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풍경, 내가 눈을 감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새까만 풍경이 자리했다. 친숙함을 넘어 그리움마저 느껴지는 곳, 내 아래의 노란꽃들로 보건대 시작의 장소였다.  소량의 의문이 들었다. 왜?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았다. 원할 리가 없다. 이건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흙이 묻은 구두로 짓밟는 행위였다.아니야, 나는 되돌리지 않았어. 정말이야. 머리가 지끈거렸다. 속이 메스꺼웠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때였다.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뜯겨나갈 것 같다.  “반가워! 내 이름은 플라위, 노란 꽃 플라위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어.
“너 이 지하세계는 처음인가 보구.....”  플라위가 재잘거리는 것을 멈췄다. 나를 응시하고 있다.  “저런, 가엾게도 이곳이 무서운 모양이구나. 얼굴이 창백해, 걱정 마! 네 생각처럼 그렇게 무서운 곳은 아니니까, 친절한 내가 이곳이 어떤 곳인지 가르쳐줄게!”   “....죽거나 죽이거나?”  자동반사적인 대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장 인상깊은 말이었고. 아니, 인상깊은 건 친절알갱이였던가? 나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 웃어보였다. 플라위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아니, 꽃잎이 일그러졌다는 표현이 옳은가?  “......모범답안이긴 한데, 넌 그걸 몰라야 하는데?”
“...알아서 미안해.”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가능하다면 들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날 죽여도 좋아, 끔찍한 짓을 저질러버렸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플라위는 별종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짤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죽어.\"
하얀색 알갱이들이 나타나 내게 덮쳐왔다.나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마치 짜맞춘 것처럼, 알갱이들이 없어졌다.
이윽고 자주색 불꽃이 플라위를 공격했다.
\"아.\"
탄식이 터졌다.자상한 눈매와 하얀색 털, 큰 귀와 아담한 두 개의 뿔, 토리엘이었다.
\"나쁜 생물이구나, 이렇게 순수한 아이를 괴롭히다니... 아가야?\"
나는 토리엘에 안겨 흐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