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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이 죽은 지 내일이면 백 일이야, 하고 파피루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프리스크가 샌즈를 죽인 지 99일째 되는 날이었다.



파피루스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프리스크는 한쪽 눈을 감고, 숨을 세 박자정도 멈춘 다음에, 짝다리를 짚는다. 물론 그런 것들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 프리스크는 샌즈를 떠올려보지만 기억에 남은 것은 흐릿한 해골뿐이다. 결코 인간은 괴물이 될 수 없고 누군가 샌즈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프리스크는 파피루스의 집에서, 샌즈의 방에서, 어지럽게 널부러진 양말을 본다. 파피루스에게 남은 것이라고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샌즈의 양말 한 켤레가 전부다. 그러면서 그것이 파피루스에게는 전부다. 그러니 은연중에 프리스크를 책망하는 것도, 샌즈가 살아있을 때로 로드해달라는 말을 하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프리스크는 눈을 감는다.



샌즈가 죽으면서 프리스크의 로드/세이브 기능은 완전히 소멸했다. 지하의 균형은 무너지지 않았다. 샌즈는 죽었지만 파피루스는 남았기에. 파피루스는 모든 것을 짊어지기로 했다. 인간을 믿는 게 아니었어, 하고 말하던 목소리에는 여전한 떨림이 남아있었다. 프리스크에게는 그것이 "어이, 인간!" 하고 들떠서 외치던 목소리로 기억되어 있다. 그래서 슬프다. 이제 프리스크는 천천히 눈을 뜬다.



"인간! 나갈 준비해! 언다인이 기다리고 있다구!"


밖에서 파피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여전히, 파피루스는 프리스크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2

속죄란 무엇일까. 아스고어는 "미안해하는 것이야. 그리고 반성하는 거지." 하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프리스크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것으로는 샌즈가 돌아오지 않는다. 파피루스가 매일 밤 소리죽여 흐느끼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스고어를 비롯한 모두는 여전히 프리스크를 책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리스크는 파피루스에게 시간의 균열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샌즈를 죽이기 위해 몇 번이나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고, 그리고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파피루스는 대답했다. "괜찮아, 인간."



프리스크는 그것이 속죄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롯이 프리스크의 자신의 마음이 가벼워지길 바라서 한 말이었다. 그래도, 아무도 책망하지 않았다. 변한 것이라고는 냄새나는 양말이 주인을 잃었다는 것 정도였다.



프리스크는 여전하다는 말을 생각한다. 알피스는 여전히 언다인을 좋아하고 있고, 메타톤은 여전히 훌륭한 MC로 남아있다. 테미들은 여전히 등록금을 벌고 있고, 파피루스는 더이상 스파게티를 만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잖아."



파피루스가 말한다. 그러면서도 시선을 마주하지는 않는다. 이 거리는 영원히 멀다.



프리스크는 그릴비에 앉아 술을 마신다. 파피루스는 프리스크가 술을 마시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꼬맹이, 하고 부르는 샌즈의 목소리도 없다. 여기에서 프리스크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다. 샌즈를 죽이는 것마저도. 하지만 그건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샌즈를 되살릴 수도 없었고, 파피루스의 슬픔을 덜어낼 수도, 슬퍼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프리스크는 슬프지 않다. 그러기로 했기 때문에. 맥주잔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파피루스는 여전히 건배를 하지 않는다. 멋쩍은 손길이 다시 품안으로 돌아온다. "가끔은." 하고 파피루스가 말한다.



"형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프리스크는 파피루스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프리스크가 볼 수 있는 건 언제나 옆모습뿐이다.



"언다인이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했어. 그래, 형이, 죽었단 말이지, 하하."



파피루스는 이제 녜헤헤, 하고 웃지도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다는 듯이. 파피루스는 이어서 머리가 아프군, 하고 말한다. 좀 더 마시다 와. 파피루스는 그 말을 남기고 그릴비를 나선다. 그리고 이제 파피루스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내 동생이지만 정말 '골' 때리는 녀석이라니까, 하는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천천히 옅어지다가, 끝내는 사라지고 만다. 프리스크는 맥주를 들이켠다. 그리고는 허공에다 잔을 들이민다.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