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조 매우 많음 주의
"하아."
샌즈는 의자에 털썩 걸터앉으며 작게 한숨지었다. 옆에서 라면에 물을 붓고 있던 알피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샌즈?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뭐 때문이겠어. 뻔하지."
샌즈가 얼굴을 와작 구기며 답했다. 알피스는 곰곰이 생각하다 어색하게 웃었다.
"또 가스터 박사님하고 싸웠어?"
"그래. 그 빌어먹을 괴물,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무책임하고 게으른 성격은 아니었는데."
으드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해골한테는 저런 거 별로 안 좋을 텐데. 알피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샌즈에게 물주전자를 건넸다. 샌즈는 컵라면 두 개를 뜯어 뜨거운 물을 부었다. 생각 같아선 가스터 몫의 컵라면에만 찬물을 가득 들이붓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후일이 상당히 귀찮아질 게 뻔했다. 일찍 물을 부어 면발을 탱탱 붓게 만드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화풀이였다.
알피스는 그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아까 코어 신 프로그램 점검 마지막으로 마친다면서 둘이서만 가더니."
"다시 살펴보니 설계에 오류가 있었어. 냉각 장치 위치가 2m나 어긋나는 바람에 쓸데없는 노동력을 더 소모하게 생겼다고. 지금이라도 어떻게 바꿀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귀찮다면서 그냥 그대로 진행하자는 거야. 그 괴물은 왕실 과학자라는 직책을 컵라면보다도 가볍게 보는 게 틀림없어."
"오류? 진짜?"
알피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큰 문제는 아닌 거지? 가스터 박사님, 나랑 확인하실 때는 몇 번 다시 확인하시면서도 계속 괜찮다고 하셨는데."
"또 대충 했겠지. 하여튼 능력 좋은 작자가 왜 이런 식으로 일을 망치고 난리인지."
샌즈는 꼬들꼬들하게 풀어지기 시작한 컵라면을 대충 휘젓고 한 젓가락 집어 입에 가져갔다. 인상은 그대로 찡그린 채로.
윙딩 가스터, 샌즈와 알피스의 상사이자, 샌즈와 그 동생을 '만들어낸' 자였다. 정확히는 실험을 하는 도중 우연찮게 만들고 말았던 것이었지만. 자기 혼자 왕실 과학자로서의 모든 임무를 수행하던 가스터는 샌즈와 동생 파피루스를 만든 뒤로는 샌즈에게 일을 가르쳐 조수로 삼았고, 얼마 후에는 제2조수로 알피스를 데려온 것이었다. 사람들은 전부 가스터가 다른 사람을 둘씩이나 제 아래에 두었다는 것에 놀랍기 그지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샌즈는 분명 그의 일을 전부 떠넘길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샌즈 혼자 있을 때도 좀 무리다 싶을 정도의 일을 맡기던 가스터가 알피스까지 들어오고 난 뒤로는 무슨 일이든 손에 잡기 싫다며 두 사람에게 떠넘기기 일쑤였으니까. 그나마 그가 아예 탈주하려고 창문을 뛰어넘거나 할 때는 샌즈가 어떻게든 붙잡아 오곤 했지만....
"제기랄, 그것도 하루이틀이어야지."
가뜩이나 요즘은 일도 많아 깔려 죽을 판인데. 샌즈는 고개를 숙이느라 코끝으로 미끄러진 안경을 다시금 치켜 올렸다. 입술을 살짝 내밀며 푸념을 듣고 있던 알피스가 뺨을 긁적였다.
"조금 참아야지 어쩌겠어. 그래도 요즘은 샌즈가 잘 잡아와 줘서 좀 편해진 것..."
"...그러니까, 난 그 역할을 하기가 싫다고."
듣기만 해도 살벌한 목소리였다. 알피스는 흠칫 어깨를 움츠렸다.
"아, 알았어. 그런데, 가스터 박사님은 왜 안 오셔? 아직 안에 계신 거야?"
샌즈는 코웃음을 쳤다.
"아까 그러고 나서 먼저 퇴근하겠다는 소리나 지껄이길래 파란 마법으로 묶어 놨어. 다 먹은 다음 가서 칼퇴근은 꿈도 꾸지 말라는 각서 받아낼 생각이야."
"......."
평소에는 유머러스한 해골 괴물에 지나지 않는 샌즈는 가스터에 관련된 일에서만 무서운 일면을 드러냈다. 알피스는 왠지 모르게 빨리 그의 주위를 벗어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남은 면발을 급히 빨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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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있는 썰이긴 한데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그냥 적당한 데서 잘라서 올려본다. 연재하게 된다면 개그에서 시리어스로 가게 될 것 같음.
기대한다
시리어스라고 했으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무책임하고 게으른 성격은 아니었던 가스터가 샌즈에게 일을 떠넘기고 탈주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이고, 코어 설계 오류 때문에 사고가 날 것도 같다고 짐작해 본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