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서 괴물사탕이 바스락거리고 있었다.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내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프리스크를 차라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프리스크는 토리엘의 앞에서 말 한마디 없이 서 있었다.
폐허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들에게는 예외였다. 노란 꽃이나 떨어진 인간, 바람소리와 같은 것들. 프리스크는 이곳까지 온 여정을 떠올렸다. 말하는 노란 꽃과 폐허에 있던 아기자기한 집, 붉은 기가 남아있는 낙엽과 작동하지 않는 퍼즐, 검게 물든 나무나 해야 할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던 괴물, 표지판, 토리엘의 노란 글자...
“뭐 하는 거니? 어서 공격하거나 도망치란 말이야!”
프리스크는 자비를 베풀었다.
눈가가 찢어져 시야가 붉었다. 화끈거리는 통증이 손끝까지 저릿하게 만들었지만 프리스크는 토리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델타 룬의 표식은 세상의 구원을 뜻한다. 프리스크는 그 옷을 붙잡고 싶었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기를 바랐다. 괴물과 인간의 운명이 네게 달려있다는 목소리. 이 아늑한 토리엘의 집에서도 잠 못 이루게 하던 그 꿈. 프리스크는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토리엘을 좋아했지만. 가족처럼 사랑했지만.
*...
토리엘은 숨을 골랐다. 화염마법을 퍼붓기에도 토리엘은 이미 지쳐있었다. 체력이나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토리엘도 이미 알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성장해야 하는, 자라나고 있는 아이에게 폐허는 너무나 좁았다. 어쩌면 지상에 꼭 돌아가고 싶은 곳을 남겨두고 떨어졌던 건지도 모른다. 나보다, 어리석은 여자보다 지혜롭고 자애로운 어머니라든가.
프리스크가 토리엘을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을 때 아주 잠깐, 그녀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얼마만에 듣는 ‘엄마’ 소리였던 건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루하루 한 해 한 해 손을 꼽아본 적도 없지만 그 때의 절망이 조금은 무뎌졌을 만큼 오래 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절망보다 미련이 남더구나. 아이야, 나는 네게 미련은 남길지언정 절망은 주고 싶지 않다.
토리엘은 공격을 멈췄다. 이미 그녀의 공격은 효과가 없었다. 막아야 하지만 맞설 수는 없다는 마음이 토리엘의 공격을 공격이 아니도록 만들었다. 손이 닿아도 괜찮을 정도로 따스한 화염마법이었지만 영혼에 직접 닿도록 두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했다. 토리엘은 슬프게 웃었다. 낙엽 구르는 소리에 목소리를 얹는다.
“나의 바람, 나의 공포, 나의 두려움... 아가야, 너를 위해서 잠시 접어두마.”
프리스크는 토리엘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포근하고 폭신하기까지 한 토리엘의 품은 보이는 것보다도 따스했다. 그녀의 화염마법보다 뜨겁고, 프리스크의 피보다 짙다.
“네가 이곳을 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줬으면 좋겠구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온전히 저 아이의 것이다. 아이의 인생이고 아이의 선택이다. 나를 죽이지 않고 머물지도 않은 것이 아이의 선택이다. 내가 감수해야 할 것. 아스고어를 막고 싶었지만 막지 않았던 나의 업보.
누군가는 아이들을 위해 꽃을 돌봐야 한다.
그리하여, 프리스크가 문을 나가는 뒷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
프리스크는 폐허의 문을 완전히 나가기 전에 괴물사탕 하나를 집어 먹었다. 쓰레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뭔가를 발견한다. 토리엘의 핸드폰이었다. 프리스크는 그것을 들고 한참동안 자리에 서 있었다. 아직 돌아갈 수 있었다. 토리엘에게 한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토리엘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매달려 엉엉 울 수도 있었다.
프리스크는 뺨을 소매로 문대 닦았다. 눈물이라도 흐른 듯한 느낌이었지만 묻어 나온 것은 피였다. 핸드폰에도 조금 묻어 있다. 프리스크는 핸드폰을 도로 넣었다. 전화해봤자 아무도 받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남은 길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자신’을 유지하면 언젠가 다시 토리엘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프리스크의 의지가 가득 찼다.
-
언갤문학으로 습작1탄.
작가시점 연습해봄.
1. 토리엘과 프리스크의 서술이 빈번하게 바뀌는 거 아쉽다.
2. 과거서술이 생각보다 많아졌다는 것도 맘에 안 든다.
연습만이 살길이려니.
목표는 초고 싹싹 써도 작품처럼 보이게 되는거.
괜찮은데? 기대한다.
크 좋다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