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73292&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가스터+샌즈+알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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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세계의 시간은 인간세계와 똑같이 흐르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하세계에 사는 괴물들은 위의 인간들보다 한결 느긋했고, 또한 그에 따르는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긴 수명이 큰 영향을 주었다. 시간은 많으니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것이 괴물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었다.


그럼에도 연구원 삼인방이 이렇게 바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맡은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코어는 기술력과 자원이 부족한 지하세계의 에너지를 거의 전부 도맡아 생산하는, 말뜻 그대로 지하세계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기관이다. 당연히 기능을 보완하고 허술한 부분을 수리하는 지금의 작업도 최대한 빨리 끝마쳐야 했다. 그런데 그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쓰지는 않을망정 허구한 날 탈주하겠다고 야단을 피워 대는 상사를 둔 샌즈와 알피스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렇기에 사람들은-주로 아스고어 왕이 그랬다- 샌즈가 가스터에게 무슨 짓을 하든 어느 수준 이상으로 심각하지 않다면 눈감아 주는 편이었다. 샌즈도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도록 인내하기도 했고.


어쨌든 당하는 가스터의 입장에서 죽을 맛인 건 마찬가지겠지만.


[이, 이제... 더는....]


“...이제 좀 도망치지 말고 일이나 하시라고요. 누군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지.”


알피스와 함께 연구실로 돌아온 샌즈는 한숨을 쉬며 파란 뼈다귀들을 없앴다. 뼈다귀들이 서로 가로질러 만든 작은 공간에 거의 허리가 90도 가까이 꺾인 자세로 버티고 있던 가스터는 숨을 몰아쉬며 털썩 주저앉았다. 알피스는 잠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그를 일으켜 세우거나 하진 않았다. 샌즈의 눈치가 보였을 뿐더러, 그녀 역시 가스터에게 맺힌 게 많았으니까.


“얼른 일어나서 식사하세요.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시고요. 옆에서 지키고 있을 겁니다.”


샌즈가 서늘하게 말했다. 가스터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윙딩대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


“왕실 과학자인 주제에 조수들한테 실수 처리 떠넘기고 튈 생각 한 게 잘못 아니면 뭡니까.”


가스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얼굴가죽이 두꺼워도 그런 것까지 합리화할 수 있을 정도로 뻔뻔하진 않았다. 그래도 못마땅한 심정은 그대로라 썩을 대로 썩은 표정을 하고, 가스터는 휴게실 쪽으로 움직였다. 샌즈가 그 뒤를 따랐다. 조금 뒤 불대로 불어 버린 라면을 발견한 가스터의 처절한 절규가 들려왔다.


알피스는 익숙한 소리를 무시하고 책상 위에 흩어진 서류를 모아들어 읽었다. 보아하니 샌즈가 아까 말했던 오류에 관한 내용인 듯 했다. 설계도를 살펴보니 확실히 위치가 좀 애매했다. 스노우딘에 설치할 냉각장치는 넘쳐나는 얼음을 적당히 잘라내 코어로 띄워 보내 열기를 식히는 방식이었다. 그러려면 장치가 강가에 바짝 붙어 있어야 하는데, 설계도상에서는 2m쯤 떨어져 있어 누군가 얼음을 들어 옮겨 주어야 할 것 같았다. 경사면이나 다른 컨베이어 벨트를 이어 붙일 공간도 부족했다. 큰 결함은 아니었지만,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는 샌즈가 짜증낼 만 했다. 이미 시공에 들어간 차라 다시 설계를 수정해 보낼 수도 없고.


그나저나, 왜 예전에 발견을 못 한 거지? 알피스는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이쪽은 가스터가 맡아 설계해서 자신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그건 그가 이런 실수를 할 성격이 아니어서였다. 어마어마한 양의 계산도 자릿수 하나 실수 없이 뚝딱 풀어내는 그가 왜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저지른 걸까. 흐음, 고개를 기울이며 고심하던 알피스는 이내 종이들을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보다는 마무리 작업이 우선이었다. 그 때 화면 한쪽에서 메신저 아이콘이 반짝였다. 알피스는 손을 뻗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샌즈는 울상을 하고 면발을 꾸역꾸역 입에 밀어 넣는 가스터를 노려보았다. 평소에는 한 입에 삼키래도 삼키던 컵라면이었으나 궁시렁거리며 먹느라 속도가 한참 느렸다. 참다못해 시간 없다고 한 마디 던지려는 참이었다.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 다 당황해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알피스가 다급히 연구실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활짝 열린 문으로 서류 몇 장이 딸려나와 떨어지고 있었다. 방금 떨어진 것이 서류더미였던 모양이었다. 저걸 또 언제 다 치워. 표정을 일그러뜨리려던 샌즈는 알피스의 얼굴을 보고 되려 놀라 한 발 물러섰다. 여간 충격받은 표정이 아니었다.


“가스터 박사님!”


가스터는 입 안에 든 것을 급히 씹어 삼키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피스는 충격이 다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아스고어 왕께서 연락하셨어요. 인간이 떨어졌대요. 왕자가 다친 걸 발견하고 데려왔다고 하는데.... 한 번 와서 살펴 달라는 메시지예요.”


스티로폼 그릇이 떨어졌다. 국물이 사방으로 튀고, 내용물이 다 엎어져 바닥에 대참사를 일으켰다. 물론 셋의 흰 가운도 예외는 아니었다. 샌즈와 알피스가 기겁하며 국물을 피해 물러났다. 가스터도 뒤늦게 흠칫 의자를 뒤로 뺐다. 이미 가운은 다 시뻘겋게 젖어 있었지만.


구멍 뚫린 손이 가늘게 떨렸다. 가스터는 자기 스스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만 껌뻑이다가 샌즈와 알피스의 타박에 머무적머무적 일어섰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심정은 여전했다.


인간이 떨어졌다는 게 이렇게 당황스러워할 만한 일이었던가? 아니, 이미 몇 백 년은 보지 못했던 인간이니 놀랄 만하긴 하지만, 들고 있던 컵라면까지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온몸을 스멀스멀 기는 듯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가스터는 아직 떨리는 것 같은 손을 맞잡고 생각에 잠기려다, 고개를 젓고 휴지를 가지러 움직였다. 맛없는 컵라면 하나 엎은 게 무슨 대수라고, 아까 파란 마법에 붙잡혀 있을 때의 여파가 지금 도지기라도 한 모양이지. 그리고 그 의문보다는 다른 두 사람의 야단을 더 듣기 싫다는 마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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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잘 쓰고 싶다. 여기 금손 엄청 많던데 괜히 눌리네.

저번 편에 댓글 달릴 줄은 몰랐는데 몇 개씩 달려 있길래 쫄아서 급히 한 편 쪄서 가져왔어. 주중엔 글 쓸 시간 없는데;; 그런 사람 없겠지만 안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중간에 드랍하는 게 일상인 사람이라. 시간 많을 때 가끔 한 편씩 가져올게. 원래 저번 편하고 합쳐져야 될 내용이라 저번하고 이번이 좀 짧은데, 다음 편부터는 좀 길게 신경 써서 써야겠어.

가스터 성격을 전혀 모르겠어서 쓰는 데 지장이 크다. 언갤에서 주로 보이는 가스터 성격으로 하면 되나? 샌즈 좀 놀려먹고 갈구고 갈굼당하고. 알피스는 의도적으로 성격 좀 조정했는데 얜 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앞으로 비중 크게 나올 녀석이라 이러면 안 되는데. 조언 구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