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침대에 누워있다. 왜 일이 이렇게 된지는 모르겠어. 처음엔 그냥 장난으로 시작했었다. 그냥 키스라는 개념이 궁금했고 좋아한다는 감정을 명확하게 몰랐으니까.

왜 버거팬츠에게 그런 행동을 시도하려고 했는지 묻는다면 그냥. , 매번 놀러갔을 때 친절하게 대해줬고 밝게 웃는 모습이 보는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했으니까. 담배냄새는 별로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일상대화처럼 가볍게 나와 키스하자고 제안했었다. 원래 그의 성격대로라면 이게 웬 횡제냐라 생각하며 키스하는 행동에 동조 할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예상이었을 뿐 그는 의외로 보수적인 성격이었다.

 

 “처음은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게 맞는 거야.”

 

 라고. 그리고 뒤엔 농담조로

 

혹시 날 좋아하는 거야?”

 

라는 덧붙임과 함께. 나는 거절당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괜한 오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손을 세이브 포인트로 가져가서 시간을 돌렸다. 내가 그에게 키스하자고 제안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자마자 나는 가게로 달려갔다. 통유리로 되어있는 가게 내부를 밖에서 지켜봤다. 버거팬츠는 가게를 청소하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뛰어들어와 그의 등을 꼬옥 껴안았다. 그는 당황스러운 듯 자신의 허리춤에 묶여있는 나의 손을 가볍게 풀었다.

 

이런 장난은 사양할게. 꼬마 친구.”

 

 그는 작게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돗대를 물었다.

 

 “, 피워도 괜찮지?”

 

이미 불을 붙였으면서 동의를 구하는 그의 모습에 왠지 그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거 같았다. 나는 예의상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해보였고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담배를 태웠다.

 

그렇게 서 있는 것도 좀 그러니까 여기 앉는 게 어때? ” 

 

카운터와 가장 가까운 테이블의 의자를 빼내며 앉으라고 손짓한다. 나는 서 있는 게 더 괜찮다고 말하며 그를 지켜본다. 다 피웠는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끄는 그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나와 키스하자고 제안한다. 이번 반응은 조금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눈길을 돌린다.

 

지금은 담배피웠으니까 안돼. .. 그러니까 한 10년뒤에는 해줄 수.....?”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도 퇴짜구나.

 

너같은 꼬마한테 키스는 아직 이르니까!”

 

 그는 호탕하게 웃지만 그 와중에 한쪽 눈을 살짝 뜨곤 아래로 흘깃거리며 내 반응을 살핀다. 아마 내가 장난으로 시도한 줄 아나보다. 그에 반응하는 듯이 나도 웃어보이며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는 가게를 나선다. 그리고 또 다시 나는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온다. 수 천번. 수 만번. 시간을, 장소를, 기억을 돌린다. 그럼에도 항상 같은 결과에 점점 신물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왜 넌 나를 원하지 않는거야? 내가 어린 아이라서? 아니면 내가 싫은 걸까? 세이브 포인트의 깊이보다 깊은 시간에 나의 감정은 더러워져가고 진실되어갔다. 항상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건 과정이 변하지 않기 때문일까. 이번엔 변수를 두기 위해서 영업시간이 마칠 때 까지 근처에서 기다렸다. 가게를 나오는 그에게선 매일 보던 버거팬츠와 완전히 다른 모습. 갈색 털과 어울리는 까만 양복. 나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잠깐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내 평소같이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꼬마친구. 지금은 영업시간이 끝났어.”

 

말을 하며 살며시 내가 잡은 손을 풀었다. 그 행동에 나는 기분이 좀 상했지만 그에게 다시 시도하려고 입을 열었다.

 

버거팬츠. 저기, 부탁이..”

 

, 미안. 꼬마친구. 나중에 들어주면 안될까? 나 지금 데이트가 있어서 말이야.”

 

 “......?”

 

여태까지 잡아봤던 사람들의 손보다 조금 더 큰 그의 손이 내 머리위에 턱하고 얹어진다. 그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저 말에 질투해서 일까 아니면 지금 닿은 손길때문일까. 피부안에서부터 열이 올라옴을 느낀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저번에 말한 그 여자애들이 만나달라고 해서.”

 

...저번에 말했던 여자애들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생각나는 여자는 단 둘이다. ‘브래티캐티’. 나는 알 수 없는 위화감에 휩싸였다. 그녀들은 단지 너를 상처주고 놀릴 뿐이야. 내가 그 둘보다 부족한 게 뭐야? 올려다 본 그의 얼굴엔 옅은 홍조. 그 모습에 내 안에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건 질투야?

 

 ‘뭘 고민해. 가서 다 죽여버려.’

 

꿀꺽. 마른 침을 삼킨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누군가의 속삭임에 잦은 편두통을 느끼며 주저앉는다. 그를 지켜보는 버거팬츠의 걱정스러운 손짓에 나는 괜찮다며 약속에 가보라고 말한다. 목구멍까지 달라붙어 올라온 검은 덩어리. 정신을 잃을 듯 한 아찔한 충동. 피어오르는 연정. 주머니속에 들어있는 건 작은 장난감 칼이었던가.

 

진짜 칼?’

 

나는 시야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가려지는 걸 느꼈다. 너는 누구야? ? 차가워. 차갑다고. 얼마나 시간이 흐른지도 모른 채. 눈을 떠 보니 주변의 풍경은 쓰레기장. 바닥에는 쓸모없는 쓰레기가 두 개씩이나 널부러져 있었다. , 손은 완전히 투성이에, 옷까지 더러워져서 기분이 나쁘다.

먼지도 꽤나 붙어버려서 짜증난다. 기분 나빠. 내가 잘 못 한 거야? 나는, .. 바닥에 떨어진 유리파편에 비춰진 내 모습은 너무 끔찍했다.

 

'완벽하게 치우지 않으면 그가 미워할꺼야.'

 

먼지와 물감으로 얼룩져있어서 더러워. 이 더러움에 공포감을 느껴 뒷걸음질 치는데 누군가와 부딪혔다. 흠칫하고 몸을 떨면서 돌아보자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건 다름 아닌 버거팬츠. 그의 눈은 쓰러진 을 응시하고 있었다. 놀란 두 눈을 치켜뜨고 몸까지 경직된 그는 눈동자를 나에게 떨어트린다.

 

“....이건..”

 

무언가를, 내가 한게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의 눈빛에 압도된 나는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침묵 속에선 그저 나의 숨소리만 들렸다.

 

“..꼬마친구.”

 

 그의 낮게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대답하려 했지만 목이 메었다.

 

“....”

 

신음과 같은 소리를 쥐어짜내서 그에게 대답했다.

 

. 나를 좋아하지. 그렇지? ”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의 흐느끼는 소리가 내 귀에 박혔다.

 

“....그렇다면 지옥에서는 웃으면서 봤으면 해.”

 

 울음섞인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압박당하는 목.

느려지는 호흡. 나는 버둥거리는 것도 아까워서 그저 눈물만 흘렸다.

 

“...”

 

 미안하지만 나는 지옥으로 가지 않아. 다시 돌아올 거야. 시야가 잠깐 흐려지더니 또다시 보이는 세 이브 포인트. 나의 의지는 이정도야. 이번이 마지막이야. 처음에 담고 있던 호기심은 연모라는 감정에 더럽혀져서 검정색으로 뒤범벅. 하지만 이젠 지쳤다. 절대로 돌리지 않을게. 죽이지도 않을게. 당신이 슬퍼하는 일은 이제 그만 봤으면 하니까. 그렇게 지나온 것은 아까까지의 일. 몇 번이고 그에게 사랑을 말한 목소리는 쉬어터져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샌즈는 그에게 가서 과연 뭐라고 말할까. 그리고 그는 샌즈에게 뭐라고 대답할까. 구차한 희망. 아니면 여태까지 받아온 상처. 무엇이건 생각하기 싫어져버려서 나는 이불을 끌어올려 머리끝까지 덮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