚫린 커다란 구멍으로 빛을 쪼이고 있으면 조금 전 까지 품고 있었던 불만이나 걱정은 사라져 버렸다. 오늘, 샌즈는 간만에 꽃밭을 찾아온 참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마음이 내켜서 왔을 뿐이다.


하지만 왠걸 꽃밭에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상대가 먼저 와있었다.


그것은 인간이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체구의 어린아이. 파란색 줄무늬 스웨터에 반바지를 입은 아이는 너무 어려서 성별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어깨까지 기른 머리카락만이 자신은 여자아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는 5살 정도 될까. 그녀는 샌즈가 왔는지도 모르고 꽃을 따서 화관과 꽃목걸이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heh." 샌즈는 인간 아이가 들을 수 없도록 작게 웃었다.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지금 지하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전쟁에서 패하고 지하에 갇히고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괴물들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의 자원과 땅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땅은 더욱 적었다. 심지어는 이 좁은 지하에서 도둑, 강도까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하를 다스리는 통치자 아스고어는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소극적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지하를 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괴물들이 지하에서 나갈 수 없도록 인간 마법사들이 만든 결계를 부수기 위해서는 인간의 영혼 7개가 필요했다. 지하를 나갈 수 없는 괴물들은 지상에서 직접 인간의 영혼을 수확할 수 없었고, 아스고어는 천정에 뚫린 구멍을 통해 가끔 떨어지는 인간의 영혼을 회수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방법도 강구하지 않았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지하의 모든 괴물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에 대해서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 아스고어의 행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괴물은 샌즈만이 아닐 것이다. 수십년 전에 6번째 인간이 떨어졌을 때는 잠시 희망을 가졌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하 어느곳을 가더라도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마침내 7번째 인간이 떨어진 것이다. 이제 샌즈는 아이의 영혼을 붙잡아 그의 능력인 순간이동을 사용해서 아스고어에게 데리고 가기만 하면 되었다.


샌즈는 천천히, 가능하면 아이가 자신을 눈치채지 못 하도록 다가갔다.  샌즈는 아이의 등 바로 뒤에 섰다. 그의 왼쪽 눈구멍에서 창백한 푸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예리하게 벼려진 뼈다귀가 허공에 나타났다. 그때까지도 아이는 샌즈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꺅꺅 거리며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니 가슴 한켠이 아렸다. 상대가 인간이라고는 해도 생명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취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안. 잠깐이면 끝날 거란다, 꼬맹아." 샌즈는 가슴 한쪽으로 죄책감을 밀어넣었다.


아이가 뒤돌아 본 것은 샌즈가 아이를 죽이기 직전이었다. 발소리가 났던 걸까, 아니면 어린 아이의 예민한 직감일까. 아이의 눈이 샌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순수하고 다정한,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 이런 예쁜 눈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을까? 샌즈는 망설였다. 있지도 않은 내장에서 시큼한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처럼 텅빈 늑골 사이가 서늘했다. 샌즈는 죄악감이 자신의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거부되었다. 


샌즈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자신이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죽는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뼈 밖에 없는 손으로 뼈다귀를 움켜잡았고, 머리 위로 높이 처들었다.


다음 순간 샌즈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꽃밭 위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언가에 밀려 넘어진 것이다. "공격당했나?" 그렇게 생각한 샌즈였지만 땅에 부딪친 엉덩이를 제외하면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 아픈 대신 샌즈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몸이 무거웠던 것이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무언가에 짓눌려 있는 것 처럼 몸통이 무거웠다. 어떤 마법에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샌즈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해골빠가지!" 아이는 꺄르륵 웃으면서 말했다. 샌즈는 어안이 벙벙했다. 다름이 아니라 인간의 아이는 자신의 몸통에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2


"정말 '골'치 아프게 됬구만." 샌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샌즈를 아는 괴물이라면 지금 그의 모습에 폭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는 노란색 화관과 꽃목걸이, 꽃반지를 잔뜩 하고 꽃밭에 앉아있었다. 모두 인간 아이의 작품이었다. 아이는 백골을 꾸미면서 노는 것이 어진간히도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지금 그녀는 '해골빠가지'에게서 흥미가 떨어졌는지 꽃밭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종종걸음으로 쫒고 있었다. 샌즈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프리스크라고 소개했다. 그 외에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부모님은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는 하나도 대답하지 못했다. 샌즈는 아이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하의 생존권이 불안해지면서 자식을 버리는 일은 괴물들에게도 희귀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프리스크를 죽이지 못 할거야." 샌즈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신을 분석해 보았다. 죽이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녀의 영혼을 갈취하여 괴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자유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양심이, 죄책감이 그가 하려는 일은 옳지 않다고 비난했고, 그런 마음은 아이의 눈동자를 볼 때면 더욱 강렬해졌다.


결국 샌즈의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대로 두고 간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이 다른 누군가가 영혼을 수확할 것이다. 시간은 조금 걸릴지도 몰랐지만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샌즈는 화관과 꽃목걸이, 꽃반지를 꽃밭 위에 망가지지 않도록 내려놓았다.


"해골빠가지!" 샌즈가 일어서서 꽃밭을 떠나려고 하자 아이는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달려왔다. "어디가는 거야?" 그가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아이의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샌즈는 그녀가 자신의 품에 안기려고 하자 순간이동으로 피했다. 아이는 달리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꽃밭 위에서 굴렀다. 넘어진 프리스크는 어딘가 다치기라도 한 것인지 앙앙 울기 시작했다.


"오, 꼬맹아. 미안하지만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단다." 샌즈는 입안에 씁쓸한 것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샌즈는 우는 아이를 뒤로 한 채 폐허로 향했다. 그래. 이걸로 된거다. 샌즈는 자신을 타일렀다.


"왜 안대?" 아이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샌즈의 발걸음을 멈췄다.


그것은 단순명쾌하면서도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어쩌면 거기에 명확한 정답은 없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상대는 어린아이다. 샌즈는 나름의 답을 돌려주었다. "heh. 우리는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꼬마야." 하지만 그 대답이 어려웠는지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친구가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괴물과 인간은 친구가 아니니까.샌즈는 천정에 뚫린 구멍을 올려다 보았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 누구도 지나갈 수 없는 결계가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인간이 만든 잔인한 쇠창살. 그것이 인간과 괴물을 갈라놓는 두꺼운 벽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친구하면 되자나!" 샌즈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이를 향해 돌아선 샌즈의 눈에 눈물 범벅이 된 채 걸어오는 프리스크가 보였다. 의지. 그녀의 눈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샌즈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친구가 되자는 말을 얼마만에 들어봤던가. 그 누구도 믿기 힘든 지하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란 나이스크림을 들고 핫랜드를 지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괴물 모두가 진정한 인연에 목말라 있었고, 샌즈도 마찬가지였다. 친구가 되자는 인간 아이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아이는 타박타박, 한쪽 다리를 절면서 다가와 샌즈 앞에 섰다.


"나랑 악쑤해!" 프리스크가 짧은 팔을 쭉 내밀었다. 샌즈는 heh, 하고 얼빠진 웃음을 흘렸다. "친구가 되려면 먼저 악쑤해야 하는 거야!" 아이는 재촉했다. 


"…… 너 정말 이상한 녀석이구나? '골' 때릴 정도로 말이야." 샌즈는 그 손을 잡았다. 흙투성이의 너무나도 작은 손이다. 그와 동시에 따뜻하고 힘이 넘치는 손이기도 했다. 손을 마주 잡은 프리스크는 꽃이 피어나는 것 처럼 환하게 웃었다.


인간과 괴물은 친구가 되었다.



=================================

프리스크 흙묻은 손가락 사이사이 핥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