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너를 상처입히기엔 너무 겁이 많다.
그건 남에게도 마찬가지라, 남을 상처입히기엔 너는 너무 겁이 많다. 너를 상처입히기 무서운만큼.
송곳을 쥔 손이 힘을 너무 쥐어 부들부들 떨렸다. 투명한 초록색 플라스틱 손잡이의 홈에 손바닥 살이 비집고 들어가 간간히 고통을 전한다. 가려진 창으로 흐릿하게 비쳐들어오는 빛에 날카롭기 짝이없는 송곳의 끝이 반짝였다. 한껏 쳐들은 팔이 아플 정도로 떨려댄다.
흐, 하고 호흡을 가다듬지 못해 제멋대로 빠져나간 너의 숨소리가 거칠다. 턱뼈가 딱딱 부딫히는 소리가 이명이 되어 뇌를 헤집고 있었다. 다리의 근육이 아플 정도로 경직되어있다. 이 팔이 내려쳐지면 어디에 송곳이 박힐지 잘 알기에 그런 것이다. 너는 이를 악물었다.
그냥, 쉽다. 넌 팔에 힘을 줄 필요도 없이, 지금 들고있는 이 팔을 인형의 실을 끊듯 툭 던져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극히도 자연스럽게 중력에 의해 송곳은 허벅지에 꽂힐 것이다. 꽂히는 고통은 한순간이며, 그 후의 일은 네가 알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 간단한 일을 못하는 것이다. 들어올린 팔의 힘을 푸는 것조차 못해 팔이 저리 경련하는 것이다. 송곳을 쥔 손은 이제 피가 통하지도 않아 저릿저릿했다.
네가 어제 편의점에 들려 사온 얼음송곳은 정말 날카로웠다. 보는 것만으로도 헛구역질이 일어날 정도로.
치켜들었던 팔이 천천히 내려졌다. 여전히 팔 근육이 간헐적으로 떨리며 경련한다. 뾰족한 송곳의 끝이 옷자락을 스치며 나는 지- 이- 익- 소리가 소름끼친다.
눈꺼풀이 너무 차갑다. 아니, 눈이, 안구가 너무 뜨겁다. 안구 안쪽이 모조리 눈물이라도 된 양 뜨거웠다. 천천히 감은 눈 아래, 한줄기 눈물이 피부를 가로질렀다. 너는 턱이 시큰하게 아파올 정도로 입을 꾹 다물고 목 너머로 울음을 삼켰지만, 눈마저 눈물을 삼킬 수는 없었다.
땡그랑, 바닥으로 송곳이 떨어졌다.
그리도 겁쟁이인 것이다. 고작 다리 한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상처 하나를 그리 두려워하며, 매일 팔을 들어올렸다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시 내리는 것일 뿐이다.
너는 천천히 허벅지를 쓸었다. 하얗게 드러난 살결이 차갑다.
너는 결국 주저앉아 눈물만을 흘렸다.
이건 네가 너무 겁이 많았던 시절의 얘기였다.
* * *
너는 오늘도 익숙한 무기를 손에 들었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의 쇠파이프는 언젠가 네가 코어에서 뜯어온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폭팔이 일어났지만 너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선다.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면 검붉은 색으로 더러워지는 것은 신발 밑창에 묻어있는 피를 딱히 지우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다.
네가 지하의 괴물들을 죽이기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났다. 너는 눈을 뜨면 집에서 나가 괴물들을 죽이고, 질렸다 싶으면 돌아와 네 살을 뜯는 것을 반복했다. 너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네 살을 흉기로 쑤실 수 있게 되었다.
희끄무리한 눈 위로 어제 네가 살을 깎아낸 다리에서 피와 살점이 뚝뚝 떨어져내린다. 조막만한 덩어리의 살점이 눈 위로 얹혀짐과 동시에 눈은 빠르게 녹아내려 붉게 자취를 감췄다. 네 허벅지는 깊게 패인 상처가 손바닥만하게 있었고, 피는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어쨌거나 너는 쇠파이프를 눈 위로 직직 끌며 걸음을 옮겼다. 상처로 와닿는 눈송이들을 신경쓰기엔 네 몸엔 상처가 너무 많았다.
팔의 뼈가 두 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왼손목의 상처에서 피가 흘러넘쳐 쥐고있는 쇠파이프까지 타고내려가 끌리는 궤적대로 붉은 선을 남기고있고, 목의 긁어내린 자국에서 피가 배어나와 옷을 적신다. 아마 네 손톱 사이에는 아직도 목의 살점이 끼어있을 것이다. 껍질깎이로 깎아내린 오른다리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고, 왼발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송곳으로 찌른 구멍에서 검붉은 액체가 솟아오른다. 쇠파이프를 움켜쥔 왼손의 손가락 하나는 어디갔는지 너는 모르고, 삐딱하게 비뚤어진 머리의 사라진 눈 한쪽이 어디있는지 역시 너는 모른다.
너는 고통에 무감각해지지는 않았지만, 멀쩡한 정신으로 눈을 뽑아낼 수 있었다. 물론 그 후에 뽑은 눈이 어찌되던지는 네가 알 바 아니였겠지.
한쪽 시야가 사라지자 고개는 자연스레 삐뚤어진다. 감긴 눈꺼풀 아래, 피가 사선으로 한줄기 흘러내렸다.
지금 네 모습은 싸구려 할로윈 분장 같았다. 아이마저 손가락으로 널 가르키며 가짜 피라고 소리칠 수 있을 정도로 싸구려인 분장.
그러나 넌 네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는 이것이 가짜피가 아닌 케챱이라고 해도 별 상관 없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쇠파이프가 끌리는 그- 그- 극- 소리가 선명하다.
넌 지금 숨어있는 괴물들을 찾고 있었다. 네모난 기계 연예인 나부랭이가 널 상대로 시간을 끄는 동안, 그걸 만든 왕실 과학자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는 괴물들을. 그러나 넌 아직 왕실 과학자의 노란색 꼬리 끝조차 보지 못했다.
눈이 쌓인 곳은 벗어난지 오래였고, 넌 어느세 습기찬 땅에서 절절 끓는 용암이 가득한 땅으로 넘어왔다. 네 집은 눈 덮힌 곳에서 가장 큰 집이었으니 필현적으로 이렇게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죽인 형제들의 집을 쓰는 것은 비인간적인 일이겠지만, 너는 아무래도 상관 없을 것이다. 너는 노을진 복도에서 심판자를 죽인 후부터 계속 그 집을 사용했으니까.
너는 과거 심판자를 죽인 후, 그대로 앞으로 향해 소위 말하는 엔딩을 보지 않았다. 너는 소복하게 쌓인 피섞인 먼지에서부터 그대로 뒤돌아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네가 미처 죽이지 못했던 괴물들을 찾아 죽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네 의지였으며, 아무도 너를 말릴 수 없었다.
넌 왔던 길을 되짚으면서 코어에서 쇠파이프를 얻었고, 코어를 폭팔시켰다. 괴물들은 이제 전기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네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넌 너에게 조금 도움이 되는 일을 한 것이다. 어찌되었던 너는 그걸 지- 익- 직 끌고다니며 네 시야에서 도망간 괴물들을 찾아내 죽이기 시작했다.
네가 한 것이 몰살이라고 불려도, 그건 단지 네 앞으로 찾아오는 괴물들을 전부 죽인 것에 불과할 뿐 모든 괴물을 죽인 것은 아니였다. 몰살 이라고 불리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그래서 넌 정말로 몰살을 시작했다. 우선 넌 폐허로 다시 돌아가 폐허부터 숨어있던 괴물 하나 남김없이 죽였다. 폐허의 숨겨진 퍼즐을 풀고 벽을 뜯어 숨어있던 괴물들을 모조리 죽인 다음 스노우딘에 도착했지만, 지친 나머지 네가 죽인 해골의 먼지더미에서 나온 열쇠로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었다.
넌 그 집에서 처음으로 자해에 성공했다.
쇠파이프로 부순 문짝 너머 있었던 서랍장에서 찾은, 은열쇠와 같이 들어있던 주머니칼로,
넌 너의 다리를 내리찍었다.
과도하게 들어간 힘에 박힌 칼날이 삐질삐질 위로 그어졌다. 일직선으로 주욱 난 상처로 피가 콸콸 쏟아졌지만, 너는 웃었다. 넌 너의 겁보다 의지가 세다는 것을 확인했다.
너는 그동안 너무 많이 살해당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상처입히기가 무서워 최소한의 방어만을 할 뿐, 그 이외의 것은 하지 않았다.
넌 남을 상처입히기 무서운 만큼 상처입기 무서웠고, 결국 네가 입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타인을 상처입히는 두려움보다 커졌을 때, 넌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건 의외로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았으며, 붉지도 질척이지도 않았다. 그건 너의 죽음보다 한없이 가벼웠다. 네 죽음의 공포는 그들의 죽음보다 더 무겁고, 붉고, 질척인다.
너는 이제 죽음이 무섭지 않다. 네 죽음만큼 무서웠던, 타인을 상처입히는 것도 무섭지 않다. 두 개는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은 즉 하나의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하나의 가치 또한 떨어진다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죽음 끝에 네 죽음의 가치는 낮아졌고, 그만큼 다른 이의 목숨도 가벼워졌다.
그들은 너를 너무 많이 죽였다.
넌 그 후로부터 간혹 미친 아이처럼 네 살을 도려내는데 집중했다. 살코기처럼 발라낸 네 다릿살 사이로 드러난 뼈 두 개를 보는 건 네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넌 네 손가락 뼈가 해골형제의 것보다 얇다는 것도 알았고, 거울에 비춰보지 않고도 네 왼눈의 눈동자 색을 보았다. 어렸을 때 들었던 괴담의 귀신처럼 입을 잘라보기도 했고, 네 손에 비해 굵은 파이프를 쥐기 편하도록 손가락 하나를 잘라내기도 했다. 네 몸에서 붉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넌 어쨌거나 죽음보다 네 의지가 더 세다는 것 또한 알았다.
넌 용암의 열기에 피가 굳는 것을 느끼며 앞니를 드러내는 미소를 지었다. 핏덩이가 들러붙은 이빨이 용암의 붉은 빛에 비쳐 섬뜩하다. 너는 지금 왕실 과학자의 기묘한 실험실에서, 화장실의 벽 한쪽이 다른 쪽보다 얇다는 것을 알았다. 피가 줄줄 흐르던 파이프가 벽을 탕탕 두드리며 벽에 빨간 점을 몇 개 남긴다.
너는 파이프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휘둘렀다.
탕!
총이라도 쏘는 양 커다란 소리와 함께 일격에 벽이 휘어졌다. 나무판자 같은 것을 겹겹이 덧대어놓은 듯, 네가 발로 밟자 더 휘어지더니 찣어지듯이 부서진다. 넌 그 사이로 안을 엿보았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너는 아무 망설임 없이 틈새로 몸을 집어넣는다.
발을 딛는다, 싶더니 아무것도 디뎌지지 않은 몸이 훅 아래로 추락했다. 넌 떨어지는 와중에도 쇠파이프를 꾹 쥐었다. 너는 죽음보다 너의 의지가 세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다.
쾅! 하고 추락은 끝났다. 등에서부터 가해지는 충격에 너는 피를 토했다. 등의 뼈가 조각난 것이 느껴진다. 부러진 목뼈가 겉의 피부를 뚫고 나와있다.
너는 섬찟한 고통에 잠시 경련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부러진 척추가 내장을 쑤신다. 입 안으로 피가 고이는 것을 찣어진 볼은 담지 못하고 밖으로 고스란히 내보냈다.
너는 몸을 옆으로 굴려 일어났다. 살을 뚫고 나온 목뼈조각은 그냥 밀어넣어놓았다. 너의 의지는 뼈나 장기 나부랭이보다 강하다.
너는 지금 괴물들의 마지막 피신처를 찾았고, 그건 고작 추락이나 뼈의 손실따위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였다.
그- 그- 극. 여전히 쇠파이프는 바닥을 긁는다.
그- 그- 극
그- 그- 극
그- 그- 극 ...
퍽.
너는 EXP를 얻었다.
뉴비라 가입인사글 대신 3,634자 프리스크 자해하는 글을 던져봤어
여긴 글 효과 모바일로 못 넣는구나... 효과 넣었던거 다 없어졌네
원랜 좀 더 긴 13000자짜리 올리려고 했는데 도대체 금지단어가 시발 뭔지를 알아야지 컴퓨터도 맛 가서 빡치는데
From DC Wave
그건 남에게도 마찬가지라, 남을 상처입히기엔 너는 너무 겁이 많다. 너를 상처입히기 무서운만큼.
송곳을 쥔 손이 힘을 너무 쥐어 부들부들 떨렸다. 투명한 초록색 플라스틱 손잡이의 홈에 손바닥 살이 비집고 들어가 간간히 고통을 전한다. 가려진 창으로 흐릿하게 비쳐들어오는 빛에 날카롭기 짝이없는 송곳의 끝이 반짝였다. 한껏 쳐들은 팔이 아플 정도로 떨려댄다.
흐, 하고 호흡을 가다듬지 못해 제멋대로 빠져나간 너의 숨소리가 거칠다. 턱뼈가 딱딱 부딫히는 소리가 이명이 되어 뇌를 헤집고 있었다. 다리의 근육이 아플 정도로 경직되어있다. 이 팔이 내려쳐지면 어디에 송곳이 박힐지 잘 알기에 그런 것이다. 너는 이를 악물었다.
그냥, 쉽다. 넌 팔에 힘을 줄 필요도 없이, 지금 들고있는 이 팔을 인형의 실을 끊듯 툭 던져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극히도 자연스럽게 중력에 의해 송곳은 허벅지에 꽂힐 것이다. 꽂히는 고통은 한순간이며, 그 후의 일은 네가 알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 간단한 일을 못하는 것이다. 들어올린 팔의 힘을 푸는 것조차 못해 팔이 저리 경련하는 것이다. 송곳을 쥔 손은 이제 피가 통하지도 않아 저릿저릿했다.
네가 어제 편의점에 들려 사온 얼음송곳은 정말 날카로웠다. 보는 것만으로도 헛구역질이 일어날 정도로.
치켜들었던 팔이 천천히 내려졌다. 여전히 팔 근육이 간헐적으로 떨리며 경련한다. 뾰족한 송곳의 끝이 옷자락을 스치며 나는 지- 이- 익- 소리가 소름끼친다.
눈꺼풀이 너무 차갑다. 아니, 눈이, 안구가 너무 뜨겁다. 안구 안쪽이 모조리 눈물이라도 된 양 뜨거웠다. 천천히 감은 눈 아래, 한줄기 눈물이 피부를 가로질렀다. 너는 턱이 시큰하게 아파올 정도로 입을 꾹 다물고 목 너머로 울음을 삼켰지만, 눈마저 눈물을 삼킬 수는 없었다.
땡그랑, 바닥으로 송곳이 떨어졌다.
그리도 겁쟁이인 것이다. 고작 다리 한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상처 하나를 그리 두려워하며, 매일 팔을 들어올렸다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시 내리는 것일 뿐이다.
너는 천천히 허벅지를 쓸었다. 하얗게 드러난 살결이 차갑다.
너는 결국 주저앉아 눈물만을 흘렸다.
이건 네가 너무 겁이 많았던 시절의 얘기였다.
* * *
너는 오늘도 익숙한 무기를 손에 들었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의 쇠파이프는 언젠가 네가 코어에서 뜯어온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폭팔이 일어났지만 너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선다.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면 검붉은 색으로 더러워지는 것은 신발 밑창에 묻어있는 피를 딱히 지우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다.
네가 지하의 괴물들을 죽이기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났다. 너는 눈을 뜨면 집에서 나가 괴물들을 죽이고, 질렸다 싶으면 돌아와 네 살을 뜯는 것을 반복했다. 너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네 살을 흉기로 쑤실 수 있게 되었다.
희끄무리한 눈 위로 어제 네가 살을 깎아낸 다리에서 피와 살점이 뚝뚝 떨어져내린다. 조막만한 덩어리의 살점이 눈 위로 얹혀짐과 동시에 눈은 빠르게 녹아내려 붉게 자취를 감췄다. 네 허벅지는 깊게 패인 상처가 손바닥만하게 있었고, 피는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어쨌거나 너는 쇠파이프를 눈 위로 직직 끌며 걸음을 옮겼다. 상처로 와닿는 눈송이들을 신경쓰기엔 네 몸엔 상처가 너무 많았다.
팔의 뼈가 두 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왼손목의 상처에서 피가 흘러넘쳐 쥐고있는 쇠파이프까지 타고내려가 끌리는 궤적대로 붉은 선을 남기고있고, 목의 긁어내린 자국에서 피가 배어나와 옷을 적신다. 아마 네 손톱 사이에는 아직도 목의 살점이 끼어있을 것이다. 껍질깎이로 깎아내린 오른다리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고, 왼발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송곳으로 찌른 구멍에서 검붉은 액체가 솟아오른다. 쇠파이프를 움켜쥔 왼손의 손가락 하나는 어디갔는지 너는 모르고, 삐딱하게 비뚤어진 머리의 사라진 눈 한쪽이 어디있는지 역시 너는 모른다.
너는 고통에 무감각해지지는 않았지만, 멀쩡한 정신으로 눈을 뽑아낼 수 있었다. 물론 그 후에 뽑은 눈이 어찌되던지는 네가 알 바 아니였겠지.
한쪽 시야가 사라지자 고개는 자연스레 삐뚤어진다. 감긴 눈꺼풀 아래, 피가 사선으로 한줄기 흘러내렸다.
지금 네 모습은 싸구려 할로윈 분장 같았다. 아이마저 손가락으로 널 가르키며 가짜 피라고 소리칠 수 있을 정도로 싸구려인 분장.
그러나 넌 네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는 이것이 가짜피가 아닌 케챱이라고 해도 별 상관 없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쇠파이프가 끌리는 그- 그- 극- 소리가 선명하다.
넌 지금 숨어있는 괴물들을 찾고 있었다. 네모난 기계 연예인 나부랭이가 널 상대로 시간을 끄는 동안, 그걸 만든 왕실 과학자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는 괴물들을. 그러나 넌 아직 왕실 과학자의 노란색 꼬리 끝조차 보지 못했다.
눈이 쌓인 곳은 벗어난지 오래였고, 넌 어느세 습기찬 땅에서 절절 끓는 용암이 가득한 땅으로 넘어왔다. 네 집은 눈 덮힌 곳에서 가장 큰 집이었으니 필현적으로 이렇게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죽인 형제들의 집을 쓰는 것은 비인간적인 일이겠지만, 너는 아무래도 상관 없을 것이다. 너는 노을진 복도에서 심판자를 죽인 후부터 계속 그 집을 사용했으니까.
너는 과거 심판자를 죽인 후, 그대로 앞으로 향해 소위 말하는 엔딩을 보지 않았다. 너는 소복하게 쌓인 피섞인 먼지에서부터 그대로 뒤돌아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네가 미처 죽이지 못했던 괴물들을 찾아 죽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네 의지였으며, 아무도 너를 말릴 수 없었다.
넌 왔던 길을 되짚으면서 코어에서 쇠파이프를 얻었고, 코어를 폭팔시켰다. 괴물들은 이제 전기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네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넌 너에게 조금 도움이 되는 일을 한 것이다. 어찌되었던 너는 그걸 지- 익- 직 끌고다니며 네 시야에서 도망간 괴물들을 찾아내 죽이기 시작했다.
네가 한 것이 몰살이라고 불려도, 그건 단지 네 앞으로 찾아오는 괴물들을 전부 죽인 것에 불과할 뿐 모든 괴물을 죽인 것은 아니였다. 몰살 이라고 불리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그래서 넌 정말로 몰살을 시작했다. 우선 넌 폐허로 다시 돌아가 폐허부터 숨어있던 괴물 하나 남김없이 죽였다. 폐허의 숨겨진 퍼즐을 풀고 벽을 뜯어 숨어있던 괴물들을 모조리 죽인 다음 스노우딘에 도착했지만, 지친 나머지 네가 죽인 해골의 먼지더미에서 나온 열쇠로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었다.
넌 그 집에서 처음으로 자해에 성공했다.
쇠파이프로 부순 문짝 너머 있었던 서랍장에서 찾은, 은열쇠와 같이 들어있던 주머니칼로,
넌 너의 다리를 내리찍었다.
과도하게 들어간 힘에 박힌 칼날이 삐질삐질 위로 그어졌다. 일직선으로 주욱 난 상처로 피가 콸콸 쏟아졌지만, 너는 웃었다. 넌 너의 겁보다 의지가 세다는 것을 확인했다.
너는 그동안 너무 많이 살해당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상처입히기가 무서워 최소한의 방어만을 할 뿐, 그 이외의 것은 하지 않았다.
넌 남을 상처입히기 무서운 만큼 상처입기 무서웠고, 결국 네가 입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타인을 상처입히는 두려움보다 커졌을 때, 넌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건 의외로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았으며, 붉지도 질척이지도 않았다. 그건 너의 죽음보다 한없이 가벼웠다. 네 죽음의 공포는 그들의 죽음보다 더 무겁고, 붉고, 질척인다.
너는 이제 죽음이 무섭지 않다. 네 죽음만큼 무서웠던, 타인을 상처입히는 것도 무섭지 않다. 두 개는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은 즉 하나의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하나의 가치 또한 떨어진다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죽음 끝에 네 죽음의 가치는 낮아졌고, 그만큼 다른 이의 목숨도 가벼워졌다.
그들은 너를 너무 많이 죽였다.
넌 그 후로부터 간혹 미친 아이처럼 네 살을 도려내는데 집중했다. 살코기처럼 발라낸 네 다릿살 사이로 드러난 뼈 두 개를 보는 건 네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넌 네 손가락 뼈가 해골형제의 것보다 얇다는 것도 알았고, 거울에 비춰보지 않고도 네 왼눈의 눈동자 색을 보았다. 어렸을 때 들었던 괴담의 귀신처럼 입을 잘라보기도 했고, 네 손에 비해 굵은 파이프를 쥐기 편하도록 손가락 하나를 잘라내기도 했다. 네 몸에서 붉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넌 어쨌거나 죽음보다 네 의지가 더 세다는 것 또한 알았다.
넌 용암의 열기에 피가 굳는 것을 느끼며 앞니를 드러내는 미소를 지었다. 핏덩이가 들러붙은 이빨이 용암의 붉은 빛에 비쳐 섬뜩하다. 너는 지금 왕실 과학자의 기묘한 실험실에서, 화장실의 벽 한쪽이 다른 쪽보다 얇다는 것을 알았다. 피가 줄줄 흐르던 파이프가 벽을 탕탕 두드리며 벽에 빨간 점을 몇 개 남긴다.
너는 파이프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휘둘렀다.
탕!
총이라도 쏘는 양 커다란 소리와 함께 일격에 벽이 휘어졌다. 나무판자 같은 것을 겹겹이 덧대어놓은 듯, 네가 발로 밟자 더 휘어지더니 찣어지듯이 부서진다. 넌 그 사이로 안을 엿보았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너는 아무 망설임 없이 틈새로 몸을 집어넣는다.
발을 딛는다, 싶더니 아무것도 디뎌지지 않은 몸이 훅 아래로 추락했다. 넌 떨어지는 와중에도 쇠파이프를 꾹 쥐었다. 너는 죽음보다 너의 의지가 세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다.
쾅! 하고 추락은 끝났다. 등에서부터 가해지는 충격에 너는 피를 토했다. 등의 뼈가 조각난 것이 느껴진다. 부러진 목뼈가 겉의 피부를 뚫고 나와있다.
너는 섬찟한 고통에 잠시 경련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부러진 척추가 내장을 쑤신다. 입 안으로 피가 고이는 것을 찣어진 볼은 담지 못하고 밖으로 고스란히 내보냈다.
너는 몸을 옆으로 굴려 일어났다. 살을 뚫고 나온 목뼈조각은 그냥 밀어넣어놓았다. 너의 의지는 뼈나 장기 나부랭이보다 강하다.
너는 지금 괴물들의 마지막 피신처를 찾았고, 그건 고작 추락이나 뼈의 손실따위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였다.
그- 그- 극. 여전히 쇠파이프는 바닥을 긁는다.
그- 그- 극
그- 그- 극
그- 그- 극 ...
퍽.
너는 EXP를 얻었다.
뉴비라 가입인사글 대신 3,634자 프리스크 자해하는 글을 던져봤어
여긴 글 효과 모바일로 못 넣는구나... 효과 넣었던거 다 없어졌네
원랜 좀 더 긴 13000자짜리 올리려고 했는데 도대체 금지단어가 시발 뭔지를 알아야지 컴퓨터도 맛 가서 빡치는데
From DC Wave
캬 좋다 개추먹어라
호고곡
ㅗㅜㅑ 잘 썼다
13000자짜리 궁금하다