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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파피루스는 어른이었다. 한 번도 칭얼거리지 않았고, 샌즈의 양말을 보며 감상에 잠기지도 않았으며, 술조차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백 일째, 형인 샌즈가 죽임을 당하고 나서 꼭 백 일이 흘렀을 때였다. 프리스크는 평소처럼 샌즈의 방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한 통의 쪽지를 발견했다.
프리스크는 미간을 구겼다. 그간 퀴즈를 한 번도 내지 않은 파피루스가 어째서. 파피루스다운 퀴즈이긴 했다. 각 글자를 조합하면 이제 끝나. 그리고 뒤에는 급하게 지운 흔적이 있었다. 일부러 그랬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프리스크는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왠지모를 섬칫함을 느꼈지만 우선은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자 여느 때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어쩐지 뼈 사이로 스며드는 기분이다. 프리스크는 옷을 단단히 여미고 스노우딘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파피루스, 하고 소리를 쳐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정도가 아니었다. 스노우딘에 있는 소리는 모조리 사라진듯, 프리스크의 목소리만 눈 사이를 방황했다. 이건 마치
샌즈를 죽일 때의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또 달랐다. 스노우딘 상점에는 쪽지가 없었고, 물건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아니, 스노우딘 전체에 생명체가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프리스크는 전화를 꺼내 언다인에게 걸었다. 통화음은 계속 이어졌다. 뚝. 전화가 끊어졌다. 프리스크는 인상을 쓴 채로 아무 곳에나 걸터앉는다. 파피루스는 전화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번에는 알피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계속 이어졌다. 뚝. 전화가 끊어졌다. 프리스크는 거세진 추위에 몸을 움츠린다.
프리스크는 쪽지를 다시 편다. 그리고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건 퀴즈도, 뭣도 아니다. 그저 남기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프리스크가 쪽지를 다시 집어 넣으려는 찰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맹이."
"잠깐, 뒤돌아보지는 말고."
샌즈가 말했다. 쓴 침이 넘어갔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지."
샌즈는 말했다. 낮은 목소리였다. 프리스크의 몸이 저절로 돌아갔다. 마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리고, 샌즈는, 아니,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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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는 거기에 서있었다. 분명히, 파피루스가. 그러나 분명히 샌즈의 표정을 하고서.
"이제와서 반갑다고 하기는 그렇지."
"샌즈."
샌즈의 표정을 읽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파피루스였으므로. 그러나 알맹이는 샌즈일 거라고, 프리스크는 직감했다.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차마 입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마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파피루스의, 샌즈의 검은 눈동자가 프리스크를 응시했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그것도 파피루스의 몸으로. 프리스크는 뒷말을 삼켰다. 그러나 샌즈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까닥였다.
"그 질문은 이상하지, 꼬맹이. 네가 죽인 게 누구였는지는 기억하고 있어?"
"뭐라고?"
샌즈가 피식 웃었다. 프리스크는 미간을 찡그렸다. 눈 앞에 있는 건 분명히 파피루스다. 분명히 샌즈를 죽였고, 로드와 세이브를 반복하면서, 그러니까, 정말로 죽였던 건 샌즈였나? 프리스크는 고개를 조금 내리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차가운 숨결이 몸 속에서 천천히 빠져나갔다.
"이제야 좀 알겠다는 표정이군."
샌즈가 말했다. 차가운 목소리였다.
"몇 번이나 불러올 수 있었을테니, 몇 명이나 죽였는지 셀 수는 없겠지. 그리고 누구를 죽였는지도. 아아니, 어쩌면 아무도 살리지 않았을지도."
프리스크는 지난 구십 구 일을 떠올렸다. 파피루스가 한 번이라도 파피루스인 적은 있었나? 아, 하고 프리스크가 목소리를 냈다. 구십 구 일간의 퀴즈였다. 그리고 프리스크는 그 퀴즈를 맞추지 못했다. 그건 기회이기도 했을 것이다. 상처를 받은 것은 파피루스뿐만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구십 구 일동안 샌즈는 파피루스 흉내를 내고 있었고, 방바닥에 널부러진 자신의 양말을 보았으며, 파피루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흐느꼈다.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했던 걸까. 프리스크는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프리스크가 어떻게 세이브와 로드 능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샌즈는 프리스크를 바라봤다.
프리스크도 샌즈를 바라봤다.
"그 전화는 이제 쓸모가 없을 거야." 하고 샌즈가 말했다. 프리스크는 물었다.
"내가 눈치를 챘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뭐, 녜헤헤, 하고 웃었을지도 모르지."
"거짓말."
샌즈는 먼 곳을 응시한다. 그러다가 다시 시선을 당겨온다.
"아마 다시 불러왔을테지. 그리고 자비를 베풀기를 권유했을 거야. 뭐, 사실 그런 건 불가능하지만."
샌즈는 그렇게 말하고 숨을 삼킨다.
"그리고, 세이브와 로드를 할 수 있는 건 너뿐만은 아냐. 사실은 모두가."
샌즈는 거기에서 입을 다문다. 프리스크가 입술을 깨문다.
"샌즈."
"아니, 이제 샌즈는 없어. 그리고 파피루스도. 여기에 남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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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뿐이야. 샌즈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프리스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거기에 있는 건 프리스크뿐이었다. 파피루스의 집에서, 샌즈의 방에서, 프리스크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럴 필요도 없었다. 스노우딘에는 아무도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스노우딘뿐만은 아닐 터였다. 이 지하세계에 남은 건 프리스크뿐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프리스크는 외투를 입는다. 문을 열자 공허한 바람이 프리스클 막아선다. 프리스크는 한 벌뿐인 외투의 단추를 잠근다. 여전히 지하세계는 춥군, 하고 프리스크가 쓸쓸하게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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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고 싶은 건 있었는데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세계관은 처음에 썼듯이 '샌즈가 죽은 이후의 세계'이고, 어떤 이유로 죽은 것은 샌즈가 아니라 파피루스. 즉 파피루스의 몸에는 샌즈의 영혼이 남았고(알피스가 괴물의 영혼으로 연구하던 걸 떠올렸는데, 글에 직접 드러내지는 못했다) 샌즈는 그간 파피루스 행세를 했던 셈. 그리고 백 일째, 샌즈는 <속해있는 세계에서 프리스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로드>하면서 프리스크를 혼자 남겨두게 만들었다.
그런 설정인데 다음에는 좀 더 잘 표현해보겠음... 읽어줘서 고마워.
+ 포토샵을 못 써서 쪽지 내용은 PPT로 만듬;;
+ 사실 모든 괴물이 세이브와 로드를 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바꿨음 흑흑 좀 더 치밀하게 만들걸
아참 분위기 갑자기 바꿨는데 왠지 프리스크도 불쌍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그랬음 프리스크 나쁜넘
호엑 그건 알겠는데 그럼 샌즈가 어떻게 세이브로드를 쓴거임? 능력이 옮겨갔나?
악 그러네 그걸 납득할 만한 설명을 넣었어야 했다 ㄳㄳ 글 다시 고쳐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