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시공간의 통로를 걸으며 샌즈는 눈으로 균열을 좇았다. 그의 옆에선 그의 동생이 얼른 균열을 찾고 이 어둑한 곳에서 나가자고 성화를 부린다. 그는 웃음을 지으며 동생의 잔소리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게으르다고 잔소리를 해주는 동생이 있단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는 뼛 속 깊이 새기고 있다.  빛 한 점 들어오는 곳이 없는 통로에서 작은 균열을 발견한 것은 허공에서 여기저기를 훑어보던 그의 동생이 아닌 샌즈였다. 얼른 가자며 닦달하는 동생에게 응 하고 대답한 그는 대답처럼 빠릿하지만은 않은 걸음으로 걸어갔다. '이번엔 누굴 먼저 죽일까.' 말로 내뱉지 않았지만 동생이 금방 대답한다. "언제부터 그런걸 따졌어? 당연히 눈에 보이는 것부터 먼저 해치워야지." 멋진 대답에 그는 "역시 팝, 넌 대단해." 라고 답하며 어둠 속에서 일그러진 틈새에 손가락 뼈를 찔러넣었다.




설원 위에선 왼쪽 눈에 제법 인상깊은 상처자국이 있는 키다리 뼈다귀괴물, 파피루스가 마찬가지로 뼈다귀 괴물이지만 키가 작은 샌즈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 쓸모없는 쓰레기가 아직도 퍼즐을 안고치고 있어? 뒤지고 싶냐?"
"그, 금방 고칠게. 하-앗도그가 오늘 잘 팔려서……."
"어쩌라고, 돼지새끼야. 그깟 핫도그 장사가 내 명령보다 우선 순위냐?"
"아, 아니야. 미안해, 보스. 금방 하, 할게."
손가락뼈를 마주하고 벌벌 떨며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말하는 행태에 파피루스는 그제야 헹 하고 소리를 치곤 자리를 떠났다. 샌즈는 파피루스가 떠나며 눈길에 남기는 소리를 듣고서 그제야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매서운 바람에 그의 왼쪽 이빨에 박힌 금니가 시려왔다. 샌즈는 몸을 한 번 떨고선 검은 코트자락을 손에 쥐고 걸음을 옮겼다.


침엽수림 뒤에서 둘을 바라보던 눈동자는 키 큰 쪽을 바라봤다, 키 작은 쪽을 바라봤다, 다시 키 큰 쪽을 보고, 마지막으로 키 작은 쪽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우와, 여기 형은 완전 공짜exp잖아." 허공에서 속삭이는 말에 보랏빛 눈동자가 타오르며 그 말에 깊은 동감을 말했다. "저런 것보단 내가 낫지, 팝?" 허공에 속삭이는 말에 다시 허공이 대답한다. "무슨 소리야, 형이 훨씬 쓰레기지. 그러니까 얼른 exp나 올리러 가자. 형이 할 줄 아는거라곤 그거밖에 없잖아?" 사붓이 눈길에 내딛던 발자국이 잠시 멈칫했다. 아주 잠깐. 그리고 곧 다시 발걸음을 내딛으며, 히죽이며 대답한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동생아.'


샌즈는 목에 걸린 초크체인을 손가락에 걸고 당기며 걷고 있었다. 절그럭거리며 걸음을 내딛을 때는 알싸하게 목을 조였다가, 다시 걸음을 내딛는 사이에 살풋 풀리고 다시 조이는 체인에 그는 간간히 한숨을 내쉬었다. 뜨거워진 한숨이 끈적하게 그의 얼굴을 덮었다.
순간, 뒤 쪽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그의 갈비뼈를 쓸었다. 황급히 뒤돌아선 샌즈는 그의 눈구멍을 향해 날아오는 보라색 섬광에 시선을 빼앗겼다.


설원이 폭발하며 눈더미가 튀어올랐다. "녜헤, 역시 완전 공짜 exp였어." 오랜만에 듣는 동생의 신난 음성에 그 역시도 동감했다. "그런데 왜 한 방에 죽이지 못한거야?" "헤, 여기 나도 '뼈'빠지게 도망은 잘치는 놈이었나보지." "우웩, 하여간에 구제불능이라니까, 형은." 동생의 질타에 그저 히죽인 그는 마지막 타격을 준비하며 천천히 눈먼지가 자욱하게 낀 설원 위로 발을 내딛었다.


눈길 위에 핏덩이가 흘러내렸다. 샌즈는 숨을 몰아쉬며 깨진 그의 두개골을 부여잡았다.
"헤, 나도 가끔은 이런 즐길거리도 필요하다니까."
자욱하게 낀 눈가루 속에서 그림자와 함께 어딘가 익숙한, 그러나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샌즈는 손가락 뼈를 타고 흐르는 피를 설원에 떨쳐버리고 재빠르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곧 눈가루 속에서 회색 먼지 투성이의 후드를 뒤집어쓴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샌즈는 숨을 들이켰다. 그건, 샌즈, 본인이었다. 그러나 그건 그가 아니었다. 저건 자신처럼 금니도 없었고 자신의 것과 비슷한 빨간 홍채는 그 속에 푸른 빛을 띄고 있어,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저렇게 소름끼치는 웃음을 짓지 않는다.
"안녕, 찌질아. 미친 시간 좀 보내볼래?"
"미친새끼… 너, 넌 뭐야?"
"…그러게, 저런 말을 할 줄 아네? …나는 네 앞에선 저런 말 안하지."
샌즈는 인상을 구기며 허공에 지껄이는 저 것을 노려봤다.
"우리 팝한테 사과해. 어디서 그런 상스러운 말을 하고 그래."
"또라이가 무슨, 개지랄이야."
"…알았어, 팝. 확실히 저건 말귀도 못알아듣네. 저건 exp도 완전 낮을거같아."
미친놈이 미친말을 하는 것은 못알아들어도 저 단어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샌즈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뼈다귀 두 개를 옆으로 피해내고 미리 아래에 깔아둔 뼈다귀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어이쿠 소리를 내며 저것이 뒤로 물러났다. 놓치지 않고 샌즈는 왼손에 장착한 가스터 블래스터의 에너지탄포를 그것에게 쐈다. 그러나 빨간색 에너지 덩어리는 예의 보라색 에너지탄에 부딪혀 허공에서 폭발했다.


"뭐야, 형. 설마 저런 형한테 밀리는거야? 한심하긴." 땅 위에서 돋아난 날카로운 뼈다귀들을 피해내기 무섭게 날아온 블래스터를 맞받아친 샌즈는 동생의 말에 대꾸하기 전에 '자신'의 뒤로 공간을 열었다. "그러게, 병신이 나대네." 말과 함께 그는 빨간 자신에게 열린 공간 너머로 뼈다귀를 날렸다. 그러나 그가 생각했던 소리보다 작고 가벼운 소리만이 들려왔다. "찌질한 놈이 쥐새끼같긴." 눈에 박힌 뼈다귀를 내버려두고 샌즈는 눈동자를 굴렸다. 옆에서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황급히 몸을 틀자, 바로 앞까지 날카로운 뼈다귀가 뻗어졌다. "아, 아깝다." 동생이 말했다. 그는 반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뒤편에 열어둔 지름길에 빠졌다. 출구로 설원에 발을 디딘 그는 재빨리 주위를 훑어내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를 향해 뼈다귀가 쏟아졌다. 한발짝 뒤로 물러나기 무섭게 눈을 튀기며 얇은 뼈다귀들이 눈 속에 깊이 박혔다. "병신. 노리고도 못맞추냐." 이죽이며 그는 얼핏 보인 검은 그림자에 3개의 가스터블래스터를 동시에 쐈다. 아까보다 훨씬 높고 큰 폭발과 동시에 눈보라가 몰아쳤다.


"헤, 누구보고 병신이래."
그것의 두개골을 쥐고 눈 속에 처박은 샌즈는 가스터 블래스터의 칼날을 그것의 목 옆에 댔다. 아래에서 그르렁거리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뼈다귀가 소환되는 소리에 샌즈는 그것의 후드를 잡고 앞으로 뛰었다. 그가 있던 곳에 뼈다귀가 교차하며 지나갔다. 샌즈는 후드를 그러쥐고 그것의 숨통을 조였다. 미친놈이 숨통 조이는 것은 느끼는지 켁켁거리는 소리가 아래에서 쏟아졌다. 샌즈는 그것의 갈비뼈에 검을 박아넣었다.
"크학-!"
"LV는 너만 올렸는줄 알았냐?"
검을 비틀자 뼈가 으스러지며 가루가 되는 것이 느껴진다. 파란 점퍼 안의 하얀 셔츠가 빨갛게 물들어간다. 샌즈는 히죽였다, 위에서 떨어져 하얀 티를 물들이는 피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미친 시간이랬냐?"
검신에 부서진 뼛조각이 부딪쳐 드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검을 뽑아낸 샌즈는 자신을 노려보는 보랏빛 안광을 향해 삐죽,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제 좋은 시간 보내자고, 미친놈."
왼손을 내리꽂는다. 다시 뼈가 부서진다. 아래에선 또다시 비명이 터진다.


샌즈는 또다시 자신의 갈비뼈를 부수고 들어오는 칼날을 느꼈다. 입에서 터져나온 피가 눈앞에서 튀어올랐다. "형, 진짜 실망이야." 파피루스가 말한다. 샌즈는 뭐라 말하고 싶지만, 차오른 피에 막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또다른 자신이 다시 검을 비틀었다. 부서진 뼈가 다시 으스러지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아, 컥-그억-!" 피가 차올라서 비명조차도 피에 묻혀버린다. "이런 놈한테 죽으려고 날 죽인거야?" '아냐, 파피루스. 그건 아니야.' "그럼 얼른 이놈을-"
"그아아-악!!!"
파피루스의 말마저 덮으며 샌즈가 비명을 질렀다. 움직이려던 발에 더이상 감각이 없다. 샌즈는 검은 외투 너머로 파란 뼈다귀를 봤다.
"헤, 야, 얌전히 있어."
"형, 바보야?"
빨간 자신이 빨간 피가 흥건한 검을 들어올리며 말한다. 파피루스는 그의 머리맡에서 발로 움직였다. "오른쪽 발이 없어졌네. 형, 이제 형은 발이 없어! 나는 몸이 없고 형은 발이 없고. 녜헤헤." 빨갛게 눈을 빛내며 파피루스가 웃는다. 샌즈는 간신히 숨을 내쉰다. 차가운 스노우딘의 공기가 들어올때마다 없어진 발과 갈비뼈가 욱신거린다. 발버둥치고 싶지만 왼발마저 잃을 순 없다. "재밌는 생각이, 났어." 빨간 자신이 실실 웃으며 말한다. 샌즈는 간신히 눈구멍을 열고 위를 바라본다. 빨간 자신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옆에는 양쪽으로 주황색 뼈들이 떠있다.
"눈 날개."
주황색 뼈다귀들이 그의 양팔을 뚫고 들어간다. 멈출수 없이 그는 팔을 움직인다. 빨간 자신이 히죽이며 그를 바라본다. 샌즈는 불현듯 오른손바닥에 불이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움찔, 멈추기 무섭게 주황색뼈가 닿은 부분이 으스러진다.
"끄, 아악!"
고통에 몸을 움츠리자 하얗게 튀어오르는 시야로 으스러지는 뼛소리가 들어온다. 왼발이 화끈거린다. "빨간색이 나은가?" "진짜 꼴불견이다." 흐릿하게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아, 벌써 끝이야?" "형, 죽은거야?" 가물거리는 감각으로 새어들어오는 목소리는 너무 현실감이 없다. 하긴, 언젠 현실감을 느꼈나. 고통마저도 옅어진다. 샌즈는 비로소 편안해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
목 안쪽에서 피가 끓었다. 샌즈는 척추 중간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있는 힘껏 입을 열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피에 잠겨, 피끓는 소리만 울릴 뿐이다.


팔 다리를 모두 잃은 괴물의 척추에서 검을 뽑아낸 샌즈는 괴물의 위에서 내려왔다. 여전히 쥐고있는 후드를 끌자, 반토막난 괴물이 끌려오며 눈길에 핏길이 그려졌다.
"헤, 헤… 퍼즐에 두면, 보스가 조, 좋아하겠지."
배싯배싯 웃으며 샌즈가 걸어갔다. 금이 간 두개골에서 흐른 피보다 더 많은 피가 그의 얼굴을 물들였다.
지익-지익-
그리고 그보다 많은 피가 새하얀 눈길을 물들였다.


떠난 자리엔 해골의 하반신과 빨간 눈날개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빨간 날개 달고 8:45 하늘나라로 안식찾은 언갤의 아들

아까 머샌이랑 펠샌이랑 싸우는거에서 더 부수라길래 더 부숴옴


혼란한 갤에 투척하고 이제 잔다 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