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만큼 찾아오는 이도 많았던 게임, "언더테일"은 지하로 떨어진 한 인간 아이와 지하에 같혀있던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도 죽지 않아도 되는 상냥한,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가 진행되는 참신하고 자유로는 게임성으로 극찬을 받은 게임이지만, 모든 게임의 운명이 그렇듯이 언더테일도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잊혀져갔다.


에봇 산은 찾아오는 이가 더이상 없더라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리고 그 지하에는 아직까지도 지상으로 나오지 못한 괴물들이 살고 있었다. 정확히는, 탈출은 했었지만 어떠한 강제적인 힘에 의해 수없이 탈출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해왔던, 끝끝내 나가지는 못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했다. 그들의 삶은 무한했고, 정확히는 나이를 먹는다 개념이 없기 때문에 수명의 제한이 없는거지만, 그들의 곁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프리스크는 아니었다. 그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였고, 세월은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그 아이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스노우딘의 눈보다도 하얗게 변할 때 까지 자신의 친구들과 살았다. 먼 옛날, 자기 자신이 가진 의지보다 더 강한 의지의 힘을 가진 이가 나타나 자신을 조종하며 본인의 손으로 잔인하게 친구들을 죽여야만 하게 만들었던 존재가 그들의 마음에 깊게 새겨놓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며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은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로 자신의 친구들을 기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갔고, 섭리는 잔인했다. 프리스크는 인간이었고 인간은 수명이 제한되어 있었다. 이제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더이상 폐혀라고 불리지 않는 - 아스고어가 이제는 또다른 집 이라고 부르는 - 프리스크의 제 2의 고향과도 같은 집에서 토리엘의 지극정성한 간호를 받았지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프리스크가 더이상 자신의 친구들과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 프리스크는 자신의 오랜 친구 차라가 괴물들의 곁을 떠나야만 했을 때와 같이 만약 자신이 영영 떠나버린다면 모든 괴물들이 자신을 잊지 못하고 슬퍼할것을 염려했다. 그리고는 프리스크가 가지고 있지만 자기의 친구들을 위해 한번도 쓰지 않았고 쓸 생각조차 없었던 의지의 힘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간선을 돌리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나는 괜찮겠냐고 네게 물었다.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말을 하는것 조차 힘겨워진 프리스크를 위해 차라가 대신 프리스크의 생각을 읽어주었다.


*너는 고맙다고 하려고 한다.

*나는 천만해, 라고 대답할것이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프리스크는 미소를 지었다. 차라가 한 말 때문이기도 하지만, 갑자기 어렸을 적의 기억이 떠올라서였기도 했다.


*너는 당신이 어렸을 때를 회상한다.

*언젠가, 네가 인간으로 치자면 막 성인이 되었을 때 였다.

*너는 네 친구들에게 당신이 더이상 나이를 먹는것이 싫다고 말하였다.

*키드처럼, 너도 영원히 아이로 남고싶었다고 말하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는 더 나이를 먹었을 때 생길 주름이며 흰 머리등을 친구들이 보는것이 싫었다.

*그러나 당신의 친구들은, 그런것은 전혀 상관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너는 지금 한 명의 늙은 인간이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프리스크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점점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깊은 어둠에 잠긴 밤, 창문 밖에서는 반짝이는 돌들이 별들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당신은 당신의 의지를 사용했다.


프리스크는 영혼의 힘을 이용하여, 새로운 존재를 만들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아이.

인간의 영혼과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법으로 이루어진 몸을 가져 나이를 먹지 않을 아이.

언제까지고 당신의 친구들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아이.


영혼을 담을 그릇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하세계는 마법으로 가득찬 곳이었고, 언젠가 도서관에서 읽었던 새로운 괴물이 태어나는 법을 응용해서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면 됐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너는 고민하는 듯 하다.

*너는 치스크 라고 말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너는 이곳에 오래 머무르면서 아스고어의 작명센스를 닮은듯 하다. 가엾게도.


프리스크의 입에서 작게 바람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것을 보아 웃는듯 했다.

프리스크는 치스크가 자신의 빈 자리를 채워주기를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너는 깊은 잠에 빠졌다.

*편안한 느낌이 당신을 감싼다.


*잘자, 파트너.


프리스크의 몸이 발끝부터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프리스크가 누워있던 침대에는 프리스크와 차라를 반으로 섞어놓은듯한, 이름조차 그들의 이름을 섞어놓은 아이가 침대가 불편한듯 얼굴을 약간 찡그린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