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인간
[1편] [2편(Now!)]
파피루스는 고민했다. 자신이 인간을 도와 괴물들이 인간을 막지 않게끔 도우면, 인간은 아무도 해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언다인을 만난다면? 아마도 그 기계를 만든 알피스를 만난다면?
그리고 마지막에... 대왕님을 만난다면?
그때도... 그때도 인간이 아무도 죽이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보장이 있나?
"대왕님은 지금 잘못된 일을 하고 계셔."
"하지만 인간, 너도 지금 잘못된 방법을 택하려 하고 있어!"
"나, 위대한 파피루스는 우선 너를 바로 잡을 것이다! 그리고나서 다른 모두를 설득해, 마땅히 그래야 할 옳은 길로 인도하리라!"
파피루스가 주먹을 쥐고 용맹하게 외치자, 차라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게 네 선택이란 말이지? 좋아. 말리지 않아. 대신 후회하지는 마."
차라가 주머니에서 꺼낸 장난감 칼이, 어쩐지 서슬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난 프리스크처럼 자비롭지 않으니까."
"넌... 넌 좀 더 바른 길을 걸을 수 있어! 내가 도와줄게!"
파피루스는 인간을 향해 뼈를 쏘아내려다, 전에 인간이 자신의 공격에 맞고 생각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는 힘조절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하마터면 인간을 죽일 뻔 했었다.
때문에 파피루스는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공격을 평균보다 더 약하게 쏘아보냈다.
"그런 나약한 공격으론 날 막을 수 없을 걸?"
차라는 파피루스의 공격을 익숙한 듯 간단히 피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파피루스에게 접근해 칼을 휘둘렀다.
"녜헥?!"
생각보다 훨씬 엄청난 데미지에 파피루스는 당황했다.
파피루스는 여지껏 살아오면서 이런 적의가 담긴 공격은 받아본 적 없었다.
그리고 그 만큼 인간이 한 적의 담긴 공격은 파피루스에게 있어 강렬했다.
"저기 파피, 그게 다야? 그래가지고 날 막을 수 있겠어?"
"조,좋아! 그럼 내 파란 공격에도 버틸 수 있을까?"
파피루스가 파란뼈를 쏘아보내고, 영혼이 파란색으로 변하자, 차라는 폴짝폴짝 점프하며 바닥에서 덮쳐오는 뼈들을 피했다.
연속해서 점프하던 차라는 발레라도 하듯 우아하게 돌며 파피루스에게 다가와, 이내 발로 있는 힘껏 파피루스를 걷어 찼다.
"녴!"
파피루스는 휘청거리며 한걸음 물러났다가, 이내 다시 앞으로 한발자국 나섰다.
여기서 자신이 물러나면, 인간은 잘못된 길을 가고 말 것이다.
자신은 인간이 그런 선택을 하게 한 장본인으로써, 인간을 바른 길로 이끌 책임이 있었다.
"나...난 네가 잘못된 길을 가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제발 멈춰줘!"
파피루스는 계속해서 뼈를 쏟아냈다. 뼈 하나하나의 공격력은 약하지만, 그에 비례해 더 많은 뼈를 쏟아낼 수 있었다.
정말로 뼈의 바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뼈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는 여유롭게 파피루스의 공격을 전부 피하고 있었다.
"하핫, 파피. 날 막고 싶으면 네 필살기라도 써보는 게 어때?"
"내 필살기...?"
필살기, 인간을 좌절시켰던 파피루스 비장의 공격.
분명 그걸 쓰면 지난번처럼 인간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만약...
그 때 처럼, 인간이 모든 걸 포기해 버린다면?
그 때 처럼, 자신 때문에 절망에 빠져버린다면...?
파피루스는 인간이 지금 보이는 폭력성을 잠재우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길 바랄 뿐이지, 인간이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자신이 필살기를 써서, 이번에도 인간이 무너져 버린다면, 모든 것을 포기한다면...
파피루스는 도저히, 도저히 그런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간다...음, 그냥 엄청 어려운 보통 공격이야!"
파피루스는 이번에는 꽤 힘을 담아 하늘색과 주황색 뼈가 섞인 복잡한 보통 공격을 쏘아냈다.
과연 이 공격은 차라도 익숙치 않는지,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뼈에 맞으며 눈바닥을 굴렀다.
파피루스는 뼈가 인간에게 맞자, 놀라서 뼈의 공격력을 낮췄다.
하지만 한번 균형을 잃은 인간은 다음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뼈에 얻어맞았고, 파피루스는 결국 뼈를 모두 없앴다.
"너, 넌 다쳤어! 이제 멈춰. 내가 널 더 이상 상처입히게 하지 말아줘! 그리고, 서로 대화하는거야."
"하하하...."
차라는 섬뜩하게 웃으며, 피가 흐르는 얼굴을 움켜쥐고 일어섰다.
"파피, 넌 너무 착해."
차라는 비틀대며 중심을 못잡고 휘청거리며 앞 뒤로 움직였다.
파피루스가 어딘가 잘못된건 아닌가 싶어 차라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그렇게 휘청대던 차라가 파피루스 쪽으로 움직여 거리가 살짝 줄어든 순간 ,차라는 순식간에 파피루스를 향해 달려들어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너무 순진하지."
"이...이건 내가 생각하던게 아닌데..."
불시의 기습에 파피루스는 무릎을 꿇었다. 차라는 눈가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대충 닦아내고, 주머니에서 쌍고드름을 하나 꺼내 씹어먹었다.
음식이 흡수되고 상처가 아물자, 차라는 파피루스를 내려다 보며 미소지었다.
"날 막겠다고 했으면, 조금은 독한 마음을 가졌어야지?"
차라는 반대손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칼을 쥔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하지만 파피루스는 그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차라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나, 나는 실패했지만. 넌 더 나은 길을 갈 수 있어! 주변에 부탁하면, 우리 형이라면 분명 도와줄거야!"
"녜...헤...?" 차라는 파피루스를 공격하는 대신, 주머니에서 남은 고드름 한쪽을 꺼내 파피루스의 입에 쑤셔넣는 것으로 화답했다.
파피루스의 부상이 조금 회복되자, 차라는 칼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파피. 넌 너무 착해. 지나칠 정도로. 하지만, 그 덕에 넌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차라는 섬뜩했던 표정을 부드럽게 누그러트리며 눈을 감았다.
파피루스는 차라가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에 놀랐고, 두 사람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플라위는 차라가 그렇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는 것에 놀랐다.
"물론, 그게 아무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았다는 건 아니야. 아무리 조절한다고 해도,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는건 꽤 고통스럽거든."
차라는 그렇게 말하며 쌍고드름으로는 낫지 않은 잔상처를 만졌다.
파피루스는 그것을 보며 미안한 얼굴을 했지만, 차라는 개의치 않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뭐라하던, 넌 항상 친절했지. 그러니까 그 친절에 보답 받을 기회를 줄게."
"인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나는 네가 올바른 길을 갔으면 해서 그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
파피루스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이라고 해도 동굴의 천장일 뿐이었지만.
"하지만 사실, 넌 이미 올바른 방법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올바른 방법을 안다면, 올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어."
"인간. 부탁할게. 그 올바른 마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줘. 네가 그 다른 인간을 구하고 싶은건 알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해치지는 않겠다고 약속해줘."
파피루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차라는 그가 말을 마치자, 대답없이 천천히 걸어 파피루스를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잠시 멈춰서고는, 자신을 간절히 바라보는 파피루스에게 말했다.
"파피, 충고 하나만 할게. 누군가 너를 해치려 한다면, 혹은 꼭 네가 힘을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좀 더 독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차라는 한숨을 내쉬고는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까딱하고, 천천히 상자를 향해 걸어갔다.
차라는 상자를 열어서 안쪽을 뒤적거리더니, 파이를 두 조각 꺼내서 파피루스에게 한 조각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상자를 닫고 그 위에 걸터 앉았다.
"파피, 넌 정말 강해. 아마 웬만한 악당은 널 쓰러트리는 것 조차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넌 너무 착해. 그래서는 마무리를 지을 수 없어."
"...절대 아니지."
차라는 고개를 젓고 파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토리엘의 잘 익은 버터스카치 파이에서는 추억의 맛이 났다.
"그 뿐 만이 아냐. 네가 스스로 악인을 막지 못하면, 분명 누군가가 대신 그를 막기 위해 다칠거야. 그게 언다인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네 형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누구라도 분명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텐데..."
파피루스가 근심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차라는 손등으로 입가를 스윽 닦더니, 버터스카치가 묻은 손등을 표지판에 슥슥 문댔다.
"이런, 시간을 너무 끌었네. 난 이제 가봐야겠어. 플라위, 이리와."
차라의 호출에 플라위가 땅속에서 솟아나자, 차라는 손을 뻗어 플라위가 자신의 팔을 타고 오르게 했다.
플라위의 뿌리가 차라의 피부를 휘감고 따끔따끔하게 찔렀지만, 차라는 개의치 않았다.
"그럼, 나중에 보자 파피."
플라위와 함께 차라가 돌아서자, 파피루스가 외쳤다.
"인간! 부디 올바른 마음을 유지해줘!"
차라는 잠깐 뒤를 살짝 보더니, 이내 대답없이 워터폴을 향해 움직였다.
"부디... 인간이 올바른 길을 걷기를..."
파피루스는 가만히 서서 인간을 위해, 인간의 여정을 위해 조용히 기도했다.
숲 속에서, 후드 쓴 누군가 움직인 듯 했다.
기본 설정 : http://gall.dcinside.com/undertale/201103
오... 미안. 전편에서 투표가 계속 깨졌는데, 지금은 방법을 찾았어. 다행이야...
참고로 전편 투표는 댓글 집계까지 해서
막는다 :4
돕는다 :3
이었어. 댓글을 빼면 막는다 3 돕는다 1이야.
오... 다음 편 부터는 아마 여섯 영혼과 차라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 같아... 봐줘서 고마워...
dhal...
추천은 6개... 댓글은 이제까지 1개? 음......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이야?
어쨌든 꿀잼이다 계속 써주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