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노크를 하고 샌즈는 아무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방 문을 열었다. 이번은 딱히 개그를 치기위해 문을 두드린 것이 아니었다.
샌즈는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수줍게 들어온 별빛이 상냥하게 얼굴을 어루만지는 아이를 바라봤다. 새근거리는 소리가 그의 영혼을 고요하게 잠재워주었다. 샌즈는 천천히 걸음을 떼, 아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침대에 누운 아이는 좋은 꿈을 꾸는지 얼굴에 은은한 미소마저도 띄고 있었다. 샌즈는 조심스레 곤히 자는 아이의 이불 위를 토닥여주었다.


"좋은 꿈 꾸고 있지, 꼬맹아?"


어린 파피루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처럼 조용한 말투로 샌즈는 잠든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당연하게도 말이 없다.


"나도, 덕분에 요새는 좋은 꿈 꾸고 있어."


이불 아래로 천천히 오르내리는 아이의 배가 느껴졌다.


"더는 예전처럼 악몽을 꾸지도 않고, 고민도 조금 줄었지. 현재에 관심도 좀 생겼고 말이야."


샌즈는 잠시 눈구멍을 닫고 지상으로 올라오고 난 뒤의 모든 일들을 생각했다.


"모두, 네 덕분이라고 고마워 하고 있지. 인간들조차도 말야."


샌즈가 침묵할 때마다 색색거리는 아이의 작은 숨결이 온 방안에 울려퍼졌다. 샌즈는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며 이불 위를 토닥이는 것을 멈췄다.


"파피루스는 많은 인간 친구들을 사귀었어. 너도 알다시피, 그녀석이 좀 쩔잖아? 이젠 내가 마법으로 망토를 휘날려주지 않지만 그녀석은 스포츠카를 타고 매일같이 망토를 휘날리고 있지. 매일매일이 즐겁다고 하는 녀석을 보면, 나도 내 죄책감이 줄어드는 것을 느껴."


샌즈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아직도 동생에게 많이 숨기고 있지. 이건 어쩔수 없더라고 내 동생이 내 비밀을 알면……."


샌즈는 다시 또 말을 멈추었다. 잠시 그는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이는 여전히 편안한 얼굴로 자고 있다.


"'뼈'아프겠지."


내가. 샌즈는 한숨처럼 웃음을 내뱉고 다시 말을 이었다.


"넌 자느라고 못 볼테지만 메타톤의 티비쇼도 제법 인기가 많아. 인간들과 같이 연극도 하고… 이번에 토리엘과 같이 갔는데 주제가 좀 유치하긴 하지만 나름 괜찮더라고. 그게 무슨 내용이냐고 묻는다면, 괴물과 인간의 로맨스라고 대답해줄게. 알피스가 만든 글로 하는거라, 아직 넌 볼 수가 없어."


샌즈는 가만히 이불 위에 올려둔 손으로 가볍게 이불을 툭툭 도닥였다.


"엄, 내가 왜 토리엘이랑 같이 갔냐고? 요즘 토리엘이 좀 우울해하는 것 같다면서 아스고어가 나한테 기분 전환 좀 할겸 데려가달라고 부탁을 했거든. 너도 알다시피, 토리엘이 아스고어를 좀 싫어하냐. 티켓도 내가 알피스에게 받았다고 안하고 아스고어가 줬다고 했으면 분명히 토리엘은 안갔을거야. 그럼 아스고어는 맨날 나한테 하소연하고, 나는 '골'머리 썩었을테고 말이야."


샌즈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음으로 말할 것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침대 옆 거치대에 걸린 팩을 바라봤다.


"언다인도 잘 지내고 있어. 알피스랑도 여전히 잘 사귀고 있고. 그리고 알피스는 여전히 좋은 내 조력자지."


샌즈는 팩에 남은 용액을 가늠하곤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


"꼬맹아, 네가 잠들기 전에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


수북하게 쌓여있는 노란 용액이 담긴 팩을 집어들고 샌즈는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질리고 힘들다고, 그랬었잖아."


샌즈는 제법 길게 자라난 아이의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이젠 안그렇지?"


희미하게 미소짓는 입술을 바라보며 샌즈는 똑같이 미소지었다.


"그래줬으면 해. 꿈 속에서는 좋은 일만 가득하고……."


샌즈는 곧 용액이 다 하는 팩을 새로 꺼내든 팩으로 갈았다. 노란 용액이 튜브를 타고 내려갔다.


"그래서, 이 좋은 생활을 되돌리지 않아줬으면 해."


샌즈는 이불을 살짝 들춰, 조금 탄력을 잃은 아이의 팔에 꽂힌 주사를 확인했다. 그리곤 잠시 한숨을 내쉬고 다시 이불을 여며주었다.


"미안하단 말은 안할게, 꼬맹아."


샌즈는 깊게 잠든 아이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그리곤 조용히 방 문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규칙적인 아이의 숨소리가 그의 영혼을 아프도록 찔러댔다.


"계속 좋은 꿈 꾸라고, 시간여행자."


샌즈는 소리없이 방 문을 열고, 잠든 자신의 죄책감에게 아주 잠깐의 이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