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요약 : 언갤럼. 멘탈 깨짐. 토리엘 졸지에 무민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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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했다면, 나는 나를 숨어서 지켜보는 해괴한 몰골의 누군가에게 선뜻 도움을 청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반쯤은 포기했고, 나머지 반쯤은 적응해버린 마인드가 나에게 그런 짓을 허락했다.
"어디 사는 누구신지는 모르겠는데..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
무민..아니 이제보니 염소 같기도 한데 어쨌든.
눈 앞의 하얀 털복숭이는 시선처리가 영 불안해보였다.
나하고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휑뎅그렁한 복도에 을씨년스럽게 배치된 기둥 뒤에 숨어서 날 지켜보는 걸로 봤을 때, 이유가 뭐였던 간에 그게 제대로 된 이유일 것 같진 않았다.
그 사실이 나에게 말을 이어갈 의지를 불어넣었다.
"여기저기 다쳐서.. 지금도 피가 멈추질 않거든요."
"아! 아.."
상대는 내 부상을 보고 안그래도 치켜올린 눈썹이 더 올라갔다.
그리고 마치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듯이 심호흡을 했다.
그 일련의 동작에서 나는 형용할 수 없는 무게감을 느꼈다.
"더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나와 함께 내 집으로 가도록 해요."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톤의 여자 목소리였다.
마치 등을 토닥여주는 듯한..
내가 그 목소리에 담긴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는 사이, 무민은 다짜고짜 나를 들쳐업었다.
ㅇ악! 내 다리! 탭!! 탭!!
씨발 그 쪽 다리 다쳤다고!!
아 이 미친 놈년아아!!
나는 양 다리를 버둥거렸다.
하지만 힘이 빠진 탓에 물에 젖은 빨래처럼 흐느적거리는게 고작이었다.
"나는 토리엘, 이 폐허를 지키는 수호자입니다.
많이 혼란스럽겠지만 지금은 나를 믿고 의지해주세요."
어부바에 이은 뜬금포 자기소개가 날 벙찌게 하려는 토리엘의 계획이었다면, 그 계획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한 번 상대방 페이스에 말려들어버리면, 거기서 헤어나오길 포기하면서 상황에 순응하게 되거든..
자세가 안정되면서 다리의 고통도 버둥거림도 잦아들었고, 나는 좀전의 나사빠진 평정을 되찾았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인형탈을 뒤집어쓰고 있는지..아니 이게 인형탈이 맞긴 한건지..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는 거부감과 냉기를 거두려면 그런 질문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상대의 호의를 의심한다는 표시이기도 했고,
다 큰 남자를 무리없이 들쳐업을 정도로 힘이 센 여자라면 변심했을 때 나 같은 부상자는 너끈하게 처리해버릴거란 계산이 있었다.
물론 목소리를 제외하고 이 인물의 그 어느 부분도 나로 하여금 그녀를 여성으로 정의해주진 않았지만, 느낌이란게 있다.
그리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ㅈ된다...
결국 나는 질문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죠?
토리엘은 내가 가려던 방향으로 빠르게 걸었다.
머리에 달린 뿔 때문인지 그녀는 고개를 돌리거나 하지 않고 앞을 본 채 내 질문을 받았다.
"보시다시피 이 곳은 폐허입니다.
이래뵈도 옛날엔 이곳도 다른 이들의 보금자리였답니다.
지금은 이렇게 함정과 수수께끼만 남아 고적하지만.."
"함정이라니.. 뭘 상대하기 위한 함정이죠?"
그녀의 몸이 일순간 굳었다.
내가 그냥 넘어가려고 다른 화제를 꺼내려는 순간 그녀가 답했다.
"인간.. 인간을 막기 위한 함정이에요. 모두."
"당신은.. 뭐죠?"
이제 토리엘은 완전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천천히 목을 돌려 나에게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본다.
인간처럼 동그랗지않은, 가로로 납작하게 찢어진 동공을.
'인간이 아니야..?'
이해한다는듯, 슬픈듯 지친듯 복잡한 감정이 읽혀지는 괴물의 눈이 감기고 다시 앞을 향한다.
시간도, 토리엘의 움직임도, 내 사고도 한없이 느려졌다.
그야,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
부처도 귀신도 모두 사람 안에 내재되어있다고들 하지.
하지만 인간을 막기 위한 함정이라는 표현은, 그리고 그걸 입밖으로 내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그녀의 정체는..
마치 나는 인간이 아니라고 암시하는 듯한 그 말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사실 무민? 염소? 털복숭이? 여러가지 호칭으로 애써 바꿔서 표현해왔지만,
그래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칭 토리엘이라고 하는 이 존재를 인형탈을 쓴 인간 쯤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그 눈은.. 사람의 동공은 그런 모양이..
난..난..
나는 사람 말을 하는 커다란 염소 닮은 괴물에게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밖에 결론이 안났다.
"..두렵지요."
나는 본심을 찔려 움찔했다.
그런 나를 지탱하고 있던 토리엘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갔다.
"두렵지요. 그게 우리 둘의 공통점이에요."
그녀는 다시 발을 내딛는다.
적막한 폐허에 울리는 것은 그녀의 목소리와 바닥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뿐.
"두려움은, 계속 이렇게 품고만 있으면 괴롭고 진정이 되질 않아요.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하고, 그렇게 하는게 자연스러워요.
그래서 누군가는 함정을 만들었고, 수수께끼를 남기고, 그 뒤에 숨어서 평화를 기도했어요.
다른 누군가는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폐허의 수호자를 자청했고,
매일 폐허 어딘가에 인간이 있는건 아닌지, 그래서 괴물과 인간이 서로를 해치지는 않을지 순찰을 돌았지요.."
"..."
"..당신 역시 두려워하고 있죠.
나와 이 폐허, 아마도 당신에겐 상식 밖의 개념인 괴물 그 모두를..
당신도 이 두려움을 걷어내고 싶을 거고, 뭐든지 하려고 할 테지요.
나 역시도 그건 마찬가지랍니다."
"..."
"다만 나는 두려움에 휩싸여 서로 해치는걸 묵인할 수는 없어요.
사실 이곳의 괴물들은 정말로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리기에는 너무 여려서,
낭떠러지 밑에 낙엽을 깔고, 자기 몫을 아껴서 사탕을 모아다 두고, 함정도 쉬이 해제할 수 있는 함정 밖에는 만들지 못했죠.
당신도, 이곳의 괴물들도 서로 싸우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치료하고, 보살피고, 지킬 겁니다.
이건 당신이 나에게 도움을 청하던 그 순간부터 이미 결심했던 거에요."
"토리엘."
그녀는 다시 고개를 뒤로 돌려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러니까.. 지금은 안심하고 힘을 아껴줄래요?
당신 정말 피를 많이 흘렸어요. 이야기는 나중에 차차 하기로 하고..
지금은 한숨 자요. 인간."
"토리엘.. 아까부터 내가 부탁하려던게 그거에요..
말 좀 그만.."
이번엔 그녀가 벙찔 차례였다.
그녀는 콧구멍까지 커져서는, 천천히 그 표정 그대로 발걸음을 떼었다.
아, 마침내.. 이제 좀 조용하네.
가만히 듣고만 있느라 오그라들어서 죽는줄 알았다.
분위기라는건 술 같은 거라서, 적당하면 취할 수 있지만 과하면 역겨워지는 성질이 있다.
첫 만남부터 이 모양이니 앞으로 주의해야겠다.
토리엘은 말이 너무 많아.. 무슨 일장연설이 패시브 스킬로 달려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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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있다.
원래 팬픽이 다 그렇지 뭐. 그래도 재미있어서 기대하는 중이다
마지막에 몇 마디가 작자의 말처럼 들렸나보구나.. 본문에 그런거 안넣을거야.. 수정했다..
죽기 직전이라서 그런건가 원래 성격이 저런건가 말 많다고 돌직구 날리는 갤럼보솤ㅋㅋ
언갤러 시크한것보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