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 주의..............


* 뭐, 좋아. 바깥 공기는 신선하군.

  석양도 멋지게 져 있고.


* 꼬맹이는 폐허로 떨어지기 전에 매일같이 이 광경을 봤겠지.

* 의지를 다지면서 바깥세상을 향했던 이유 중에는

  이걸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 아니, 별 감흥 없는 표정을 보니 그렇지도 않나?

* 헤.. 하긴. 아무리 잘나빠진 광경이라도 많이 보면 재미 없..


* 잠깐. 이상한데. 꼬맹이 표정이 왜 저런 거지?

* 노을이 별 감흥 없는 것이라도

  이곳은 네가 그렇게도 나오고 싶어했던 '바깥 세상' 이잖아?


* 헤.. 뭐, 여기에 싫은 거라도 있나보지. 내가 상관할 건 아닌가.


* 그래. 이 세계도 언제 '없었던 것'이 될지 모르는데.. 신경쓸 필요 없겠지.

* 달라진 건 없으니까. 흠. 시공간이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잖아?

  거기다 난 또 멍청하게 그걸 기억도 못 하고 있겠지.

이제 꼬맹이도 목적 제대로 달성 했겠다, 여왕님의 약속도 여기까지만 지키면 되겠지.

* 그냥 예전처럼..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면..


* 뭐, 그래도 말이라도 건네볼까. 앞으로 계속 마주칠지도 모르니.

  정도 좀.. 들었나?



"오랜만에 노을 보는 기분은 어때, 꼬맹이."

꼬맹이는 날 보았다. 말라 비틀어진 표정이다. 나오기 전 까지만 해도 저렇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꼬맹이는 오랜만이라는 말이 웃긴지, 반복해서 말하며 쿡쿡거리고 웃었다.

그 웃음은 즐거워서라기보다는 무언가… 이상했다.

"뭐가 웃겨?"

"미안, 아무 것도 아니야."

꼬맹이는 대답을 피하는 것 처럼 보였다. 아니, 분명하다. 이건 피한 것이다.

뭐, 상대방이 거리를 두려는 것을 애써 좁힐 만큼 나는 끈질긴 뼈다귀가 못 된다.

게으름을 피우면 피웠지.


나는 어께를 으쓱 하고는 꼬맹이 옆에서 노을을 보았다. 장관이군.

"샌즈, 왜 남아있어?"

꼬맹이는 궁금한 듯이 물어보았다. 그냥 궁금한 게 아니라, 정말로 의아하다는 듯이.

마치… 그래. 꼬맹이가 자주 지었던 그 표정.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과는 정 반대의 표정이었다.

"광합성 좀 하려고. 난 뼈다귀라 필요 없지만, 혹시 모르잖아? 뼈다귀에 낀 지하 이끼가 태양빛을 받고 싶어할지.

 꼬맹이는?"

"난… 갈 곳이 없어서."

음? 아까 분명히 토리엘에게 '가야할 곳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헤.. 그래?"

나는 곁눈질로 꼬맹이를 보았다. 왜인지 신나보였다. 왜?

"아니. 사실은 샌즈가 아직 남아있는게 신기해서."

"…흠. 누굴 혼자 남겨두고 그러는 취미는 없거든."

내가 말하자, 꼬맹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이쪽을 돌아볼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내심 놀랐다.

꼬맹이는 그러고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하긴."

다시 고개를 돌려 석양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혼자 남는 것도 그렇게 싫어하니까, 혼자 남겨두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

"헤헤.. 그런 말은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영문 모를 이상한 얘기는 그만하라고, 친구."

자꾸 그러면 네가 … 의심이 되잖아.

모두를 구한 너를 그렇게 생각하고 싶진 않은데.

"알았어."

…….

이 아이는 아이가 아닌 것 같다.

"가끔씩… 꼬맹이 너는… 어른스럽단 말이지."

"그래? 그러면 이제 꼬맹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 두는 게 어때?"

프리스크는 마른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왠지 가시가 돋친 것 같은 말투였다.

"…흠."

"내 이름은 프리스크야. 프.리.스.크. 처음 들었지, 내 이름? 지금까지 말할 기회가 없었거든."

프리스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목소리에 서글픔이 묻어나왔다.

나는 모른 척 했다.

"역시 불러주지 않는구나. 그럴 줄 알았어."

씁쓸함이 느껴지는 대사. 어린아이의 얼굴과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내가 대꾸하지 않자 프리스크는 계속 하늘만 보았다.

한참 그러다 다리가 아파졌는지 절벽 끝에 걸터 앉았다. 위태로워 보인다.



"이봐, 혹시…"

"맞아."

프리스크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난 말문이 막혀버렸다.

"나 할 줄 알아. 했었어. 맞아."

프리스크는 못 박듯이 재차 말했다.

"미안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난 아직 질문도 안 했어, 꼬맹이."

"다 알면서 그래. 샌즈가 날 죽이면서 다 얘기 했는걸."

죽여? 내가… 꼬맹이를?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한테 직접적으로 간섭을 했다고? 내가?

"샌즈는 기억하지 못해서 다행이야. 고마워. 덕분에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돌아왔어.

 난 엉망이 된 것 같지만… 분명히 이게 맞는 거겠지?

 더 이상은 되돌리지도(RESET) 않을 거고… 되돌아가지도(LOAD) 않을 거야."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군.

꼬맹이쪽을 보니 절벽 끝에 앉은 채로 발을 휘저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저런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애인데.

"…꼬맹아."

"프.리.스.크. 내 이름은 프리스크야."

꼬맹이는 제 이름을 불러달라는 듯이 말을 끊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래, 꼬맹이. 넌… 그러니까, 올바른 결심을 한 거야. 잘 했어."

"치."

결국 내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자 프리스크는 토라진 척을 했다.

"…헤헤."

능청스럽게 굴었지만, 사실 두려웠다.

이 아이는 대체 얼마나 살았을까. 나에게서 어떤 얘기들을 얼만큼 들었을까. 무슨 짓을 했을까.

내가 혼자 남았던 적이 있다는 듯이 얘기했는데… 다른 모두를 몰살했다는 얘기인가, 이 작은 꼬맹이가?

그런게 가능한가?


"있잖아, 샌즈."

"응?"

프리스크는 불러놓고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괜히 절벽 끝의 흙을 부서뜨리고, 나를 보았다가, 다시 지평선을 보았다가 하기를 반복했다.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샌즈, 나는…"

노을빛이 붉은 색에서 보랏빛으로 변해갈 때 쯤. 겨우 입을 열었지만… 결국 말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난…"

프리스크는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자신의 손을 들어 보았다.

자그마한 어린아이의 손이 그 눈에 비치고 있을 것이다. 성숙한 정신만큼 자라지 못한 그 손이 보일 것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건 그런 거지. 아니면 그 손에 묻었을 피가 생각나는 것일지도 모르고.

어느 쪽이든 프리스크는 죄책감에 입을 열 수 없게 된 것 같다.

프리스크의 손바닥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게 보였다. 이거 당황스럽군.


"미안하지만 꼬맹이."

내가 입을 열자, 프리스크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윽. 대체, 저 작은 눈에서 어떻게 저렇게 눈물이 펑펑 나오는 건지.

"너는 나에 대해서 좀 알게 된 모양인데… 난 너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어.

 어른의 관계란 일방적으로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그렇게 울면서 얘기한다고 좋을 게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흠, 어색하군. 누굴 달래고 그러는 건 내 전문이 아니란 말이지.

"음, 그러니까, 울지 말라고. 내 눈에도 눈물이 들어갈 것 같으니까. 응?"

"샌즈가…왜?"

프리스크는 울음을 그친 것 같았다.

그건… 흠.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던 문제가 끝나서? 아니,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나.

"…그 궁금증과 호기심은 한 10년쯤 후에 해결해주지."

꼬맹이가 정말로 시간을 되돌리는 존재라고 한다면.. 그래.

10년쯤 지날 때까지 이 세상이 멀쩡하다면 믿어줄 수도 있겠지. 그 때가 되면 정말로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


샌즈가 어딘가 쿨해보이는 건 정말로 쿨해서가 아니라, 모든 걸 포기한 상태라서가 아닐까 싶어.

길잃은 영혼 상태에서 그러잖아. 포기했다고..

글도 잘 못쓰는데 좀 찝찝한 내용이라 미안.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샌즈를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