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본이 너무 긴거 같아서 따로 올림.

합본 링크: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90492


#6 



 샌즈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창백한 하얀 피부에 분홍색으로 물든 귀여운 뺨을 가진 인간 소녀는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처럼 엷은 미소를 지으며 관 속에 누워있었다. 



 지하에 갖힌 괴물들은 오랫동안 지상으로 나가기를 꿈꿔왔다. 그렇기 때문에 하염없이 에봇산의 구멍에서 인간이 떨어지기를 기다려 왔다. 그것이 벌써 수십 년이다. 어떻게든 인간 6 명의 영혼은 모았다. 하지만 하나가 부족해서 괴물들은 지상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샌즈의 눈 앞에 인간이 있었다. 



 '……아줌마. 이거 정말 인간이야?' 



 토리엘은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왜 여기 있지?' 이어지는 샌즈의 물음에 토리엔은 '그건……' 하고 말을 흐렸다. 샌즈는 골이 아파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는지 울상이 된 프리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샌즈는 담배를 빼물었다. 마지막 한 개비였다. 빈 담배곽을 주머니에 넣고 불을 붙이자 혼란스러운 마음처럼 매케한 연기가 천장에 고였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 아줌마. 나도 인간 아이를 대리고 있어서 떳떳한 입장은 아니니까 자세히 묻지는 않을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남의 애를 납치하다니.' 



 토리엘은 말이 없었다. 샌즈는 그 정도로 사려깊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려다 잡혔으니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대답을 기다리는 짓이 바보같다고 생각한 그가 미간을 좁힌 그 때 돌연 프리스크가 샌즈의 바짓자락을 붙들었다. 



 '해골빠가지! 나 잡혀온 거 아냐!' 샌즈가 heh? 하고 얼빠진 소리를 냈다. 



 '있지있지! 염소 아줌마가 먹을 거 줬어! 똥그란 거미 도너츠랑 우유! 그래서 맛있게 먹었어! 염소 아줌마 나쁜 사람 아니야! 염소 아줌마랑 싸우지 마, 응?' 



 그 말을 들은 샌즈는 미심쩍은 눈으로 토리엘을 보았다. 조금 전 그녀의 행동과는 전혀 상반되는 프리스크의 말에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는 프리스크에게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 보라고 했다. 



 '자고 있었는데 아줌마가 와서 깨웠어. 도와줄 일이 있다고 했어. 도와주면 맛있는 거 준다고 해서 따라왔어.' 



 전형적인 유괴범의 패턴이었다. 맙소사, 샌즈는 프리스크가 그렇게까지 영리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샌즈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토리엘의 곁으로 갔다. '일단 천천히 설명해 주셔야겠어. 전부 다 말이야.' 이번에는 굳이 단검으로 위협하지 않았다. 한 쪽 안공에서 피어오르던 녹색 기운도 다시 사라졌다. 가능하면 평화적으로, 라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었다. 토리엘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채념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지하에서 나와 휴게실로 돌아왔다. 토리엘은 프리스크와 샌즈에게 따뜻한 물을 권했다. 그녀는 차를 대접하고 싶었지만 없다고 말했다. 샌즈가 자신에게 맡는 사이즈의 흔들의자에 앉았고, 그의 무릎 위에 프리스크가 앉았다. 토리엘은 벽난로 앞의 커다란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아이는 전쟁이 끝나고 떨어진 첫 번째 아이에요. 예. 저 아이는 영혼이 없어요. 그녀의 영혼은 지금 지하의 국왕 아스고어가 관리하고 있죠. 원래는 저와…… 제 남편이 함께 키웠어요. 우리는 그녀를 정말 사랑했어요. 우리의 아들과 똑같이 딸로 대해주었죠. 그렇게 행복하게 살 줄 알았어요. 하지만…… 결국 문제가 생겼어요. 지하의 치안이 엉망이 되고, 범죄와 고아들이 들끓게 되자 그 살인마…… 아스고어가 우리 아이를 죽이고 영혼을 수확했어요.' 



 토리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샌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지하에서 흔이 일어나는 비극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샌즈는 담배를 피고 싶었지만 한 개비도 없었기 때문에 애꿎은 손가락 뼈 끝만 물어뜯었다. 



 '미안해요 샌즈. 정말…… 이 아이를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그저, 그녀의 영혼을 조금 빌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조금이라도 우리 아가의 빈 영혼을 채워주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회복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당신도 보았겠지만 그녀는 영혼은 없지만 몸은 살아있는 상태거든요.' 



 거기까지 말하자 토리엘은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는지 벽난로 위에 있던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알아요.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용서받지 못 할 죄라는 걸. 하지만 저는…… 저는…… 제 아들도 죽고, 딸까지 잃으면 어떻게 하면 좋나요?' 



 마침내 그녀가 엉엉 울기 시작하자 홀에서 어린 괴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울지 마세요 선생님. 제가 더 열심히 공부할게요, 훌륭한 괴물이 될게요. 아이들의 말을 들은 토리엘은 더 큰 소리로 울면서 고아들을 끌어안았다. 어쩌면, 그녀가 힘들게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은 그녀의 자식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는지도 몰랐다. 



 '샌즈.' 



 응? 샌즈는 프리스크의 부름에 자기 무릎 위에 앉은 소녀를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을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을. 아이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여전히 토리엘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나, 그 언니를 도와주고 싶어.' 그녀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그 말을 들은 토리엘이 놀란 표정으로 프리스크를 보았다. 샌즈도 마찬가지였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꼬맹아? 영혼을 나누어 준다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그래도 할래. 프리스크는 말했다.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언니를 내가 도와줄 수 있다는 거지? 그럼 하고 싶어. 무조건 할거야. 뭘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다 괜찮을 거야. 프리스크는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샌즈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이제야 겨우 만든 소중한 인연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쉽사리 입을 얼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 정말로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럴 것만 같았다. 샌즈는 딱딱하게 굳은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그들은 다시 지하실로 내려갔다.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은 인간 소녀는 여전히 관 속에 있었다. 프리스크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긴장할 거 없단다. 금방 끝날 거야.' 토리엘이 프리스크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 위에 붉은색 하트의 형상이 떠올랐다. 형상에서 퍼지는 온기가 지하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영혼을 나누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토리엘은 그녀의 손톱으로 프리스크의 영혼을 조금 떼어내어 잠들어있는 소녀의 가슴 위에 올려두었다. 나눈다고 해서 많이 나누는 것도 아니었다. 겨우 1%나 될까 하는 작은 분량. 그것이 토리엘의 아이에게 깃들자. 아이가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영혼이 적어 당장 일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분명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샌즈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영혼을 나눈 직후 프리스크는 잠들었다. 영혼은 모든 생명의 힘의 근원이다. 1%라고는 해도 에너지로 따지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물론 프리스크가 깨어있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했다. 샌즈는 침대에 펼쳐둔 음식들을 조금씩 먹고 나머지는 훗날을 위해 보따리에 잘 쌓아놓고는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겨우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앞으로의 일들도 걱정이었다. 



 다음 날 아침 아직 자고 있는 프리스크를 업고 샌즈는 고아원을 나왔다. 토리엘은 좀 더 쉬었다 가도 된다고 했지만 안 그래도 힘든 시설에 짐을 늘리고 싶지는 않았다. 또, 한시라도 빨리 프리스크를 내보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폐허를 나가는 길은 고아원의 지하에 있었다. 그 문은 샌즈가 폐허의 바깥쪽에서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나가면 곧장 스노우 딘이었다. 그는 폐허의 문을 열었다. 



 'yo! 잠깐 기다려!' 



 폐허를 나가려 하자 어제 샌즈를 막아섰던 꼬마 괴물을 필두로 다른 고아들까지 우르르 몰려나왔다. 



 'yo! 어제는 미안했어! 그리고 고마워! 덕분에 원장 선생님이 웃게 되었어!' 



샌즈는 피식 웃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감사 인사는 자신이 아니라 프리스크에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큰 소리로 합창하듯 프리스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프리스크는 아직 잠이 덜 깨어 으응, 하고 뒤척일 뿐이었다. 



아이들은 샌즈와 프리스크가 폐허를 나서고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스노우딘의 청량한 공기가 가슴에 가득했다. 샌즈의 마음 속에 따뜻한 의지가 가득찼다. 



다 잘 될거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한 샌즈는 프리스크와 함께 앞으로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