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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팬츠. 그는 지금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가게에 쳐들어온 작은 해골괴물, 그리고 그가 뿜어내는 엄청난 위압감. 그의 등 너머로는 백옥같은 뼈들이 춤을 추듯 공기중에서 흐르고 있었다. 일단 이 별난 손님에게 주문을 받자는 생각에 버거팬츠는 입을 열었다.

 

손님, 주문..”

 

 그가 입을 열자마자 오른쪽 얼굴을 살짝 스쳐지나가며 무언가가 벽에 박히는 것을 목격했다. 등줄기를 따라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카운터 밑으로 숨긴 손을 세게 쥐었다. 가만히 그를 지켜보던 샌즈는 입을 열었다.

 

프리스크, 알지?”

 

 프리스크라는 말을 들은 버거팬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어린 꼬마아이를 이 해골이 어떻게 아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무슨 일이 있기에 이러는 거겠지. 그렇다고 해도 마음대로 그녀에 대해서 말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손님에 대해서는 말씀해 드릴 수 없어요. 주문 받겠습니다.”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떨리는 손으로 메뉴판을 건넨다. 샌즈는 메뉴판을 집어들더니 자신의 머리 위로 던진다. 이내 가스터 블레스터가 나와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낸다.

 

난 프리스크를 아냐고 물었어.”

 

 ‘heh’하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더했지만 그와 반대되는 낮고 단호한 어조가 그의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버거팬츠는 마른 나뭇가지보다 거친 입술을 까칠한 혀로 핥아보였다,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아무 관계도 없는 손님에게 말해 줄 이유는 없어.”

 

영업용 웃음은 이미 눈 녹듯 사라졌다. 버거팬츠는 아마 싸울 작정이겠지. 그도 분명 자신이 질 전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일에 전혀 관계없으며 신변도 자세하게 모르는 이 해골바가지에게 사생활을 털어버리기엔 자신의 신념이 허락하지 않았다. 버거팬츠는 어지러운 생각들이 꿰어 놓은 메스꺼운 속을 달래고 손을 뻗어 아무거나 짚는다. 나무재질임에도 불구하고 매끌거리게 코팅 된 선반을 더듬거리며 짚은 것은 운이 좋게도 부엌용 칼. 그 차가운 감각에 척추의 내벽을 훑으며 흐르는 골수가 춤을 추고 있다. 꺼끌한 구내가 역겨움을 자아낸다. 샌즈는 이미 버거팬츠를 향해 살의를 보인다. 입을 열지 않으면 필히 목숨을 잃으리라. 칼을 쥔 손이 힘을 버티지 못하고 요동친다. 적막감으로 둘러싸여진 공간에선 둘의 숨소리가 명확하게 들려온다. 들숨, 날숨. 들숨, 그리고 변수. 샌즈의 호흡은 깊어지고 그것을 신호로 무차별적인 총격이 일어난다. 오른편의 얼굴로 날아든 빛을 가볍게 피한 뒤 왼쪽 하단으로 날아오는 대퇴골을 발로 쳐낸다. 이번엔 뒤쪽에서. 왼쪽, 오른쪽, 하단, 상단. 유연한 신체능력덕분에 떨어져 나간 곳은 왼쪽 귀 끝자락 여린 털 뿐. 그런 버거팬츠를 바라보는 언짢은 시선은 이미 파랗다 못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주르륵, 피부를 벗겨내야 보이는 멀건 뼈 위로 식은 땀이 흐른다. 지쳤다. 누가 봐도 그는 지쳐 보인다.

 

이제 장난은 끝이야. 친구. 슬슬 말하는 게 어때?”

 

온화하게 웃는 샌즈의 모습은 어딜 봐도 자비를 베푸는, 성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내부는? 아마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귀찮음을 덮으려는, 자신의 체력을 지우려는 수작일 것이다. 버거팬츠는 그 모습을 보며 원래도 게슴츠레한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손님, 미안하지만 거절하도록 할게. , 이 상황에선 손님도 아니지만.”

 

 짧게 뛰어올라 카운터를 박차며 샌즈의 틈으로 뛰어 들어오는 버거팬츠. 그 추진력은 상황판단이 빠른 샌즈조차 바로 대응하지 못했다. 눈앞까지 밀고 들어온 흉기에 샌즈는 머리를 굴렸다,

 

한 대, 딱 한 대라도 맞으면 나는 진짜 로 간다고. 젠장.’

 

위기상황에서도 떠오르는 허접한 농담에 샌즈는 실소를 띄운다.

 

왜 그런 표정이야, 형씨.”

 

 돌아온 자신의 턴. 그리고 압도적으로 우위에 선 버거팬츠는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그를 차분히 관찰하는 시야속에서 포착된 빈틈. 샌즈는 마지막 공격을 준비한다. 그 메마른 턱에 맞닿은 금속. 어째선지 몇 번이고 이것에 찔린 기억이 떠오른다. 즉사가 아닌 죽어가는 기억. 그 서러움, 고통, 원망. 무엇이든 좋다고 샌즈는 생각했다.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 다시 뜨기를 반복한다. 그 행동에 상응하듯 깊어지는 파란 색료. 버거팬츠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자부하는 동물적 감각, 아니 괴물적 감각은 이 흥분으로 가득하게 피어오른 공간에서 죽어버린 것일 지도 모른다. 그저 그의 등 뒤로 하늘의 그림자가 차오르고 있다. 가스터 블레이드. 광선포. 음속이 줄어들며 모인 충격파는 이제 그를 덮치려고 한다. 그의 자랑인 예민함이 구원한다. 자신을 지킨다. 버거팬츠는 뒤를 돌아 직격으로 날아오는 빛을 마치 돌무더기에 걸린 무지개처럼 깔끔하게 두 조각으로 가른다. 얇은 부엌칼을 줏대로 갈라지는 빛. 하지만 그건 있는 그대로의 눈속임. 작은 부엌칼보다 예리하고 미세한 뼈가 그의 허리께를 가른다.

 

 “후우..”

 

 버거팬츠의 옆구리에서 새어나오는 붉은 선혈은 그의 한숨보다는 미약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샌즈를 바라본다,

 

 “형씨도 구질구질 하구만. 이런 우스운 트릭도 쓰고 말이야.”

 

 그는 경박하게 샌즈의 몸뚱아리 위로 쓰러진다. 표정위에 그을린 마지막 웃음, 미소, 그 경지를 뛰어넘은 그 표정을 대체 무엇이라고 설명해야할까. 샌즈는 할 말을 잃었다. 어째서 그런 상황에서 웃음이 날 수 있는가?

 

.

 

그는 이 표정을 어디서 본 적 있다. 분명하게 목격했었다. 그건 자신이 지키려는, 아니 지하세계 모두가 감싸 안던 그 소녀의 것이었다. 그리고 쇼윈도를 투과하여 보이는 건 모두가 사랑하는 그 소녀였다. 작은 체구는 소녀가 아직 어린 아이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모두의 시야를 넘나드는 그 모습에 샌즈는 할 말을 잃었다. 두 사람은 무엇에 홀린 것일까? 아니면 소녀가 세상에 홀린 것인가. 가게의 문을 열고 후다닥 들어온 소녀는 샌즈에게 손을 뻗는다. 아니, 이건 샌즈를 위한 손이 아니다. 그 위에 엎어진 버거팬츠를 원하는 손이다. 소녀는 울고 있다. 프리스크는.. 그저 그의 피를 닦아낸다. 아직 호흡하는, 오르락 내리락하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댄다. 가만히 그의 고동을 듣는다. 몇 분 동안이나 그 의미 없는 행동을 했을까, 이젠 버거팬츠의 입에 거미사이다를 조금씩 흘려 넣는다. 안정되는 호흡을 지켜보던 프리스크는 안도하며 자신을 쓰다듬던 그 큰 손을 잡으며 매만진다. 모든 것을 지켜보는 샌즈는 성스러움에 말문이 막혔다. 그들의 행위는 십자가에 매달렸다가 내려온 예수를 받드는 마리아를 보는 듯했다. 이성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가, 그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샌즈는 알 방도가 없음을 느낀다.

 

 ‘정말 감정이건 체력이건 낭비했군.

 

 그의 작은 웃음을 마지막으로 막이 닫힌다.

 

-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