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토리엘에게 말을 걸었다. 토리엘은 잡다한 달팽이의 상식에 대해 가르쳐주려 했지만, 남자는 그런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실랑이 끝에, 토리엘은 책을 덮어두고 지하로 향했다. 남자도 마찬가지로 지하를 향했다.
"토리엘 좀 죽여보자..."
토리엘은 중간중간 멈추며 프리스크를 설득했다. 그러나 남자는 토리엘의 설득 따위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사이 토리엘과 프리스크는 드디어 문 앞에 멈춰섰다. 토리엘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 그렇게 떠나고 싶니?
* 흠.
* 다른 이들과 똑같구나.
* 한 가지 방법이 있지.
* 증명해보렴.
* 살아남을 정도로 강하다는 걸 증명해보렴.
배경이 어두워지고, 프리스크와 토리엘만이 남았다. 전투 화면으로 바뀌었다.
* 토리엘이 길을 막아섰다!
남자는 바로 공격을 선택했다.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렀다.
24
"오, 들어갔다!!"
남자는 기쁜 듯 소리쳤다. 그가 행한, 몰살 루트의 첫 공격이었다. 토리엘은 표정 하나 변함 없이, 프리스크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남자는 익숙한 패턴을 가볍게 피하며, 토리엘에게 공격을 가했다.
* 토리엘은 당신을 바라보고
남자는 공격을 눌렀다. 토리엘에게 23 대미지가 들어갔다. 토리엘이 공격해오고, 남자는 피했다.
* 토리엘은 당
남자는 공격을 눌렀다. 토리엘에게 21 대미지가 들어갔다. 토리엘이 공격해오고, 남자는 실수로 한 번 공격을 맞았다. HP가 16으로 줄어들었다.
* 토리엘
남자는 공격은 눌렀다. 토리엘에게 21 대미지가 들어갔다. 토리엘이 공격해오고, 남자는 가볍게 공격을 피했다.
* 토리엘은
남자는 공격을 눌렀다. 토리엘에게 23 대미지가 들어갔다. 토리엘이 공격해오고, 남자는 피했다.
* 토리엘
남자는 공격을 눌렀다. 22 대미지. 토리엘의 공격을 피했다.
* 토리엘은
반복한다.
* 토리
공격한다.
* 토리엘
또 공격한다. 토리엘의 체력이 반 정도 남았다. 남자는 희열에 차기 시작했다. 실수로 토리엘의 공격을 맞아, HP가 12가 됐다.
* 토리엘이
공격한다. 토리엘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 토리엘은 마
공격한다. 토리엘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공격 속도가 헌저히 느려졌다. 남자는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 엄
공격한다. 토리엘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남자는 토리엘의 공격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 그만해!!!
공격한다. 갑작스럽게 대미지가 폭증하고, 토리엘은 무릎을 꿇었다.
* 으윽...
* 내 생각보다 강하구나...
남자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지만 몰살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토리엘의 유언을 빠르게 넘겼다. 이미 처음 토리엘을 죽였을 때 본 대사와 동일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 . . . . . . 착 하 게 살 아 야 한 다. 알 겠 지 ?
* 내 아 가 야 . . .
* . . . C H A R A . . .
남자는 살짝 당황했다. 남자는 이미 불살 엔딩을 봤기에, 플레이어가 정한 이름은 프리스크의 이름이 아니라, 시간상 처음 떨어진 인간의 이름으로 설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남자가 정한 이름, CHARA를 말했다. 남자는 한동안 게임을 하지 않고 고민하다가, 그냥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문을 지나 긴 복도를 따라서, 걷고 걸었다. 다시 나타난 문 너머에는, 플라위가 있었다.
* ...히히히...
* 네 선택에 만족한 거지?
플라위가 갑작스럽게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
* 유감이네!! 겨우 그걸로 만족할 줄이야!!
* 네가 원하는 건 모든 괴물들의 몰살, 맞지?
* 난 너 같은 녀석을 잘 알고 있어.
* 단순히 죽이고 싶다는 이유로 타인을 죽여버리지.
* 거기서 희열을 느끼고 말야!
게임이 잠시 멈추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플라위가 말했다.
* 하지만, 이를 어쩌나?
* 넌 몰살에 실패했어.
* 네가 지금 여기까지 오면서 죽인 괴물은 몇 명이지?
* 맞아, 1명!
* 너는 사람 죽이는 거에는 소질이 전혀 없다, 이거지!!
플라위가 사악한 목소리로 깔깔 웃었다. 남자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플라위를 바라봤다. 플라위가 웃음을 멈추고,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
* 그런데, 거꾸로는 어떨까?
* 학살에 소질이 전혀 없는 건 알겠지만...
* 거꾸로, 모두를 살려주면 어때?
* 이미 폐허의 괴물들은 다 친해졌으니...
* 토리엘 1명만 살려줄 수 있다면,
* 너는 불살 마스터가 되는 거야!!
플라위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플라위가 다시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 하,
* 할 수 있다면 말이지!!!
* 1명의 목숨 밖에 갖고 놀지 못하는 바보로 남던가!!
* 모두의 목숨을 살려주는 영웅이 되던가!!
* 니 가 골 라 .
플라위는 땅속으로 숨어버렸다. 남자는 홧김에 게임을 꺼버렸다.
"아니 뭔, 게임 주제에 사람을 존나 놀려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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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세이브를 하지 않고 게임을 끈 여파로 인해, 모든 일들은 시간선에서 사라지게 됐다. 죽었던 토리엘은 다시 집에서 살아난 것이었다.
C * 엄마!!!
차라가 토리엘에게 양팔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실체가 확실하게 존재하는 토리엘과는 달리, 차라는 영혼 그 자체였기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토리엘은 차라를 끌어안지 못하고 허공에 팔을 휘저었고, 차라는 그대로 반대편 벽까지 뚫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조금 뒤 벽에서 차라가 얼굴을 내밀었다. 마침 플라위가 바닥에서 나타났다.
C * 야 아스, 플라위!!
F * 어, 응?
차라가 곧장 플라위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C * 너 왜 칼을 엄마 방에 숨겨놨냐?!
F * 설마 거기까지 조사할 줄은 몰랐어!
C * 나 플레이어가 서랍에서 칼 주웠을 때 엄청 놀랐다고!
F * 미, 미안해!
플라위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C * 덕분에 엄마가 장난감 칼 휘두르며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되버렸단 말야...
T * 뭐라고 말을 했길래...?
토리엘이 벙찐 표정으로 차라를 바라봤다.
C * 아무튼, 플라위.
C * 네가 한 연기가 정말 효과가 강하긴 한 것 같지만...
C * 너무 강해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아예 꺼버리지 않았어?
F * 미안해...나쁜 캐릭터 연기한다는 게 너무 몰입해버려서...
C * ...그래, 옆에서 보고 있으니 괜히 짜증이 치밀어오르더라.
F * 고마워...아니 화내야 하나?
T * 그런데...만약 그렇다면...
T * 우리들은 플레이어가 돌아올 때까지, 멈춰 있어야만 하는 거니?
C * ...그렇겠네요...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쓸데없이 물 올랐던 플라위의 연기력 때문에, 그들은 지하세계에 다시 갇혀있어야 할 지도 몰랐다.
C * ...지금 이런 말 하기도 뭐한데 말야,
C * 엄마...과거로 돌아가기 전의 기억, 갖고 계시죠?
C * 그러니까...프리스크가, 플레이어가 엄마를...
T * 응...그렇지...
T * 아마, 네가 말한 폴스 리셋의 영향이겠지...?
C * 네.
F * 폴스 리셋은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파급력이 강한걸...
F * 뭐, 원인이 원인이니 그럴 만도 하지.
C * 프리스크...울고 있었지?
토리엘과 플라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F * 플레이어는 프리스크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지만...
F * 프리스크는 그 '토리엘을 죽인다'라는 행동과, '토리엘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F * 함께 착란을 일으킨 거겠지...?
F * 결과적으로 프리스크는, '나가려면 이럴 수 밖에 없다'라는 생각으로
F * 토리엘을 죽이려 한 걸 거야.
모두가 침묵했다. 토리엘이 웃으며 말햇다.
T * 자, 자...
T * 그동안 뭐라도 같이 하지 않으련?
T * 버터스카치 시나몬 달팽이 화전 파이를 만들어줄테니...
F * 꽃 앞에서 꽃을 요리로 쓴다는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T * 어머, 미안해!
T * 내 발언 때문에, 네 마음에..
T * 비수가 '꽃'혔나 보네?
정체 모를 침묵이 흘렀다. 토리엘은 예상 외의 차가운 반응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시선을 제대로 고정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거리던 토리엘은, 얼굴을 붉히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 때였다. 차라의 몸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C * ...돌아...왔어...
C * 플레이어가...!!
프리스크가 문을 열고 걸어들어왔다.
* 어서오렴, 아가야!
* 여기가 너의 새 집이란다!
토리엘은 인자한 미소로 프리스크를 맞이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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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손 겁나 겁나 겁나 미안해
저번에 차라 첫등장 때는 게임을 꺼도 그 장소에 있었던 건 게임 자체에 영향을 준 이벤트가 없었기 때문이고
이번에는 '토리엘의 사망'이라는 이벤트가 시간선에서 사라지고, 그게 복구되는 과정에서 토리엘이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아무튼 토리엘 편은 이걸로 완결
개인 사정으로 잠시 휴식을 택하겠어
잘보고 있다 잘쉬고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