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처음써봐서 쓰다보니 촉수비중이 없음... 양해바람






지쳐버린 뼈다귀 샌즈. 무자비한 인간에게 자비를 베푸는가?


그는 인간을 죽여버린다. 온몸을 뚫어버리는 피할 수 없는 공격에 다신 돌아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덧붙인다. 죽어버린 시신에 지금껏 억눌러온 본심을 내지르며


- 터어어어어얼렸구나!!!


이제 누구도 듣지 못할 목소리이길 원했다. 자.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기를. 일순 모든 게 멈춰버리곤 아무런 기억 없이 어디론가 돌아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가 인간에게 느꼈던 감정이었다.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 드디어.

익숙한 목소리다.

- 힘이 돌아왔다.

작고 노란 꽃이 중얼거리며 다가온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는. 안녕하신가 방관자 씨. 네가 인사한다. 참으로 무례한 인사였다. 모든 걸 잃은 소감은 어때? 토리엘, 파피루스... 뭐 기타 등등.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 그 이상 있던가? 그 둘마저 너한텐 아무 의미 없는 존재였었나? 의미 없는 시비일 뿐이다. 저 꽃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 참으로 웃긴 꼴이네 샌즈.

신경 쓰고 싶지 않다. 괜히 제 심정만 뒤흔들 뿐이다.


-혹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 네 동생이 죽기 전으로?

허나...


꽃을 뒤돌아봤다. 입꼬리가 음험하게 치올려진 채 나를 쳐다본다. 되돌아간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말을 말이 아닌 듯이. 입속에서 웅얼거리다 뱉어내버렸다. 그 대답마저 제 제안에 동의한다는 의사로 받아들인 걸까.

샌즈. 내가 처음 이 힘을 가졌을 때가 언제였을까? 언제 이 힘을 눈치챌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소리에 침묵한다.





하나.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들려온 목소리. 그에 맞추어 제 몸을 관통하는 무언가의, 하지만 눈 앞이 검게 물들어 보이지 않았다. 의식이 흐려진다. 제 가슴께를 뚫어버린 이물감마저 고통에 물들어버린다.



둘.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들려온 목소리. 그에 맞추어 제 눈 앞으로 날아드는 거대한 덩굴 줄기. 둔탁한 파열음을 내며 두개골을 부수었고 진득거리는 핏줄기가 눈구멍에서 흘러나와 점차 온몸을 적신다. 정신이 몸에서 달아나 버린다. 제 몸은 가루가 되어 흩날리지 못하고 핏덩이에 얽혀 가라앉아버렸다.


셋.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들려온 목소리. 그에 맞추어 다리를 휘감는 질긴 덩굴에 사로잡힌다. 도망갈 수 없다. 바닥에 붙잡혀 버둥거릴 새도 없이 제 등을 찔러버리는 촉수에 비명만이 새어나왔다.




넷.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들리는 목소리. 이번에는 제 뒤에서 덮쳐오는 덩굴 줄기를 피해


이번에는?


처음 본 공격을 이번에는 피했다.
납득할 수 없는 모순이었다.








...백 다섯.

침묵을 깨고 들려온 목소리. 하나 둘 셋의 연장과 백 다섯 번의 기시감. 설마?


백 여섯.


축하합니다 샌즈! 당신의 연구가 증명되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팡파레. 누군지도 모를 박수갈채. 그만해.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야.
침묵을 깨고 들려온 목소리. 그에 맞춰 몸을 숨겼다.
시공간의 연속성의 변칙. 백 여섯 번의 기시감을 하나로 모아버린
이론으로만 느껴왔던 공포는 현실이


백 일곱.

되었다.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뒤따른 상반된 웃음소리. 온 벽을 울리며 자신 또한 울려가며 퍼져나간다.

기분이 어때 샌즈?

어느 순간부터 나는 똑같은 방법으로 죽어왔다. 백 하나, 백 둘. 어디까지 셀지 모를 숫자를 헤아리는 너는 나를 죽이는 짓엔 질린 게 틀림없었다. 너는 남은 횟수만을 채워갔고 나는 더 이상 피할 기력도 없었다.

백 여덟.

인간을 두려워했다. 인간이 가진 의지. 모든 괴물들의 삶을 운명짓고 그 운명마저 없던 일처럼 되돌아가는 그 힘을. 그러나, 돌이켜보면


백 아홉.


인간이 떨어지기 전 나는 누구의 힘을 두려워했나?


백십.

방관자에게 어울리는 백십 번의 죽음. 실로 변태적인 수가 아닐 수 없다. 노란 꽃은 수없이 죽어버린 가룻더미에 흥미를 잃고 제 아비를 죽였다. 모든 괴물들의 염원마저 부수어 버리고 머물 곳 잃은 여섯 영혼은 무리 지어 맴돌아 떠나버린다.
인간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내가 다시 힘을 잃기까지 너희들은 이 시간 속에 갇혀있으니라. 더 이상의 예언도, 지상에서 내려올 천사의 구원도 없으니라.

나는 웃어재꼈다. 지금껏 참아온 모든 숨을 내뱉듯이, 초록 가지뿐인 몸을 뒤틀어대며, 어느 누군가는 지금껏 억눌러온 비명을 내지르고


게임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