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끓는 날씨였다. 장에서 꺼냈던 모시한복은 바람도 솔솔 들어왔기에 그릴비는 그것을 입었었다. 이런 날 심을 찾아다니기엔 그나마 적절한 적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역시 무리였던가 보다. 땅을 살피는 것도 지친다. 허리를 펴고 그릴비는 후욱후욱 숨을 뱉었다. 호흡 한 번에 작은 불똥들이 탓탓 튀기었다.
  그릴비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잎사귀들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의 체온에 수분이 바싹 말라가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릴비는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 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처음 보는 이파리였다.

  화륵?

  산삼인가? 그릴비는 조심스럽게 주변의 흙을 갉아내었다. 까딱 잘못했다간 또 애써 찾은 양식을 태워먹게 될는지도 몰랐다. 물론 비싼 심은 부자집네 양반들에게나 돌아가겠지만 그 돈으로 또 하루하루 먹고 살아야지.
  그릴비는 불똥 튀기던 숨소리도 참고 꼼질꼼질 손가락을 놀렸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이파리가 훅 길어졌다.

  화르륵!?

  이파리 밑에 어찌 이리 긴 줄기가 숨어 있었던 건지! 그릴비는 화들짝 놀라 몸부림을 쳤지만 그 식물의 손아귀를 벗어나기엔 무리였다. 아니, 식물일 리가 없지. 그릴비의 손에 닿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식물은 없을 거다. 이건 산삼도 식물도 아닌 촉수다, 촉수! 그릴비가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여전히 촉수는 꿈적하지 않았다.
  그릴비는 차라리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런 식물이 있어봤자 금방 놓아줄 것이었다. 마을 뒷산에 식인식물이 있다는 말도 못 들어봤고. 물론 촉수가 있다는 말도 못 들어봤지만...

  ...!

  하지만 그릴비는 자신의 대처가 안이했음을 느꼈다. 피부께를 슥슥 돌아다니던 촉수들이 슬금슬금 옷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불에 타지도 않고! 그릴비는 움찍움찍 몸을 떨었다. 이미 사지가 묶여서 그 이상 몸부림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촉수가 건드린 몸에 달팽이 같은 이상한 점액이 남아 그릴비의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것은 얼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릴비의 턱을 타고 촉수의 점액이 땀처럼 뚝뚝 떨어졌다. 불쾌한 느낌에 그릴비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을 달래듯 뺨을 쓸어내린 촉수가 그릴비의 안경을 벗겨냈다. 그릴비는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보며 저것이 깨지진 않았을까 미간을 좁히고 들여다봤다. 안경도 비싼데 함부로 다룰 수는...

  !

  안경에 집중하던 그릴비의 입 안에 촉수가 들어찼다. 입 안을 그득 메운 줄기에 그릴비는 컥컥 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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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거 쓰지 말라고 해서 A4 한 장 분량에서 자름. 이정도면 세이프겠지?

언갤문학으로 습작2탄. 소리 나는 산문: 리듬을 살려 글쓰기
글쓰기의 항해술이라는 작법책의 연습문제1번이다.
의성어 의태어 두운법 뭐 그런 거.

마침 그릴비가 말을 안 하니까 주인공삼고
마침 식목일 대회가 열렸길래 촉수물 한번 써봄.

자평:
1. 마음에 드는 거: 저기서 끝난 거.
2. 마음에 안 드는 거: 대사 없으니까 읽기 빡빡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