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의 시작은 순전한 어린아이의 장난이었다. 도박꾼들을 피해 나무들 틈에 숨은 샌즈는 몰려오는 피로감에 잠시 눈 좀 붙인다는것이 깊은 잠에 빠졌고, 그래서 금이 간 샌즈의 두개골을 발견한 한 무섭도록 순수한 아이 하나가 그것이 \"망가진 것\" 이라고 생각하고 제 집에서 강력접착체를 들고와 잘 붙기를 바라며 머리에 쏟아부은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아으...\"

샌즈는 머리가 활활 불타오르는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혹시 저를 발견한 누군가가 어딘가의 지하실로 끌고가 불로 머리를 지진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뿌연 눈을 부비고 나서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평화로운 풀숲 뿐이었다. 그러나 선명한 시야는 오래가지 않았고, 금새 다시 눈앞이 뿌얘지곤 했다. 게다가 어디선가 풍겨오는 지독한 냄세가 마치 누군가 제 머릿속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을 때 마냥 울려대서 더욱 어지러웠다.

\"뭐야 이거.. 왜이러는..\"

결국 샌즈는 차디찬 흙바닥에 제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곧 머리에서부터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이 점점더 강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느낌에 간신히 손을 들어 화기의 시작점, 언젠가 생긴 홈을 만져보자, 얇은 비닐막 같은것이 떨어져나왔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가 없었으나, 바로 옆에 아직 굳지 않은 뭔가를 만지고서는 누군가가 제 머리에 본드를 들이 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두개골 전체에 흘러내리고 파인 홈에 가득히 고일 정도로.

이런 젠장.

나지막이 내뱉은 욕지거리가 머리에서 웅웅 맴돌았다. 귀도 없건만 울려오는 이명은 샌즈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개구장이 하나가 벌인 일이라는것은 꿈에도 모른 채, 누가 이랬을까, 왜 이랬을까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는 샌즈는 곧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으.. 흐..\"

머리는 깨질것 처럼 아파왔고, 몸은 점점 더 달아올랐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강력접착제가 손에 묻었다가 화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것만 같았다. 샌즈는 접착제가 뼈에 닿아도 뜨거워지는구나, 하는 웃기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곧, 이런저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졌다. 눈앞은 온통 뿌옇게 흐려졌다. 고통은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어느새 샌즈는 제 몸에 붙은 불이라도 끄려는 마냥 흙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흙의 차가운 기가 열기를 조금 식혀주는가 싶다가도 반대쪽이 불타올라 구르기를 멈출수가 없었다.

\"흐으윽, 윽..\"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그저 간간히 새어나오는 욕과 신음소리만이 그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었다. 온몸이, 모든 뼈가 녹아내릴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인 샌즈는 마침내 제 정신이 아닌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우주가 펼쳐졌다. 검은 바탕에 하얗게 박힌 점을 따라가다보면 검고 흰 것들이 눈앞에서 꾸물거리고, 그러다가도 온통 초록색인 화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파란 점들이 퍼져나가다 갑자기 체스판같은것이 늘어지기도 하였고, 그러다가 다시 우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파, 파피- 하아..\"

끔찍이도 싫어하는 이름이었지만 우습게도 이 순간에 생각나는 이름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어느새 타액을 질질 흘려대는 입에서 파피루스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제발, 샌즈는 마음속으로 애원했다. 제발 이 느낌을 어떻게좀 해 줘. 뜨거워서, 너무 뜨거워서 미쳐버릴 것 같아. 정신이 어떻게 되어버리는것 같아.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온것은 떨리는 신음 뿐이었다.

아직 굳지 않은 본드는 계속 머리에서 찬찬히 흘러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