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는 건 맨날 읽기만 하고 써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문제가 좀 많다(차라가 좀 억지로 미화되어있다거나, 중간에 쓸데없는 파트가 분량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거나, 무엇보다 내가 봐도 딱 보이는 문제점인 급전개와 급마무리)
그냥 연습작이라고 생각하면서 읽고 평가해주고
너무 길다고 그냥 넘어가진 말아줘
묻히면 재업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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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한다는 거지. 네 영혼을 내게 줘.
자신이 저질러 버린 짓을 만회할 수 있다는 그 말에,
현재 세상에서 가장 혼란스러울 인물인-물론 이 세상에는 이제 두 명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당신은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그 거래를 수락한다.
만회.
단지 모두를 죽이며 지나가면 지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자신의 모든 선택의 결말이 이리도 끔찍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 했던 당신에게는
영혼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지불해서라도 반드시 얻고 싶은 것이었다.
*넌 정말 네가 파멸로 몰아넣은 세계를 다시 돌려놓고 싶은 거구나.
초록색의 줄무늬 셔츠를 입은 그 여자아이는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악마 같은 년.
'네가 파멸로 몰아넣은'이라고?
어디까지나 실수로 화분을 깨트려 선생님에게 벌을 받는듯한 느낌을 받은 당신은 그녀에게
쏟아지듯 반박을 토해냈다.
*... 그러니까 네 말은, 세상이 이렇게 된 건 어디까지나 내 탓이다 이 말이지?
그래 임마.
*언제부터인가 내가 너에게 계속 학살을 부추겨왔으니까?
그래.
*그 코미디언, 무능한 염소 녀석이랑 그 꽃을 죽인 것도 나니까?
응.
*너에겐 처음부터 선택권이 아예 없었고?
...아마도?
*정말 너에겐 처음부터 아무런 선택권도 없었다고?
정말 네가 언제든지 그 학살을 그만둘 권리가 없었다고 생각해?
어...
당신은 이 말싸움이 점점 자신에게 불리해져 감을 느끼고 의지가 떨어졌다.
차라리 잘 됐다. 당신은 이제 의지라는 단어는 꼴도 보기 싫었다.
슬프게도 그 여자아이의 말은 틀린 말이긴 했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신은 언제든지 그 학살을 그만둘 수 있었다.
딱 한 마리에게라도 그랬다면 지금 같은 사단은 안 벌여졌을 텐데.
당신은 이제 저 여자아이가 더 이상
당신의 양심의 도피처이자 마지막 핑곗거리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의지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부터 이런 결말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 그녀가 지금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고 있던,
당신은 그녀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당신의 죄악감을 배로 부풀게 만들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바로 그게 그녀가 당신에게 구구절절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려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귀를 막을 수도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의 의지는 마치 썩은 씨앗이 땅에 심어지듯 바닥을 뚫고서 계속 떨어져 나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나절 사이에 세상이 자신에게 이리도 낯설게 대한다는 느낌에 당신은 점점 혼란스럽고 억울해져만 간다.
아무리 세상이 원래대로 되돌아간다지만, 그것들은 전부 당신이 알고 있던 것들과 그저 똑같이 생긴 것뿐일 것이다.
한나절 동안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 무거운 하늘을 앞으로 다신 볼 수 없다니.
너무도 큰 잃음 이였는지 잘 실감되지 않았다. 조금 작은 것부터 생각해볼까.
한나절 동안 그토록 맡고 싶었던 신선한 공기의 그 '아무것도' 아닌 냄새를 더 이상 맡을 수 없다니.
조금 코 끝이 아려졌다.
더 이상 콘푸라이트를 우유에 먹을 수 없... 뭐?!
돌연히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 하나씩 실감 나기 시작했다.
하늘, 무게, 공기, 냄새, 우유, 콘푸라이트...
땅에 심어진 작고 헤진 당신의 의지는 급작스럽게 과성장하기 시작하여
커다란 혼란과 억울함 그리고 죄악감으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그것은 당신의 등줄기를 찰나의 속도로 기어오르더니 그 작은 등판에 만족하지 못하고 당신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당신의 심장의 아직 찢겨져 떨어져 나가지 않은 몇몇 조각들이 쿵쿵 울려 퍼진다.
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선 조그만 소리도 사방으로 크게 울려펴진다.
그녀는 당신의 심장소리를 박수 소리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오 제발. 지금 내게 작은 콘푸라이트 상자라도 하나 있었다면 조금은 진정이 될 텐데.
*너도 알다시피, 난 죽기 전에도 꽤...
그녀는 잠깐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이내 말을 잇는다.
*... 훌륭하진 않은 아이였지. 그래.
하지만 내가 죽어있느라 바빴던 몇십 년 동안...
비록 근거는 없지만, 난 조금은 괜찮아졌던 것 같아.
적어도 모두를 죽여버리겠다거나 그런 생각은 사라졌었거든.
어쩌면. 네가 그들에게 조금의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그리고 그 친절들을 발판 삼아 모두가 자유를 만끽하게 되었더라면...
그녀는 다시 당신을 흘깃 쳐다보았다.
사실 당신이 죄책감 때문에 펑 폭발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기대의 눈빛이었지만.
그녀 특유한 눈매 때문에 당신은 그저 그녀가 자신을 경멸의 눈빛으로 내리깔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 너무 신경 쓰진 마. 그냥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었으니까.
어쨌든, 만약 그랬더라면... 아마 나도 너와 함께 친구들의 눈을 서로 쳐다보며 손을 마주 잡고 웃으며 따스한 햇빛을 만끽할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네가 올리던 너의 LOVE.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올려준 나의 LOVE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점점 내가 과거에 나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당신은 지평선 비스무리한 것 너머가 점점 흰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거래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내가 점점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건...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쓸만한 표현은 아니지만. 미쳐가고 있었던 거지.
네가 그들을 한 명씩 죽일 때마다.
내가 과거에 할 뻔했던 일들을 네가 하고 있을 때마다.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는 사실과 이유를 알면서 타인의 의해 점점 미쳐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
...그다지 나쁘진 않아. 뭐, 내가 이미 완전히 미쳐버려서 이렇게 느끼는 거겠지만.
좋아. 이젠 내가 개자식이네.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고,
당신 덩치의 열 배가량 커진 당신의 죄악감은 당신이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흰빛은 당신과 그 여자아이 주의를 동그랗게 감싸며 무(無)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마침내 좋은 기억하나 없는 그 흑색의 공간은 사라져버렸다.
당신과 그 여자아이의 흐릿한 실루엣만 남긴 채.
*... 나 다시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그녀의 광기니 뭐니 하는 것들도 그 흑색의 공간과 함께 잠시 차라도 한잔하러 간 모양이다.
대신 그 자리에는 당신 것의 반 정도 크기의 죄악감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당신의 것은 마치 숨어 사는 호기심 많은 살인자의 것과 같았고
그녀의 것은 마치 화장실도 없는 고아원에서 자란 노병의 것과 같았다.
꽤 순해진 듯한 눈빛의,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듯한 그녀가 다시금 말을 이엇다.
*있지, 우리의 계획은 한번 성공했잖아.
그러니 다음 시간선에서는 다시 한번 실패해보자고.
그 멍청이들에게 네 친절의 힘을 보여주는 거야.
그럼 결국 마지막에는, 대부분 해피엔딩을 맞을 거야. 내가 보증해.
조금 전보다 더욱이 흐릿해진 실루엣 뿐인 얼굴이라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아마 조금 침울해진 얼굴일 듯한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을 이엇다.
*... 하지만 한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면. 다음 시간선에서 까지 내가 아직 미쳐있으면 어쩌지?
네 영혼을 받은 내가 친절한 네 흉내를 낼 뿐이면서 그저 형식상으로 모두에게 해피엔딩을 보여줄 뿐이라면,
그 후엔 내가 또 아까와 같이 행동한다면?
설마 그러겠어.
이건 리셋이잖아. 모든 걸 없던 일로 만들어줄거라고.
당신은 안심하고 또 안심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도 조금은 밝아진 표정이-물론 당연히 보진 못했다-된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의식이 본 마지막 풍경이다.
THE END
중간정렬은 좀 가독성이 떨어짐 그 외에는 잘 쓴 것 같음 계속 딴거도 써와
문학은 개추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