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드러누워 천장을 본다. 들고 있던 담배를 빤다. 알싸한 연기. 갈비뼈 사이로 새어나가 허공에 흩어진다. 부질없다. 깊이 한 모금 더 빨고 벽에 눌러 끄고 꽁초가 된 것을 대충 바닥에 던진다. 침대 옆 벽에는 그을음과 담뱃재가 엉겨 붙은 비슷한 자국이 벌레 떼처럼 드글드글하다. 더러운 벽, 더러운 바닥, 더러운 방. 더러운 세상.


  “네가 제일 더러워.”


  저도 모르게 외침과 동시에 푸른 뼈가 가슴을 꿰뚫는다. 서늘한 감촉이 찰나 동안 흡족하다. 그러나 통증이 없다. 뼈는 파랬고 그는 쓰레기처럼 누워 있었으니까. 쓰레기 맞다. 하루의 반 이상을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나머지 반의 반 이상을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놈이 쓰레기가 아니면 무어냐. 이런 걸 먹여 살리는 형에겐 물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존재 자체로 누를 끼치는 줄 안다. 침대를 뚫고 땅 속으로 아래로 아래로 바닥 없는 나락으로 푹 꺼져 버렸으면 한다. 몸은 여기 있으나 정신만은 이미 그렇게 추락하고 있다.


  그는 오늘 인간을 만났다. 손을 내밀기 전에 눈이 마주쳤을 때, 모든 무의미가 또다시 거듭되리란 것을, 이미 또다시 되돌려졌다는 것을 알았다.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축에서 누가 얼마나 죽었을지 아니면 친구가 되었을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 모든 일들은 인간이 남겨 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순간 무로 돌아갔단 것과,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들이 무의미하며 앞으로 올 시간들도 나아질 가망이 없다는 것뿐. 시간과 공간을 넘어 무한히 분열하는 온 세계의 가능성들 앞에서, 그것들을 휘두르는 단 한 명의 어린아이 앞에서, 자신은 얼마나 작은가. 헤아리면 헤아릴수록 그 끝없는 우주의 인력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어 뼈가 식는다.


  우스운 착각이다. 그 모든 것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체를 하고 살아 내면 좋을 텐데. 작고 무력한 그는 여느 때처럼 친구가 되거나 말거나 따라다녀 보다가 인간이 내리는 운명만을 받아내면 그만인데. 아니면……


  날카로운 뼈를 만들어 목 위에 띄운다. 서서히 내려 본다. 동글납작한 경추 뼈마디 틈새로 날이 조금 파고든다. 따갑고 차갑다. 침을 삼킨다. 목이 달싹이자 날이 더 파고든다. 차가운데 화끈거린다. 딱 손가락 두 마디만큼만 더 내리면, 더 이상은—


  덜컥 방문이 열리고, 두 눈에 별을 담은 블루베리가 울상 짓는다.


 

 

 

 

* http://gall.dcinside.com/undertale/230147에 이어서 든 생각이다. 봄은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